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가 21%에도 또 유찰…얼어붙은 농지 경매시장 [Pick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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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충북 청주지방법원 영동지원 경매법정.
농지 경매시장은 가격 하락을 넘어 정상적인 거래 기능마저 잃어가고 있었다.
21일 서울경제신문이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의뢰해 전국 법원 농지 경매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초부터 이달 19일까지 낙찰된 논밭·과수원 7395건 가운데 5008건(67.7%)이 감정가의 50% 이하에 매각됐다.
가뜩이나 얼어붙은 농지 경매시장에 전수조사를 둘러싼 혼란이 추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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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지원 농지 34건 중 응찰 4건뿐
전국 농지 매각가율 43.8% 그쳐
전수조사 맞물려 매수심리 더 냉각
담보 처분 지연·농가 자금난 우려



지난 20일 충북 청주지방법원 영동지원 경매법정. 영동군 매곡면 공수리에 있는 1107㎡(약 335평) 논의 최저매각가격이 740만 원까지 떨어졌지만 끝내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 논은 이미 일곱 차례 유찰된 물건이었다. 감정가의 21% 수준까지 값이 내려간 이날도 응찰자가 없어 여덟 번째 경매마저 무산됐다.
법정에 20명 가량이 자리잡았지만 입찰 경쟁은 한산했다. 경매라기보다 매수자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는 풍경에 가까웠다. 이날 논·밭·과수원 34건 가운데 응찰자가 나온 물건은 4건뿐이었다. 그마저 3건은 단독 입찰이었다. 인근 옥천군 한 아파트에 12명이 몰린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영동군 매곡면 어촌리의 한 밭은 일곱 번의 유찰 끝에 감정가의 22%에서 겨우 최고가매수신고인이 정해졌다.
법정에서 만난 지역 주민들은 “땅이 ‘똥값’ 됐다”며 탄식을 내뱉었다. 주민 A 씨는 “시골에는 땅을 주고 농사 지으라고 해도 사람이 없다”며 “갖고 있어 봐야 어차피 팔리지도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70대 영동 주민은 “젊었을 때는 열심히 땅을 마련하는 게 낙이었는데 지금은 애물단지가 됐다”면서 “은퇴 후 귀농을 계획하며 미리 농지를 사두던 사람들도 이제는 찾아보기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농지 경매시장은 가격 하락을 넘어 정상적인 거래 기능마저 잃어가고 있었다. 거듭된 유찰로 최저가격이 감정가의 20% 수준까지 내려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매수세가 실종된 탓이다. 가뜩이나 침체한 시장에 정부의 농지 전수조사까지 맞물리면서 향후 규제 부담과 정책 불확실성이 거래 위축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서울경제신문이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의뢰해 전국 법원 농지 경매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초부터 이달 19일까지 낙찰된 논밭·과수원 7395건 가운데 5008건(67.7%)이 감정가의 50% 이하에 매각됐다. 반값 이하 낙찰 비중은 2024년 42.5%에서 지난해 58.1%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도 9.6%포인트 증가했다. 2년 만에 25.2%포인트나 늘어난 것이다.
경매에 넘겨지는 농지는 늘지만 유찰만 반복되는 실정이다. 올해 전국 농지 경매는 4만 1941건으로 2024년 같은 기간(2만 7466건)보다 52.7% 증가했다. 반면 입찰에 부쳐진 건수 중 실제 팔린 비중인 매각률은 2024년 22.9%에서 지난해 19.5%를 거쳐 올해 17.6%로 떨어졌다. 올 들어 평균 응찰자 수도 1.78명에 그쳤다.
경매시장 침체는 전수조사가 시작된 이후 더욱 심화됐다. 올해 5월 18일부터 이달 19일까지 매각률은 16.4%로 조사 이전(19.1%)은 물론 지난해 같은 기간(19.3%)을 밑돌았다. 가뜩이나 얼어붙은 농지 경매시장에 전수조사를 둘러싼 혼란이 추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홍상 농정연구센터 이사장은 “농촌이 쇠퇴하는 구조적인 문제에 더해 명확한 사회적 합의나 방향성 없이 이뤄지는 농지 전수조사는 더 큰 시장 불안을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농지 경매시장의 거래 부진이 금융권의 채권 회수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담보로 잡은 농지가 유찰을 거듭하면 처분이 지연될 뿐더러 어렵사리 매각되더라도 회수액이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경매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금융기관의 손실 위험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농가의 자금 조달에도 물론 차질이 우려된다. 농지는 생산수단인 동시에 생활비와 영농자금을 마련하는 주요 자산으로 통한다. 농지가격 하락으로 담보가치가 떨어지면 대출 문턱이 높아져 농기계 구입이나 시설 투자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다시 농지 매입 여력을 떨어뜨려 시장 침체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전수조사가 이미 구조적으로 위축돼있는 농지 매수 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취득 이후 규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불안과 그로 인해 향후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 수요를 억누를 수 있다는 것이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농지를 사려던 사람들도 괜히 잘못 샀다가 불법 투기자로 몰리거나 규제 대상이 될까 걱정하게 된다”며 “전수조사 이후 거래시장이 더욱 냉각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정부 정책이 투기 단속에서 벗어나 실제 경작자에게 농지를 원활하게 공급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 이사장은 “농지를 미래 세대에까지 보전하고 효율적으로 이용하려면 정확한 데이터부터 구축해야 한다”며 “정부가 일부 투기적 취득은 엄격하게 관리하되 중장기 원칙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 역시 “우량 농지의 보전과 활용을 위해 상속·양도 관련 세제까지 아우르는 범부처 대책이 필요하다”며 “투기적 수요는 억제하되 청년농 등 신규 농업인이 적정한 가격에 땅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동건 기자 brassg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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