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중 정상회담 가시권…우크라·유럽 배제 '제2의 얄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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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미국·러시아·중국 3국 정상회담이 추진되면서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자리에 모여 전쟁 종식과 유럽 안보 질서를 논의하는 구상이다.
미국과 러시아가 중국을 끌어들여 전쟁 종식뿐 아니라 유럽의 안보 구조까지 논의한다면, 러시아는 자신이 원하는 강대국 중심의 국제 질서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이 회담을 주최한다면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종전 논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핵심 행위자로 부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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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은 중재자 국제위상 강화…대만 문제·기술통제 등 美양보도 노려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미국·러시아·중국 3국 정상회담이 추진되면서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자리에 모여 전쟁 종식과 유럽 안보 질서를 논의하는 구상이다. 회담 성사 시 우크라이나와 유럽 주요국이 배제된 채 강대국들이 유럽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어, 제2의 얄타회담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中APEC 계기 3자 회담 추진…러시아가 먼저 제안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시 주석을 포함한 3자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오는 11월 18~19일 중국 선전에서 열릴 예정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담을 개최하자는 구상이다.
러시아는 회담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자국에 유리한 조건으로 끝내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렘린궁은 21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푸틴 대통령과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특사가 만난 뒤 관련 논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중국이 이미 회담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은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참석을 전제로 3자 회담 형식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을 외교 경로를 통해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가능성에 열려 있다는 뜻을 보였지만, 참석 여부를 확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정상회담 추진이 곧 종전 조건에 대한 의견 접근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전역을 포함한 영토 양보를 요구해 왔으며, 자국의 안보 이익이 반영되지 않는 합의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번 3자 회담을 1945년 미국·영국·소련 정상이 전후 질서를 논의한 얄타회담의 현대판으로 구상하고 있다. 이른바 '새로운 얄타회담'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조건뿐 아니라 유럽의 안보 질서까지 강대국 간 협상으로 결정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러시아가 노리는 것은 강대국 지위의 복원
러시아가 3자 회담을 원하는 이유는 종전 조건을 논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국제무대 고립에서 벗어나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국제 현안을 논의하는 강대국으로 인정받으려는 외교적 계산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센터의 테무르 우마로프 연구원은 러시아가 미국으로부터 존중받고 주요 국제 현안을 결정하는 강대국으로 대우받기를 원한다고 분석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미래를 당사국 없이 논의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기대하는 것은 미국과 직접 합의한 내용을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받아들이도록 미국이 압박하는 구도다. 우크라이나와의 개별 협상에서 양보를 얻어내는 것을 넘어 미국과의 강대국 간 거래를 통해 자국의 요구를 관철하려는 셈이다.
러시아가 이번 회담을 얄타회담에 빗대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미국과 러시아가 중국을 끌어들여 전쟁 종식뿐 아니라 유럽의 안보 구조까지 논의한다면, 러시아는 자신이 원하는 강대국 중심의 국제 질서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속내…중재자 부상과 대미 협상력 확보
중국에 있어 3자 회담은 전쟁을 끝내기 위한 외교적 기회인 동시에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는 무대다. 시 주석이 회담을 주최한다면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종전 논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핵심 행위자로 부상할 수 있다.
중국은 2023년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입장문을 발표하며 정치적 해결을 촉구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침공을 중단시키기 위해 실질적인 압박을 가하지는 않았다. 이번에도 적극적 중재에 나서기보다 회담 참여 자체에서 외교적 이익을 얻으려 할 수 있다.
우마로프 연구원은 중국이 우크라이나의 미래에 책임을 질 의도가 크지 않으며, 정상회담에 참여하더라도 상징적인 역할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공동성명이 나오더라도 중국은 구속력 있는 약속보다 해석의 여지가 넓은 표현을 선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전쟁의 향방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중국이 합의 내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할 여지를 남기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반면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의 유리 포이타 선임연구원은 러시아와 중국의 전략적 이해가 상당 부분 겹친다고 분석했다. 양국은 유라시아의 안보 구조를 서방 중심에서 벗어나게 하고, 유럽과 아시아에서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을 줄이는 데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줄이고 유럽 내 군사적 역할을 축소한다면 러시아는 전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유럽 국가들의 미국에 대한 신뢰가 약화하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의 결속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중국 역시 미국의 동맹 체제가 약화하는 상황에서 전략적 공간을 넓힐 수 있다.
중국이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이익은 대미 협상력이다. 레온 하다르 전 카토연구소 연구원은 아시아타임스 기고문에서 선전 3자 회담이 성사되면 시 주석이 회담 주최자이자 러시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부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미국의 협력을 얻는 대가로 대만 문제나 첨단기술 수출 통제 등에서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푸틴의 패배를 막는 것이 중국의 우선순위?
중국이 종전 협상에 참여한다고 해서 러시아에 전쟁을 끝내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DW가 인용한 미국 케넌연구소의 마이클 키매지 소장은 중국에는 전쟁의 조기 종식보다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생존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중국에 저렴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국제사회에서 협력하는 중요한 파트너다. 러시아가 서방에 결정적으로 패배하거나 친서방 정권으로 바뀌는 상황은 중국의 전략적 이해와 충돌할 수 있다. 키매지 소장은 중국이 러시아의 완전한 승리를 반드시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푸틴의 패배를 막는 데는 상당한 이해관계가 있다고 봤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간접적인 지원을 이어가면서도 국제사회에서는 평화 중재자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려 할 수 있다. 종전 협상에 참여하는 것과 러시아에 실질적인 양보를 요구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얄타' 우려…정작 전쟁 당사자는 빠져
이번 회담 구상을 둘러싼 가장 큰 논란은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종전 협상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을 직접 받고 있으며, 유럽 국가들은 전쟁이 초래한 안보·경제적 부담을 감당하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과 러시아, 중국이 종전 조건과 전후 안보 질서를 논의한다면 당사국의 의사와 무관하게 합의가 추진되는 꼴이다.
유럽의 경우, 협상에서 배제될 경우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과 난민 문제를 떠안아야 할 뿐 아니라, 휴전이 성사되면 이를 감시하고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하는 역할까지 맡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합의의 이행을 책임져야 할 국가들이 정작 합의 조건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배제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얄타회담은 1945년 2월 크림반도 얄타에서 열렸다.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의 유럽 정치 질서와 전후 처리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담은 전후 국제질서를 형성하는 중요한 계기였지만, 전후 동유럽이 소련의 영향권에 편입되면서 강대국들이 약소국의 의사와 무관하게 세력권을 나누는 체제의 상징이 됐다.
allday3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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