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내성균 잡는 바이러스, AI로 설계해 환자에 첫 투여

문혜원 기자 2026. 10. 22.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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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바이오 스타트업이 인공지능(AI)이 설계한 바이러스를 실제 환자에게 투여했다고 발표했다. AI가 설계한 자연에 없는 바이러스를 환자 치료에 사용한 첫 사례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바이오 스타트업 '래디컬 뉴메릭스'는 AI를 활용해 설계한 박테리오파지를 중증 세균 감염 환자에게 투여했다고 밝혔다.

브랜던 베리힐 스웨덴 웁살라대 진화미생물학 박사후연구원은 "AI가 설계한 박테리오파지가 실제 치료에 효과를 보일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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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스타트업 래디컬뉴메릭스
미국 바이오 스타트업 '래디컬 뉴메릭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설계한 박테리오파지를 중증 세균 감염 환자에게 투여하는 치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래디컬 뉴메릭스 유튜브 캡쳐

미국 바이오 스타트업이 인공지능(AI)이 설계한 바이러스를 실제 환자에게 투여했다고 발표했다. AI가 설계한 자연에 없는 바이러스를 환자 치료에 사용한 첫 사례다. 투여받은 환자에게서 치료 효과가 나타났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바이오 스타트업 '래디컬 뉴메릭스'는 AI를 활용해 설계한 박테리오파지를 중증 세균 감염 환자에게 투여했다고 밝혔다. 박테리오파지는 세균을 감염시켜 죽이는 바이러스다.

래디컬 뉴메릭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아 치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환자의 상태나 치료를 진행한 의료진 등 구체적인 임상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한 세균 감염 치료는 100년 넘게 연구됐다. 최근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세균이 전세계적으로 증가하면서 항생제를 대체하거나 보완할 새로운 치료법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박테리오파지는 종류에 따라 감염시킬 수 있는 세균 종류가 제한적이다. 환자에게 적합한 박테리오파지를 찾으려면 다양한 박테리오파지를 확보한 뒤 실제 감염균을 죽일 수 있는지 일일이 검사해야 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래디컬 뉴메릭스 연구진은 번거로운 검사 절차를 줄이고자 AI로 환자의 감염균에 맞는 박테리오파지를 직접 설계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미국 비영리 연구기관 '아크 인스티튜트'는 지난해 수백만 개의 디옥시리보핵산(DNA) 서열을 학습한 유전체 설계 AI 모델 '이보(Evo) 1·2'를 개발했다. 지난 8월에는 미국 스탠퍼드대와 함께 이보 1·2로 새로운 박테리오파지 유전체를 설계·구현하는 데 성공하고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공개했다.

연구팀이 박테리오파지 유전체 생성을 요청하자 이보 1·2는 약 70만 개의 바이러스 유전체를 설계했다. 이 중 285개를 실제 DNA로 합성해 대장균에 넣어 실험한 결과 16개 유전체가 실제 바이러스를 생성했다.

래디컬 뉴메릭스는 이보2 개발에 참여한 연구자 3명이 모여 설립한 기업이다. 래디컬 뉴메릭스는 지난 6월 DNA 서열뿐 아니라 단백질 구조와 유전자 발현 조절에 관여하는 분자 정보까지 학습하는 AI 모델 '옴니'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옴니를 활용해 대장균을 감염시키는 박테리오파지 'T7'을 변형했다. T7은 다리처럼 생긴 돌기 6개로 세균 표면에 달라붙은 뒤 DNA를 세균 내부에 주입해 감염시킨다.

옴니는 T7의 다리 구조를 바꾸는 새로운 바이러스 유전자를 설계했다. 일부 변형된 돌기는 자연에 존재하는 구조와 상당히 달랐다.

연구진은 한 중증 세균 감염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과 협력했다. 이 환자는 알려진 모든 항생제와 박테리오파지에 저항성을 보이는 대장균에 감염됐다.

연구진은 환자의 감염균 정보를 옴니에 학습시키고 감염균 표면에 달라붙을 수 있는 T7 박테리오파지를 설계하도록 했다. AI가 생성한 유전체를 토대로 실제 DNA를 합성해 세균에 넣자 새로운 박테리오파지가 만들어졌다.

연구진에 따르면 새로운 박테리오파지는 실험실에서 목표 세균을 감염시키고 죽이는 데 성공했다. 안전성 검사를 거친 뒤 의료진에게 전달됐으며 FDA의 허가를 받아 환자에게 투여됐다.

실제 치료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서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래디컬 뉴메릭스는 세부적인 임상 정보를 공개하기를 거부했고 관련 기술 보고서는 자체 홈페이지에만 공개됐다. 동료평가를 거치지 않았고 학술지에 게재되지 않았다.

브랜던 베리힐 스웨덴 웁살라대 진화미생물학 박사후연구원은 "AI가 설계한 박테리오파지가 실제 치료에 효과를 보일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험실에서 측정한 수치만으로는 얼마나 효과적으로 실제 감염을 억제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설령 치료에 성공하더라도 AI를 활용해 박테리오파지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박테리오파지 치료법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요인을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베리힐은 "아직 박테리오파지 치료의 작동 원리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마이클 베임 미국 하버드대 미생물학 부교수는 "효과가 나타난다면 놀라운 성과"라면서도 치료가 끝나고 박테리오파지의 특성을 검증할 수 있을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박테리오파지 치료에는 수일에서 수주가 걸릴 수 있으며 감염 재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수개월간 환자를 관찰해야 한다.

래디컬 뉴메릭스는 치료가 성공하면 환자의 감염균에 맞는 박테리오파지를 설계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에릭 응우옌 래디컬 뉴메릭스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며칠 안에 이를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radicalnumerics.ai/blog/omnii-phage

[문혜원 기자 moon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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