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니] 반세기 유산균 연구, hy 중앙연구소가 키운 ‘토종 균주’ 경쟁력

신단아 기자 2026. 10. 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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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균주 의존에서 자체 연구로
50년간 축적한 프로바이오틱스 자산
정희철 프로바이오틱스팀 책임연구원이 인삼에서 유래한 유산균을 소개하고 있다. (신단아 기자)

“유산균을 돈 주고 사 먹는다고?”

1976년, 한국에서 유산균은 그런 존재였다. 끼니 해결이 먼저인 시대에 미생물을 사 먹는 일은 사치에 가까웠다. 그해 hy는 ‘유산균 국산화’를 내걸고 연구소를 세웠다. 국내 식품업계 최초의 기업 부설 연구소다. 올해로 50년, 지난 21일 경기 용인시 hy 중앙연구소를 찾았다.

배윤강 연구기획팀 차장은 연구소 설립 배경에 대해 “당시에는 유산균을 돈 주고 사 먹는 것을 등한시하던 시대였다”며 “처음에는 우리도 외국 균주를 들여와 사용했지만, 자체 균주를 만들어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고 말했다. 

외국에서 개발한 균주를 들여다 쓰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배 차장은 “결국 기술 경쟁력이 이 분야를 이끌 것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자체 균주를 확보하고 연구 역량을 축적하는 것이 장기적인 경쟁력의 출발점이라고 본 것이다.

그 판단은 50년간 축적한 연구 자산으로 이어졌다. hy가 확보한 균주는 약 5100종에 이르며, 관련 특허도 꾸준히 늘어 현재 147건이 등록돼 있다. 

연구소가 균주를 확보하는 과정에는 한국인의 장내 미생물에 대한 연구도 자리하고 있다. 연구진은 한국인의 분변에서 유산균을 분리하고 특성을 분석해 연구 자원으로 확보한다. 배 차장은 “그만큼 한국인에게 특화된 균주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균주 라이브러리’ 내부에 보관 중인 균주들. (신단아 기자)
‘균주 라이브러리’ 내부에 보관 중인 균주들. (신단아 기자)

◇ 영하 80도 냉동고에 잠든 5100종⋯ 한국인 분변에서 찾은 연구 자산

hy는 1995년 한국형 비피더스 균주 HY8001을 개발해 발효유에 적용했다. 그 뒤 연구 영역은 장 건강을 중심으로 한 프로바이오틱스에서 피부와 체지방, 면역, 근력, 간 건강, 반려동물 분야 등으로 확장됐다. 

연구실에서 만난 균주 가운데 올해 면역 기능성 개별인정형 원료로 인정받은 ‘HY7017’이 있었다. 이 균주의 출발점은 인삼이다.

정희철 프로바이오틱스팀 책임연구원은 “HY7017은 인삼에서 유래한 유산균으로 전 세계적으로 인삼 유래 프로바이오틱스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인삼에서 균을 분리해 정제해 면역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능성을 확보한 유산균“이라고 설명했다. 

반세기 동안 쌓아온 hy의 유산균 연구는 영하 80도의 냉동고 속에 보관돼 있었다. 연구소 한편에 자리한 ‘균주 라이브러리’에는 hy가 확보한 프로바이오틱스 균주 약 5100종이 잠들어 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미생물이지만 피부 건강과 체지방 관리 등 다양한 기능성 원료 개발의 출발점이 되는 연구 자산이다.

균주 HY7017이 균 집락을 형성한 모습. (신단아 기자)

균주 자원을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해 보관 장소도 분산했다. 연구소에 두 곳, 공장에 한 곳 등 총 세 곳에 나눠 보관해 화재와 같은 예기치 못한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균주 라이브러리는 관리가 필요한 공간인 만큼 출입도 제한된다.

보관된 균주를 확인하는 작업은 현미경 관찰로 이어졌다. 연구원은 광학현미경으로 균을 최대 4000배까지 확대해 형태를 살핀다고 설명했다. 균종에 따라 둥근 형태를 띠거나 길쭉한 형태를 보이는 등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살아 있는 균뿐 아니라 사균체의 수도 확인하는 등 관리 범위를 넓히고 있다.

프로바이오틱스 염증 반응 실험. (신단아 기자)
신소재개발팀에서 균주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며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신단아 기자)

라이브러리에 축적한 자원 가운데 실제로 유용한 기능성을 지닌 균주를 찾아내는 과정이 뒤따른다. 신소재개발팀은 각 균주가 어떤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실험을 통해 검증한다.

최근 연구 관심 분야 가운데 하나는 노화다. 나이가 들면서 체내 염증 반응과 대사 기능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프로바이오틱스가 이러한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 있다.

실험은 면역세포에 염증을 유도하는 물질을 처리한 뒤 프로바이오틱스 관련 시료를 적용하고, 반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날 시연에서도 염증을 유도하지 않은 세포군과 염증 유도 물질을 처리한 세포군, 양성대조군, 프로바이오틱스 관련 시료를 처리한 세포군의 결과를 비교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지웅 신소재개발팀 책임연구원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라이브러리에 보유한 여러 프로바이오틱스 가운데 어떤 균주가 우수한지, 비교 물질과 견줬을 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고 선별한다”고 설명했다.

hy 중앙연구소의 ‘파일럿 플랜트’에서 연구진이 배양액을 추출하고 있다. (신단아 기자)
추출된 배양액. (신단아 기자)

◇ 시큼한 배양액에 맛을 입히다⋯ 연구실에서 제품으로

실험실을 옮기자 연구 대상이었던 균주가 소비자가 마시는 제품으로 구현되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앞선 연구팀이 균주의 기능성을 발굴하고 검증한다면, 이곳은 그 연구 성과를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기능성이 뛰어난 균주를 확보했다고 곧바로 제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가 부담 없이 섭취할 수 있도록 맛과 향을 조정하고, 마시기 편한 제형으로 구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발효 직후의 배양액은 두부를 으깨 놓은 듯 거칠었다. 그대로 마시기에는 식감이 균일하지 않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적용하는 공정이 고압 균질화다. 압력을 가해 입자와 덩어리를 잘게 분산시켜 배양액의 질감을 균일하게 만드는 것이다.

맛도 제품화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변수다. 균주가 가진 기능성을 유지하면서 소비자가 선호하는 맛과 향을 구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직접 배양액을 시음해 봤다. 입안에 들어오자마자 시큼한 맛이 느껴졌다. 익숙한 발효유의 달콤함보다는 치즈를 액체 형태로 마시는 듯한 인상에 가까웠다. 원료가 지닌 특유의 맛을 소비자가 선호하는 제품의 풍미로 바꾸는 과정이 왜 필요한지 짐작할 수 있었다.

배양액에 향료와 농축액을 넣어 직접 발효 음료를 만들어 보는 체험. (신단아 기자)

참가자들이 직접 발효 음료를 만들어 보는 체험도 이어졌다. 배양액에 향료와 농축액을 넣어 맛을 조합하는 방식이었다. 딸기·복숭아·포도처럼 익숙한 향부터 멜론·핑크구아바·패션프루트·망고까지 선택지도 다양했다.

향료와 농축액을 달리해 맛을 보니 음료의 인상도 달라졌다. 어떤 조합에서는 과일 특유의 향이 먼저 느껴졌고, 다른 조합에서는 발효액의 새콤한 맛과 어우러지며 색다른 풍미가 나타났다. 기능성 원료를 소비자가 즐겨 찾는 제품으로 만들려면 균주의 기능성뿐 아니라 맛과 향의 조합까지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었다.

최지훈 유제품팀 책임연구원은 제품마다 사용하는 균주가 다르며, 이에 따라 배양액의 맛과 풍미도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균주가 발효 과정에서 서로 다른 대사산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최 연구원은 “제품마다 사용하는 균주가 다르고, 균주가 자라면서 만들어내는 대사산물도 달라 풍미와 맛에 차이가 생긴다”며 “제품 콘셉트와 마케팅 방향에 맞춰 어떤 맛을 구현할지 논의하고, 그에 맞는 균주를 다양하게 검토한다”고 말했다.

신맛을 강조한 제품을 개발하는 등 맛의 방향을 달리하는 시도도 이어졌다. 최 연구원은 “2~3년 전에는 얼려 먹는 야쿠르트를 아주 시게 만들어보자는 콘셉트로 제품을 개발한 적도 있다”며 “향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맛이 강해지기도 하고, 반대로 어울리지 않는 맛이 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조합을 찾아내는 것이 기술이자 노하우”라고 강조했다.

기능성이 확장된 프로바이오틱스 엠프로 제품들. (신단아 기자)

◇ 장 건강 넘어 근력·인지 기능까지⋯ 마이크로바이옴으로 확장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연구의 다음 가능성을 탐색하는 신성장팀이다. 균주를 발굴하고 기능성을 검증해 제품으로 만드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프로바이오틱스가 기존에 알려진 장 건강 외에 어떤 영역까지 활용될 수 있는지 살펴보는 곳이다.

최일동 신성장팀 팀장은 최근 소비자의 관심이 프로바이오틱스의 함량에서 기능성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팀장은 “예전에는 제품에 유산균이 100억 마리 들어 있는지, 500억 마리 들어 있는지가 제품의 의미를 부여하는 요소였다”며 “최근에는 장 건강을 기본으로 하면서 어떤 프로바이오틱스를 사용해 기능성을 확장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현재 근력과 여성 건강, 면역 조절을 비롯해 인지 기능과 기억력, 스트레스 관련 분야까지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면역 증진뿐 아니라 과도한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방향의 연구도 진행 중이다.

연구의 중심에는 마이크로바이옴이 있다.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뜻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은 개별 균주의 기능을 넘어 인체와 미생물 사이의 상호작용을 살피는 개념이다. 특정 프로바이오틱스가 장내 유익균의 구성과 미생물 간 균형,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물질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이러한 변화가 인체 건강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연구한다.

프로바이오틱스의 역할을 장 건강에만 한정하지 않고, 장내 미생물과 다른 인체 기관 사이의 연관성으로 확장해 살펴보는 접근이다.

최 팀장은 “프로바이오틱스가 장 건강을 넘어 다양한 기능성과 연결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축적되고 있다”며 “근력과 여성 건강, 인지 기능 등 여러 분야에서 가능성을 확인하고 하나씩 연구 영역을 넓혀가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최일동 신성장팀 팀장이 대장모사시스템 설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단아 기자)

실험실 한쪽에는 인체의 대장 환경을 재현한 ‘대장모사시스템’이 자리하고 있었다. 실제 분변을 활용해 장내 미생물의 변화를 관찰하는 곳인 만큼 실험실 안에는 특유의 쿰쿰한 냄새가 감돌았다.

투명한 통 세 개는 인체 대장의 상행결장·횡행결장·하행결장에 해당하는 환경을 구현한다. 대장은 부위마다 산도(pH)와 산소 농도, 미생물 구성, 영양분 상태 등이 다르다. 연구진은 인체 내부의 장 환경을 직접 관찰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표준화한 대장 환경을 실험실에 구축하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추적한다.

최 팀장은 “장내 pH와 산소 농도, 미생물 구성, 영양분 상태 등은 부위별로 다르다”며 “이를 상행·횡행·하행결장으로 구분해 각 환경에 맞는 조건을 외부에 재현하고, 마이크로바이옴의 실시간 변화를 모니터링하며 연구하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이어 “식품업계에서 이런 시스템을 갖춘 곳은 현재까지 파악하기로는 우리가 유일하다”고 덧붙였다.

반세기 전만 해도 유산균을 돈 주고 사 먹는다는 생각은 낯설었다. 이제 hy는 유산균을 얼마나 넣을 것인가를 넘어 어떤 균주가 어떤 기능을 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어디까지 넓힐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영하 80도의 냉동고에 잠든 작은 균들이 다음에는 어떤 건강의 가능성으로 깨어날지, 연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신단아 기자 shindan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