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센서로 바람 조절하면 'AI' 아니다…공정위, 'AI 워싱' 판단기준 첫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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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센서 값에 따라 풍량을 바꾸는 기능은 인공지능(AI)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어디까지를 AI로 광고할 수 있는지 판단기준을 처음 내놨다.
공정위는 22일부터 11월11일까지 '인공지능(AI) 관련 표시·광고 가이드라인' 초안에 대한 의견을 듣는다고 밝혔다.
공정위와 소비자원은 지난해 5~7월 온라인몰 7곳을 점검해 AI 과장광고 20건을 시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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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58% “AI 제품이면 21% 더 낸다”…작동조건·성능 한계 병기해야
법적 구속력 없고 새 의무도 없어…’AI 확인제' 운영하는 업계단체가 작성 협조
[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온도센서 값에 따라 풍량을 바꾸는 기능은 인공지능(AI)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어디까지를 AI로 광고할 수 있는지 판단기준을 처음 내놨다. 미리 정해진 규칙대로만 반응하는 제품에 ‘AI’를 붙이면 부당 표시·광고가 될 수 있다. 다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이다. 새로운 의무도 부과하지 않는다.
공정위는 22일부터 11월11일까지 '인공지능(AI) 관련 표시·광고 가이드라인' 초안에 대한 의견을 듣는다고 밝혔다. 한국소비자원과 함께 8월 전문가 토론회와 9월 사업자 간담회를 거쳐 초안을 만들었다.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AI 해당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다. 공정위는 탑재 형태나 학습 시점이 아니라 학습·추론·판단 기능이 실제로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단순 센서 기반 제어나 임계값 기반 자동 조절은 AI로 보기 어렵다고 명시했다. 반대로 사전 학습만 하고 재학습 없이 추론만 하는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 앱이나 통신으로 연동해 AI 기능을 제공하는 제품은 AI에 해당할 수 있다. 용어 정의는 표시광고법에 없어 인공지능기본법 제2조를 준용했다.
제품명에 ‘AI’를 쓰는 기준도 제시했다. AI가 적용된 기능이 상품의 주된 기능과 연결되는지를 본다. 공정위는 이를 '주된 기능 연계성 원칙'이라고 불렀다. 절전이나 알림 같은 부수 기능에만 AI가 쓰였다면 ‘AI 절전 세탁기'처럼 적용 범위를 제품명 가까이에 붙여야 한다.
외부 AI를 가져다 쓰면서 자체 기술처럼 광고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사업자 자가점검 체크리스트 8개 항목 가운데 하나로 "제3자의 인공지능 기술(공개 API 등)을 활용하면서 자체 개발한 것처럼 표현하지 않았는가"를 넣었다.
AI를 실제로 쓰더라도 작동 조건과 한계를 숨기면 기만 광고가 된다. 공정위가 든 로봇청소기 예시가 대표적이다. "동급 최강의 AI 사물인식 칩셋 탑재"라는 광고는 전용 앱을 설치하고 동기화해야 AI 모드가 작동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개선안은 최상급 표현을 빼고 "앱 미연동 시에는 적외선 센서 기반의 기본 회피 기능만 작동한다", “3cm 이하 전선·양말 등은 인식이 제한될 수 있다”를 주된 문구 바로 옆에 적도록 했다.
가이드라인에는 실제 상담·조사 사례를 재구성한 16건이 실렸다. 거짓·과장 7건(AI 전기온수매트, 다이어트 쉐이크, 맞춤형 샴푸, AI 변호사 등), 기만 5건(로봇청소기, AI 영어 튜터 앱, 가상 전문가 추천 식품, 딥페이크 유사투자자문 등), 부당 비교 2건(공기청정기, 초등 AI 학습지), 비방 2건(가정용 AI CCTV, AI 회의록 작성 서비스)이다.
공정위가 기준을 내놓은 건 AI 표현이 가격을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소비자원이 지난해 11월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7.9%가 AI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라면 일반 제품보다 비싸도 사겠다고 답했다. 이들이 더 낼 수 있다고 한 금액은 평균 21%였다.
공정위와 소비자원은 지난해 5~7월 온라인몰 7곳을 점검해 AI 과장광고 20건을 시정한 바 있다. 온도센서로 풍량을 조절하는 냉풍기를 ‘AI 기능'으로 광고하거나, 3kg 이하에서만 작동하는 ‘AI 세탁모드'의 조건을 알리지 않은 사례 등이다. 당시 조치는 문구 수정에 그쳤다.
식품·의약품 분야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AI로 만든 가상 의사나 가짜 후기, 딥페이크를 이용한 허위광고가 SNS를 타고 노년층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식품·화장품·의약품 광고에서 AI 가상 전문가의 추천·보증은 개별법 개정에 따라 다음 달 27일부터 금지된다.
가이드라인의 한계도 분명하다. 공정위는 "법적 구속력은 없다"고 밝혔다. AI 광고에 일반 상품보다 강화된 의무를 새로 지우는 것이 아니라, 표시광고법의 기존 원칙(진실성·완전성·공정성·실증가능성)을 AI 사례에 맞춰 설명한 것이라고 했다. 체크리스트를 지키지 않은 것만으로는 법 위반이나 처분 사유가 되지 않는다. 결국 제재는 기존 표시광고법의 실증 요구와 과징금 체계에 기대야 한다.
작성 과정도 따져볼 대목이다. 공정위는 이번 가이드라인을 소비자원과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의 협조를 받아 만들었다. KOSA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7월 21일부터 시행한 '인공지능 제품·서비스 확인제도'의 확인기관이다. 가이드라인은 이 확인제나 한국표준협회의 ‘AI+’ 인증을 받은 경우 그 심사 자료가 "인공지능 활용 사실에 관한 유력한 실증자료가 될 수 있다"고 적었다. 확인제를 운영하는 업계단체가 그 확인제의 활용도를 높이는 기준 작성에 참여한 셈이다.
공정위는 확인·인증을 받았다고 표시광고법상 면책되거나 성능 주장의 실증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AI 확인제는 AI를 썼는지만 확인할 뿐 성능이 우수하다는 인증이 아니라는 점도 함께 밝혔다.
공정위는 의견 수렴과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가이드라인을 확정할 계획이다. 심결례가 쌓이고 기술이 바뀌는 데 맞춰 주기적으로 보완하겠다고 했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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