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중간선거] ② 민주당 승리 땐 美 국채금리 하락?···재정정책·채권시장 향방은
감세·지출 확대 견제에 국채금리 안정 기대
예산 협상·물가 흐름에 채권시장 향방 주목

오는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글로벌 채권시장의 관심이 의회 권력 구도에 쏠리고 있다. 민주당이 하원이나 상·하원을 장악할 경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감세와 재정정책 추진에 제약이 생기면서 미국 국채금리가 안정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의회의 권한이 강화된다고 해서 국채 발행 규모가 곧바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예산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거나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면 금리가 오히려 상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0일 미국 재무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의 2026회계연도 재정적자는 약 1조9900억 달러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약 2170억 달러 증가한 규모로 국내총생산(GDP)의 6.2%에 해당한다. 미국의 연간 재정적자가 2조 달러에 육박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이다.
재정적자 확대에는 기존 복지지출과 국방비 증가뿐 아니라 국채 이자 부담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8월 40조 달러를 넘어선 미국의 국가부채는 높은 금리와 맞물려 재정 부담을 키우고 있다. 2026회계연도 연방정부의 총이자비용은 1조3600억 달러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미 의회예산국(CBO)이 지난 2월 발표한 중장기 재정 전망에서도 구조적인 재정 부담이 확인된다. CBO는 당시 미국의 재정적자가 2026년 1조9000억 달러에서 2036년 3조1000억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GDP 대비 정부 내부 보유분을 제외한 연방부채 비율도 같은 기간 101%에서 120%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당시 법률과 경제 전망을 전제로 산출한 수치다.
이러한 재정 부담은 미국 국채금리의 방향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 중 하나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달 1일 장중 5.34%까지 상승해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후 일부 하락했지만 19일에도 5.09% 안팎에서 거래되며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국채금리 상승은 정부의 차입비용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과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에도 영향을 준다.
이런 상황에서 중간선거는 미국의 재정정책 방향을 바꿀 변수로 떠올랐다. 로이터와 입소스가 1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등록 유권자의 47%는 민주당 후보를, 35%는 공화당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양당의 격차는 12%포인트였다. 전국 단위 조사 결과가 실제 지역구별 선거 결과로 그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의회 권력 구도 변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요인이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할 경우 가장 먼저 달라지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정책 추진 여건이다. 미국 의회는 예산과 세제 입법, 국가채무 한도 등을 통제한다. 하원을 민주당이 차지하면 공화당이 추진하는 추가 감세나 대규모 신규 재정지출 법안은 의회 협상 과정에서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추가 감세나 대규모 지출 확대가 제한되면 향후 재정적자 증가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정부의 국채 발행 부담을 완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민주당도 의료·복지 분야의 지출 확대를 요구할 수 있는 만큼 의회 권력 변화가 실제 재정적자 축소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국채 공급 증가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고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장기채 보유 보상도 낮아질 경우 국채금리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는 것과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하원만 민주당으로 넘어가고 상원을 공화당이 유지한다면 주요 재정정책은 양당의 타협에 좌우된다. 민주당이 양원을 확보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이 유지되는 만큼 기존 정책을 일방적으로 변경하기는 어렵다.
특히 국채 발행은 대통령이나 의회가 개별 발행 물량을 직접 결정하는 구조가 아니다. 재무부는 법률과 국가채무 한도 내에서 정부의 자금 수요에 맞춰 국채 발행 규모와 만기 구성을 결정한다. 의회가 정부 지출과 세입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선거 결과만으로 이미 발생한 재정적자나 기존 채무의 차환 수요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미 재무부는 지난 8월 올해 10~12월 민간 보유 시장성 국채 순차입 규모를 6280억 달러로 예상했다.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기존 채무의 만기 도래와 재정 운영을 위한 자금 조달은 계속돼야 한다. 선거를 통해 구성된 새 의회가 본격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시점 역시 2027년 1월이다.
재정 협상 교착에 물가 부담까지, 채권시장 변수 여전
반대 시나리오도 존재한다. 민주당의 의회 장악이 재정 건전성 강화로 이어지기보다 양당 간 예산 협상 충돌을 키우는 경우다. 정부 운영 예산이나 국가채무 한도 협상이 장기화하면 미국 재정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
실제 로이터는 지난 19일 중간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2027년 국가채무 한도와 정부 예산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의회 권력이 분산되면 지출 확대를 제한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정부 셧다운 우려와 재정 협상 불확실성이 채권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도 있다는 의미다.
물가 역시 국채금리의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과 기조적인 물가 압력이 겹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채금리는 정부의 발행 물량뿐 아니라 향후 기준금리 전망과 기대 인플레이션, 경제성장률 등에 영향을 받는다. 중간선거 이후 재정정책 변화로 재정적자 확대 압력이 완화되더라도 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진다면 장기금리가 쉽게 내려가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재정지출 축소가 경기 둔화 우려를 키우는 경우에는 시장의 기준금리 전망이 낮아지면서 국채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같은 재정 긴축이라도 물가와 경기 여건에 따라 채권시장의 반응이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이번 중간선거가 미국 국채금리의 하락 전환점이 될지는 의회 권력 구도의 변화가 실제 재정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에 달려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감세와 지출 확대가 제한되더라도 민주당의 정책에 따라 재정 부담이 다시 커질 가능성이 있다. 선거 이후 양당의 재정 협상 결과와 인플레이션 흐름이 채권시장의 향방을 결정할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 재정적자: 일정 기간 정부의 총지출이 총수입보다 많은 상태 또는 그 차액.
☞ 국채금리: 정부가 발행한 국채의 수익률. 국채의 시장가격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특성이 있다.
☞ 국가채무 한도(Debt Ceiling): 미국 연방정부가 부담할 수 있는 채무 총액에 대해 법률로 정한 상한선. 의회의 입법을 통해 조정하거나 적용을 유예할 수 있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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