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억제’ 넘어 대만·중동 투입 시사한 주한 美8군… 흔들리는 한반도 방위 공식 [밀리터리노트]

문경근 2026. 10. 2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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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힐버트 미 8군 사령관이 주한미군의 임무 범위가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으며, 대만 해협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비상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전통적으로 '북한 억제'에 맞춰져 있던 주한미군의 역할이 광범위한 지역적 유연성으로 전환되는 가운데 한반도 안보 지형과 동맹의 미래를 둘러싼 우려와 격론이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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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군 당국이 유사시 한반도 방어를 위한 정례 연합 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Ulchi Freedom Shield) 연습을 시작한 지난 8월 17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주한미군 장병들이 군용 차량 앞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한미 연합 군사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할 것을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조 힐버트 미 8군 사령관이 주한미군의 임무 범위가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으며, 대만 해협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비상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전통적으로 ‘북한 억제’에 맞춰져 있던 주한미군의 역할이 광범위한 지역적 유연성으로 전환되는 가운데 한반도 안보 지형과 동맹의 미래를 둘러싼 우려와 격론이 거세지고 있다.

“주둔지가 범위 제한 안 해”… 대만·중동 비상사태 겨냥한 미8군

힐버트 사령관은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이 한반도 내 위협에만 근시안적으로 집중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며 “주둔지가 임무 수행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 지휘 당국의 요청에 따라 필요한 곳에 배치될 수 있도록 준비 태세를 갖춘 글로벌 전력의 일부”라며 한반도 밖으로의 병력 배치 가능성을 명확히 시사했다.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 본부를 둔 미 8군은 아시아 대륙에 주둔하는 유일한 전방 배치 야전군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및 제1도련선 방어 기조 속에서 그간 북한 억제에 머물렀던 주한미군이 중국 견제 및 글로벌 분쟁의 예비 전력으로 성격이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동맹은 축복 아닌 저주” vs “동맹은 저주도 축복도 아닌 현실”

한미연합훈련중인 B52H 모습. 국방부 제공

이처럼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와 미·중 패권 경쟁 격화가 맞물리면서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동맹의 가치와 미래를 놓고 정면충돌이 빚어졌다.

지난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근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좌담회에서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개인적으로 동맹은 우리에게 축복이 아닌 저주라고 본다”며 “동맹하는 한 우리는 안보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미국이 한국을 중국 견제를 위한 최전방 기지로 인식하고 있어 한반도가 미·중 갈등에 연루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반면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은 이에 대해 “동맹은 축복도 저주도 아닌 현실”이라고 했다. 동맹의 큰 틀을 유지하되 한국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해 실질적인 핵 잠재력(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능력 등)을 갖춰야 한다고 반론을 폈다.

‘상호적 파트너십’의 명분과 원치 않는 분쟁 연루라는 딜레마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발발한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한미 당국이 주한미군 전력을 중동 지역으로 차출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사진은 장도영(왼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과 라이언 도널드 주한미군사 공보실장이 지난달 25일 국방부에서 ‘2026 자유의 방패(FS) 연습’ 관련 브리핑을 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전문가들은 이 같은 논란의 연장선상에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가 한미동맹을 수평적·상호적인 파트너십으로 진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면서도, 동시에 한국 안보에 거대한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영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라미 김 석좌는 “동맹이 상호주의적으로 변해감에 따라 한국이 지역 비상사태 시 미군에 병참 지원을 제공하는 등 기여를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의 방위산업 기반이 미군의 작전을 지탱하는 핵심 축으로 동원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군의 지역 임무 확대와 동맹의 변화가 자칫 한국을 원치 않는 아태지역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북한 억제’라는 든든했던 빗장이 풀리고 글로벌 전략의 최전선으로 밀려난 주한미군, 한미동맹이 중대한 변곡점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문경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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