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손편지·종이신문 꺼낸 유통가…'휴먼 엣지' 마케팅 확산

박혜연 기자 2026. 10. 22.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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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광고와 상품 추천, 콘텐츠 제작까지 유통업계 전반에 확산하는 가운데 오히려 사람의 손길과 노력을 강조하는 마케팅이 주목받고 있다.

손글씨와 종이신문 등 아날로그적인 요소를 활용하거나 상품 개발에 담긴 사람의 이야기를 드러내 소비자와 차별화된 관계를 형성하려는 움직임이다.

소비자들도 AI가 제작한 콘텐츠와 사람이 만든 콘텐츠를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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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치즈버거 손편지·그래비티 종이 소식지…사람의 손길 강조
브랜드 간 유쾌한 디스전·실패 과정 공개도…진정성·소통 차별화
스타벅스 이대점 손 글씨 메뉴판(초크닷 인스타그램 갈무리), 그래비티 종이신문(그래비티 제공)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인공지능(AI)이 광고와 상품 추천, 콘텐츠 제작까지 유통업계 전반에 확산하는 가운데 오히려 사람의 손길과 노력을 강조하는 마케팅이 주목받고 있다.

손글씨와 종이신문 등 아날로그적인 요소를 활용하거나 상품 개발에 담긴 사람의 이야기를 드러내 소비자와 차별화된 관계를 형성하려는 움직임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통기업들은 제품이나 서비스뿐 아니라 이를 만드는 사람과 과정까지 보여주는 이른바 '휴먼 엣지'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휴먼 엣지는 AI가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인간 고유의 역량과 가치를 의미한다. 최근 출간된 '트렌드 코리아 2027'에서도 주요 소비 키워드로 제시됐다. 사람이 들인 시간과 노력, 제작 과정이 브랜드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배달 주문에 동봉한 직원들의 손편지(크라이치즈버거 아카이브 인스타그램 갈무리)

버거 봉투엔 손편지, 택배 상자엔 종이신문

대표적인 사례는 수제버거 브랜드 크라이치즈버거다. 단체 주문이 들어오면 대표와 매니저, 점장이 직접 작성한 손편지를 배달 봉투에 동봉한다.

일률적인 인쇄 문구 대신 주문 고객에게 직접 안부를 전하는 방식이다. 편지를 받은 고객이 답장을 보내며 브랜드와 소통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스타벅스 역시 손글씨를 활용해 브랜드의 초기 감성을 되살렸다. 과거 손글씨 메뉴판으로 알려졌던 스타벅스는 현재 대부분 매장에서 디지털 메뉴판을 사용하지만 국내 1호점인 이대점에서는 리뉴얼 이후 초창기 초크아트 메뉴판을 재현했다.

K-헤어케어 브랜드 그래비티는 종이신문을 활용한 마케팅에 나섰다.

이달 4면짜리 흑백 소식지 '탐구생활'을 창간해 온라인 주문 고객의 택배 상자에 동봉했다. 제품 개발에 참여한 과학자 4명을 소개하고 소비자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에 연구진이 직접 답하는 내용을 담았다.

제품의 기능뿐 아니라 개발에 참여한 사람과 연구 과정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초도 제작한 2만 부는 일주일 만에 소진됐다.

(지그재그, 무신사 인스타그램 갈무리)

유쾌한 디스전부터 실패담까지…사람의 이야기로 소통

기업들이 정형화된 홍보 문구를 벗어나 유머와 시행착오를 드러내는 사례도 있다.

지난 6월 무신사와 지그재그는 온라인에서 경쟁사를 패러디한 쿠폰 코드와 SNS 댓글로 이른바 '디스전'을 벌였다.

'무쉰사', '지긁재긁'이라는 쿠폰 코드를 선보이고 서로를 태그하며 "나와", "이거 때문에 야근한다"는 댓글을 주고받는 등 브랜드 담당자들이 직접 대화하는 듯한 방식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었다.

완성된 제품보다 개발 과정의 시행착오를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스웨덴 가구기업 이케아는 과거 실패한 제품과 개발 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콘텐츠로 소개하고 있다.

이 같은 사례는 사람의 개성과 고민, 시행착오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손편지 등 아날로그 마케팅과 맞닿아 있다.

(이케아 공식 웹사이트 갈무리)

소비자들도 AI가 제작한 콘텐츠와 사람이 만든 콘텐츠를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올해 전국 13~69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3.1%는 사람이 100% 제작한 광고에 더 호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AI 활용이 일상화할수록 기술적 완성도뿐 아니라 누가 어떤 고민과 노력을 들여 만들었는지도 브랜드를 선택하는 요소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AI가 많은 것을 대신하는 시대일수록 누가 어떤 고민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었는지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사람의 손길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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