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텅스텐 한계에 꺼낸 ‘몰리브덴’…머크가 韓에 베팅한 이유는?

김진영 기자 2026. 10. 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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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한스경제 김진영 기자 | "한국은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 세계 3대 시장 중 하나입니다. 제조 역량과 기술 수준을 고려하면 머크도 반드시 한국에 있어야 합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가 밀집한 한국을 단순한 소재 판매처가 아닌 차세대 기술 개발과 공급의 핵심 거점으로 삼겠다는 의미다.

빙 한 머크 일렉트로닉스 박막 소재 비즈니스 수석부사장은 "몰리브덴은 높은 전도성이 중요한 소재"라며 "AI로 인해 반도체 집적도가 높아지고 새로운 소자 구조가 요구되면서 저항을 낮추는 것이 속도와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언급했다.

머크는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의 높은 기술 수준과 빠른 공정 전환 속도를 고려하면 고객사와 가까운 곳에서 소재를 생산하고 기술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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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소노펠리체 삼성서 머크 기자간담회 개최
음성 생산·안산 공급 장치 결합…통합 체계 구축
소재 사용 효율 99% 이상…폐기량·원가 등 절감
현지 공급망 구축으로 고객사 공정 대응력 강화
벤자민 하인 머크 일렉트로닉스 최고경영자가 21일 서울 강남구 소노펠리체 삼성에서 열린 머크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 서울=한스경제 김진영 기자 | "한국은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 세계 3대 시장 중 하나입니다. 제조 역량과 기술 수준을 고려하면 머크도 반드시 한국에 있어야 합니다."

21일 서울 강남구 소노펠리체 삼성에서 열린 머크 기자간담회. 지난 5월 취임 후 처음 한국을 찾은 벤자민 하인 머크 일렉트로닉스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에 신규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이유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가 밀집한 한국을 단순한 소재 판매처가 아닌 차세대 기술 개발과 공급의 핵심 거점으로 삼겠다는 의미다.

머크가 이번 방한에서 공개한 승부수는 차세대 금속 소재인 '몰리브덴'의 국내 생산이다. 반도체 미세화와 고적층 경쟁으로 기존 소재의 기술적 한계가 부각되자, 소재 생산부터 공급장치까지 하나로 묶어 국내 반도체 제조사들의 수요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날 머크가 소개한 투자 계획의 핵심은 충북 음성과 경기 안산을 연결한 통합 공급체계다. 22일 음성 사업장에 신규 이산화이염화몰리브덴(MoO₂Cl₂) 생산설비를 열고, 이곳에서 생산한 전구체를 안산 사업장의 공급장치 'CHEMKEEPER Vapor 200(CK VAPOR)'과 결합해 제공한다.

하인 CEO는 "AI는 반도체 산업을 변화시키며 복잡성과 혁신의 속도를 한층 높이고 있다"며 "기존의 미세화 방식과 개별 소재의 발전만으로는 미래 성장을 지속하기 어려워 다음 혁신의 물결은 시스템 통합이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반도체 제조사들은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며 소재나 개별 공정의 개선에 머무르지 않고 검증과 공급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AI 역시 개별 제품을 넘어 반도체 제조 시스템 전반의 최적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머크가 몰리브덴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기존 금속 소재인 텅스텐의 한계가 있다. 반도체 구조가 미세해지고 배선 폭이 좁아질수록 전기저항이 증가하는 만큼 이를 보완할 새로운 소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빙 한 머크 일렉트로닉스 박막 소재 비즈니스 수석부사장은 "몰리브덴은 높은 전도성이 중요한 소재"라며 "AI로 인해 반도체 집적도가 높아지고 새로운 소자 구조가 요구되면서 저항을 낮추는 것이 속도와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기존 텅스텐은 구조가 미세해질수록 저항 문제가 커지는 반면, 몰리브덴은 이를 개선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몰리브덴의 가능성을 설명하면서 '마법(Magic)'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빙 한 수석부사장이 몰리브덴의 장점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적용 범위도 3D 낸드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봤다. 빙 한 수석부사장은 "몰리브덴은 D램과 다른 반도체 제품에서도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소자가 작아질수록 몰리브덴의 장점이 더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다만 새로운 소재가 실제 양산에 적용되기까지는 높은 기술적 문턱이 있다는 점도 짚었다. 빙 한 수석부사장은 "반도체 산업은 매우 보수적인 산업"이라며 충분한 검증을 거쳐 신뢰성이 확보돼야 본격적인 소재 전환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그가 특히 강조한 것은 소재의 순도였다. 높은 전도성을 확보하더라도 실제 제조 및 공급 과정에서 불순물이 유입되면 소재 본연의 성능을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빙 한 수석부사장은 "불순물이 포함되면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미량의 습기만 있어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상의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소재 자체의 순도뿐 아니라 적절한 용기에 충전하고 공급하는 과정까지 중요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머크가 음성의 전구체 생산시설과 안산의 공급장치를 함께 내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몰리브덴처럼 취급과 공급 조건이 중요한 소재는 화학물질의 성능뿐 아니라 이를 실제 반도체 공정에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기술까지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머크에 따르면 이번 통합 솔루션은 99% 이상의 소재 사용 효율을 지원하도록 설계됐다. 전구체의 폐기량을 줄이고 안정적인 공정 가동을 뒷받침해 고객사의 총소유비용(TCO)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빙 한 수석부사장은 "아무리 좋은 화학물질을 확보하더라도 적절한 공급 시스템과 용기가 갖춰지지 않으면 충분하지 않다"며 소재의 제조 품질부터 충전과 공급까지 모든 요소가 함께 최적화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고객이 소재를 99%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폐기량을 줄이고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도 중요하다"며 소재 생산과 공급 시스템을 결합한 통합형 솔루션의 역할이 반도체 업계에서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인 CEO 역시 몰리브덴 통합 솔루션을 머크의 사업 전략이 변화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했다. 그는 "머크가 강력한 소재 전문성을 기반으로 통합 워크플로 솔루션을 제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며 "화학 소재와 공급 시스템을 통합한 몰리브덴 솔루션은 이러한 접근 방식의 성공적인 사례"라고 자평했다.
빙 한 수석부사장이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현장 질의응답에서 관심이 집중된 또 다른 주제는 신규 생산시설을 한국에 구축한 이유였다. 머크는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의 높은 기술 수준과 빠른 공정 전환 속도를 고려하면 고객사와 가까운 곳에서 소재를 생산하고 기술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인 CEO는 미국 등 해외에서 한국 고객사에 소재를 공급하는 방식만으로는 신속한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현지에서 고객과 원활하게 소통하면서 공정 요구에 맞춰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확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능력과 기술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 한국을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꼽으며, 현재의 소재 수요뿐 아니라 향후 고객사가 요구할 새로운 기술에도 대응할 준비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빙 한 수석부사장도 "한국은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의 상당 부분이 생산되는 국가 중 하나"라며 "고객을 보다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한국에서 몰리브덴 솔루션의 현지화를 추진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음성 사업장의 신규 몰리브덴 생산설비와 안산 사업장에서 이미 생산 중인 공급 시스템이 포함된다"며 "이러한 시스템은 공급 안정성을 강화하고 한국과 아시아 고객의 혁신을 가속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국내 생산능력 확대 가능성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빙 한 수석부사장은 신규 설비의 구체적인 생산능력은 공개하기 어렵다면서도 국내 고객사의 수요를 충족하는 수준을 고려하고 있으며, 향후 아시아 시장까지 지원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추가 증설 역시 고객사 수요에 따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머크가 한국에서 EUV 관련 소재 등을 오랫동안 생산해 왔다는 점을 언급하며, 고객사 수요가 구체화되면 '로컬 포 로컬(Local for Local)' 전략에 따라 국내 생산시설 확대가 자연스럽게 뒤따를 수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하인 CEO는 한국 반도체 시장이 향후 4~5년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소재 수요가 두 배로 증가하는 상황까지 고려해 생산능력을 준비하고, 자체 역량뿐 아니라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통해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을 반도체뿐 아니라 바이오 분야에서도 중요한 투자 시장으로 평가했다. 머크는 2020년까지 한국에 2억2000만유로 이상을 투자했으며, 2021년에는 6억유로 규모의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다음 주에는 대전에서 바이오공정 관련 시설 개소식도 진행할 예정이다.

머크는 이번 생산설비 구축을 시작으로 한국 시장과의 협력 범위를 지속적으로 넓혀갈 방침이다. 하인 CEO는 "한국에 있는 고객들의 현재 수요뿐 아니라 미래의 요구에도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한국의 제조 역량과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현지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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