[르포]"숨 턱끝까지" 장비 메고 엘시티 100층까지…소방관 사투 체감

부산CBS 김혜민 기자 2026. 10. 22.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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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소방관들이 국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인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100층 계단을 오르며 한계에 도전했다.

LCT 계단오르기 대회는 초고층 건물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소방관이 직접 계단을 오르며 재난 대응 역량을 다지는 훈련이기도 하다. 실제 고층 건물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은 소방 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 장비를 메고 직접 계단을 올라야 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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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엘시티에서 '소방공무원 계단오르기 대회' 개최
전국 소방공무원 1200여 명 참가…역대 최대 규모
기자도 함께 진압장비 메고 올라 보니 "거친 숨 쏟아져"
완주 소방관들 "더 많은 현장 뛸 용기 얻어"
고(故) 김진석 소방위 추모 리본 달고 완주하기도
22일 대회에 참여한 한 소방대원이 결승선에 들어오자 여기저기서 환호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김혜민 기자


전국 소방관들이 국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인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100층 계단을 오르며 한계에 도전했다. 현장에서는 최근 화재 진압 도중 순직한 고(故) 김진석 소방위를 추모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동료 소방관의 희생을 기억하며 어느 때보다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대회가 열렸다.

"방화복 안으로 땀 줄줄" 소방관들, 끝없는 계단 앞에서 사투

22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중동 LCT 비상계단. 묵직한 장비가 어깨를 짓누르고, 계단을 한 발 한 발 오를 때마다 거친 숨이 쏟아졌다. 층수가 높아질수록 다리는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방화복 안으로는 땀이 줄줄 흘렀다.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 앞에서 앞서가는 소방관들의 발걸음을 따라잡기는 좀처럼 쉽지 않았다.

이날 LCT 건물에서는 부산소방재난본부 주최로 '2026 전국소방공무원 계단오르기 대회'가 열렸다. 지상 1층부터 101층까지, 높이 411m에 이르는 초고층 건물을 오르는 대회다. 전국에서 모인 소방공무원과 지원기관 관계자 등 모두 1200여 명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주한미군 대구기지사령부 소방대장 후안 P. 로드리게스(Juan P. Rodriguez)도 직접 계단 오르기에 나서며 눈길을 끌었다.

기자도 직접 장비를 메고 100층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LCT 계단은 모두 2372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어깨에 멘 진압장비는 몸을 옥죄어왔고 커다란 소방 헬멧 때문에 고개는 계속 숙여졌다. 몸은 물 먹은 솜처럼 축축 처졌다. 비상계단에는 앞서간 소방관들의 땀방울과 거친 숨소리만 가득했다.

대회에 참가한 소방관들은 서로 뒤를 밀어주고 '파이팅'을 외치며 사력을 다했다. 계단을 두, 세 칸씩 성큼성큼 오르면서도 지칠 줄 모르는 기색이었다. 정신이 아득해질 때쯤 고지가 보였다. 무사히 결승선에 들어서자 머리카락은 머리를 감고 나온 것처럼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 어깨를 짓누르던 산소통을 내려놓는 순간 비로소 숨통이 트였다. 가쁜 숨을 고르며 '행복이 별 게 없다' 싶었다.

"한 발 한 발 더 숭고하게"…순직 고(故) 김진석 소방위 추모 목소리도

22일 전국 소방공무원 해운대 LCT 계단오르기 대회를 완주한 소방관들이 기록을 확인하고 있다. 김혜민 기자

묵묵히 계단을 오르던 소방관들은 고대하던 결승선에 들어서자 땀을 비오듯 흘리면서도 뿌듯함에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서울 강동소방서 천호119안전센터 김도현 소방사는 "60층부터 고비가 찾아왔는데 정신력으로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대회를 한두 달 앞두고 아파트 계단을 반복해서 오르내리며 준비했지만 만만치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는 층수를 아예 보지 않고 '할 수 있다'고 되뇌이면서 올랐다"라고 말했다.

서울 강서소방서 현장대응단 박다몸 소방사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인천에 있는 여러 산을 뛰어오르며 준비했다. 그래도 앞을 향해 뛰는 건 풍경도 바뀌고 끝이 보이는데, 계단은 계속 뱅글뱅글 돌면서 올라야 하니 더 힘들었다"며 "그럼에도 극한까지 버텨본 경험이 소중하게 기억될 것 같다. 서울에도 높은 건물이 많은데 미리 경험해 자극 받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미소지었다.

올해 임용된 신임 소방관에게도 이번 대회는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자리였다. 서울 서초소방서 양재119안전센터 김은철 소방사는 "앞으로 얼마나 더 힘든 현장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힘들다고 포기해버리면 소방관의 본분을 잊어버리는 것 아닐까 해서 이를 악물고 올랐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현장에서도 열심히 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최근 부천 공장 화재로 순직한 고(故) 김진석 소방위를 추모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충북 청주 서부소방서 안종인 소방관은 "대회를 마친 소감을 하기 앞서 최근 화재 현장에서 순직하신 고(故) 김진석 선배님께 먼저 조의를 표하고 싶다. 한 발 한 발 오르는 발걸음이 더 숭고했다"면서 "50층에서 70층 사이에서 너무 힘들어 잠시 쉬었다 갈까 고민했지만, 이 순간에도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오르니 더 힘을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초고층 건물 화재 대응 역량 강화…방화복 분야 1등 19분 11초

이번 대회에서 방화복 분야 가장 빠른 기록은 19분11초(서울본부 대통령경호처소방대 임건엽), 간소복 분야 가장 빠른 기록은 14분19초(경기북부 일산소방서 변정원)로 집계됐다.

LCT 계단오르기 대회는 초고층 건물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소방관이 직접 계단을 오르며 재난 대응 역량을 다지는 훈련이기도 하다. 실제 고층 건물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은 소방 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 장비를 메고 직접 계단을 올라야 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화재 현장에서 운용되는 굴절 사다리차는 아파트 23층(70m)까지만 도달할 수 있다.

이진호 부산소방재난본부장은 "기록과 순위를 겨루는 것을 넘어 초고층 재난 현장에서 요구되는 체력과 정신력을 기르고 전국 소방공무원 간 협력과 화합을 다지는 자리였다"며 "앞으로도 대회 내실을 다지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전국을 대표하는 소방 행사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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