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1호 인슐린 펌프’ 이오플로우, 美 소송전 승기 잡았지만…경영 정상화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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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두 번째이자 국내 최초로 일회용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를 상용화한 국내 의료기기 업체 이오플로우가 세계 최초 개발사인 미국 의료기기 업체 인슐렛과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승기를 잡았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지난 19일(현지 시각) 인슐렛이 이오플로우를 상대로 제기한 전원합의체 재심리 신청을 만장일치로 기각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국내 의료기기 벤처기업이 글로벌 선도기업과의 영업비밀 침해 분쟁에서 소송 시효를 다퉈 배상 위험을 줄인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2023년 5월에는 미국 의료기기 기업 메드트로닉과 인수합병(M&A) 계약을 체결했지만, 같은 해 8월 인슐렛이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메드트로닉은 12월 인수를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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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전액잠식에 거래정지 장기화…내년 4월까지 재무 개선해야
경쟁 제품 등장에 시장 환경도 변화…사업 정상화까지 ‘첩첩산중’
세계 두 번째이자 국내 최초로 일회용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를 상용화한 국내 의료기기 업체 이오플로우가 세계 최초 개발사인 미국 의료기기 업체 인슐렛과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승기를 잡았다. 미국 항소법원이 항소심 패소에 불복한 인슐렛의 전원합의체 재심리 신청을 최종 기각하면서다.
이번 판결로 3년 넘게 이어진 소송전에서 이오플로우는 거액의 배상 부담과 법적 불확실성을 덜게 됐다. 그러나 소송 장기화로 악화한 재무 상황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자본전액잠식에 따른 상장폐지 위기가 이어지는 데다, 소송 기간 경쟁 제품까지 등장했고 유럽에서도 특허 분쟁이 진행 중이다. 법적 리스크 해소가 실질적인 경영 정상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美법원, 인슐렛 재심리 신청 ‘만장일치 기각’…3년 소송전 승기
2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지난 19일(현지 시각) 인슐렛이 이오플로우를 상대로 제기한 전원합의체 재심리 신청을 만장일치로 기각했다. 인슐렛은 내년 1월까지 미국 연방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어 소송이 완전히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인슐린 펌프는 피부에 부착해 인슐린을 지속적으로 주입하는 의료기기로, 평생 인슐린을 투여해야 하는 제1형 당뇨병 환자의 주사 부담을 줄여준다. 인슐렛은 2005년 패치형 인슐린 펌프 ‘옴니팟’을 상용화하며 시장을 개척했고, 관련 특허를 다수 확보해 왔다. 이오플로우는 2019년 경쟁 제품인 ‘이오패치’를 출시했다.
이번 소송은 2023년 8월 인슐렛이 이오플로우를 상대로 미국 영업비밀보호법(DTSA) 위반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인슐렛은 이오플로우가 옴니팟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설계 자료와 제조 기술 등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2024년 12월 미국 배심원단은 인슐렛의 손을 들어주며 이오플로우에 4억5200만달러(한화 6340억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2025년 4월 1심 법원은 배상액을 5940만달러(약 870억원)로 낮춰 판결했다.
그러나 이오플로우가 소송 제기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항소하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은 2026년 5월 인슐렛이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인지했거나 인지했어야 할 시점부터 3년이 지난 뒤 소송을 제기했다고 판단해 1심 판결을 파기했다. 인슐렛이 이에 불복해 전원합의체 재심리를 신청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이오플로우가 다시 유리한 판단을 받았다.
인슐렛은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별도로 특허 침해도 주장해 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국내 의료기기 벤처기업이 글로벌 선도기업과의 영업비밀 침해 분쟁에서 소송 시효를 다퉈 배상 위험을 줄인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자본전액잠식에 거래정지 장기화…상장사 지위마저 ‘흔들’
문제는 소송에서 유리한 판단을 받았다고 경영 정상화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3년간 이어진 법적 분쟁으로 사업 확장에 차질이 생긴 데다 소송 비용과 운영 자금 부담도 커졌다.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주식 거래를 재개하는 것이 이오플로우의 과제다.
이오플로우는 2019년 일체형 인슐린 펌프 ‘이오패치’를 허가받은 뒤 유럽 10개국에서 판매 승인을 받고 중국 합작법인(JV)을 설립하는 등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2023년 5월에는 미국 의료기기 기업 메드트로닉과 인수합병(M&A) 계약을 체결했지만, 같은 해 8월 인슐렛이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메드트로닉은 12월 인수를 철회했다.
재무 상황도 악화했다. 지난해 3월 2024사업연도 감사보고서에서 감사범위 제한과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대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의견거절을 받으면서 1490원에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올해 3월에도 2025사업연도 재무제표에 대해 같은 이유로 의견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사유가 추가됐다.
지난달 2024사업연도 재감사에서 감사의견은 ‘적정’으로 바뀌었지만, 재무구조는 오히려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결 기준 순자산은 224억원 적자로 돌아서 자본전액잠식 상태가 확인됐다. 영업손실은 735억원, 당기순손실은 919억원으로 확대됐다. 감사의견이 적정으로 바뀌더라도 자본잠식이 해소되지 않으면 거래 재개는 어렵다.
상장폐지 위기는 일단 피했다.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올해 8월 이오플로우의 상장폐지를 의결했지만, 회사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이달 8일 6개월의 개선기간을 부여했다. 개선기간은 2027년 4월 8일까지다.
개선기간을 확보하는 데는 특허권 확보를 위한 자금 조달도 영향을 미쳤다. 이오플로우는 사업 재개에 필요한 특허권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주요 특허권을 매각했던 아이피브이를 대상으로 26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완료했다. 아이피브이에 신주를 발행하고 그 대가로 특허권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경쟁 제품 잇단 출시에 시장 변화까지…사업 회복 ‘미지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유리한 판단을 받았지만,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3년간 법적 분쟁이 이어지는 동안 경쟁 제품이 등장했고 당뇨병 치료 시장도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오플로우가 사업을 재개하더라도 경쟁이 치열해진 시장에서 입지를 되찾아야 한다. 케어메디는 아이센스의 연속혈당측정기(CGM) ‘케어센스 에어’와 데이터를 연동하는 인슐린 펌프 ‘케어레보’를 출시했고, 큐어스트림도 CGM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슐린 투여량을 자동 계산하는 알고리즘을 탑재한 제품으로 시장에 합류했다.
비만·당뇨병 치료제 시장의 변화도 변수다.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약물은 혈당 조절과 체중 감소 효과를 앞세워 제2형 당뇨병 치료에서 빠르게 입지를 넓히고 있다. 약물 치료를 선택하는 환자가 늘면 일부 환자군에서 인슐린 치료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경구 섭취로 혈당을 조절하는 ‘스마트 생균제’ 등 새로운 치료 기술도 등장하면서 장기적인 시장 변화에도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GLP-1 계열 비만·당뇨병 치료제가 일부 환자의 인슐린 치료 수요를 줄일 수는 있지만, 제1형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 투여가 필수적이어서 인슐린 펌프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
시장에서는 사업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민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경쟁 심화와 거래정지를 회복의 걸림돌로 꼽았다. 신 연구원은 “기존 매출의 70~80%가 수출에서 나왔는데, 그사이 경쟁 제품도 등장했다”며 “주식 거래가 정지되면 기관투자자들이 내부 규정상 투자를 제한받는 경우가 있어 시장의 관심을 다시 끌어오는 데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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