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청년에 月83만원 주고 구직 돕지만… 안정적 취업 30%도 안돼

팀장 권기범 기자 2026. 10. 22.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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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취소됐다.' '부자들을 잡아먹자(EAT THE RICH).'

20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거리를 메운 청년들의 손팻말에는 분노와 체념이 함께 적혀 있었다.

파리를 넘어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하는 시위의 배경에는 미래에 대한 청년 세대의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다.

마우리치오 아란다 프랑스 고용·노동연구센터(CEET) 연구원은 "2024년 파리 올림픽 때 CEJ 참여 청년에게 보안요원 일자리를 줬지만 고작 몇 주짜리 단기직에 급여도 낮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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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에서 밀려난 청년들] 〈4〉 미래 불안에 폭발한 佛청년들
2022년부터 수당 주고 직업훈련
작년에만 청년 29만명 참여에도… 예산 3년새 15% 삭감, 취업 줄어
“생계비 지원 넘어 일자리 연계해야”
17일 프랑스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시위대가 고물가와 공공 서비스 악화, 정부의 긴축 재정 등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반정부 시위는 마르세유, 리옹 등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해 정부 추산 약 50만 명이 참가했다. 파리=신화 뉴시스
‘내일은 취소됐다.’ ‘부자들을 잡아먹자(EAT THE RICH).’

20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거리를 메운 청년들의 손팻말에는 분노와 체념이 함께 적혀 있었다. 지난달 교육 여건 악화와 정부 긴축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학생 시위는 이달 17일부터 대규모로 확대됐다.

파리에서 석사 과정을 밟는 카미유(가명·22) 씨는 “부모님 세대에는 자녀가 부모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게 당연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에선 갈수록 더 많은 경력을 요구하는데, 갓 졸업한 학생에게 경력이 있을 리 없다”고 했다.

파리를 넘어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하는 시위의 배경에는 미래에 대한 청년 세대의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생계수당과 직업훈련을 묶어 ‘다시 시작할 시간’을 마련해 주고 있지만 젊은 층의 불안을 잠재우지 못한 것.

● “월급은 그대로인데 월세는 뛰어”

프랑스는 연금 지출이 국내총생산(GDP)의 13%를 넘을 만큼 고령층 사회보장에 많은 재원을 쓰는 나라다. 반면 노동시장에 들어서는 청년들은 높은 실업률과 불안정한 일자리, 치솟는 생활비에 직면해 있다. 한국 역시 반도체 호황 속에서도 청년 취업자가 47개월째 줄고 있다.

30대 초반의 막심(가명) 씨는 화학석사 학위를 받고 반년 만에야 파리가 아닌 북동부 낭시에서 첫 직장을 구했다. 그는 “석사 학위가 있으면 빨리 취업해 학력에 맞는 급여를 받을 줄 알았지만 노동시장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았다”고 했다. 일자리를 구해도 독립은 또 다른 문제다. 파리 소르본대에 다니는 알렉산드라 잘뤼 씨는 “월급은 10년 전 그대로인데 물가는 올랐다”며 “파리는 작은 원룸도 월세가 700유로(약 105만 원) 안팎이라 월급이 주거비로 다 나간다”고 했다.

6월 학업을 마치고 광고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엘리엇 씨(24)는 “급여가 낮은 일자리에도 여러 단계의 채용 절차를 거쳐야 하고, 기업이 정규직 대신 인턴을 반복해서 채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프랑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던 건 아니다. 프랑스는 2022년 ‘청년참여계약(CEJ)’을 도입해 일자리나 교육·훈련에서 멀어진 16∼25세 청년에게 전담 상담사를 붙여 구직 계획을 함께 짜고 직업훈련 등을 제공한다. 청년은 주당 15∼20시간 구직 활동 등에 참여하고 소득과 나이에 따라 월 최대 약 560유로(약 83만 원)의 생계수당을 받는다. 지난해 새로 참여한 청년은 28만8933명이다.

지난달 22일 프랑스 파리의 구직 지원 공공기관 ‘프랑스 트라바이’에서 파투 씨(오른쪽)가 구직 상담을 받고 있다. 파리=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
지난달 22일 파리 근교 몽트뢰유의 공공고용서비스 기관 ‘프랑스 트라바이(France Travail)’에서 만난 청년들은 개인 상황에 맞춘 상담을 CEJ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어린이집 보육 보조원으로 1년가량 일한 파투 씨(19)는 간호조무사로 진로를 바꾸려고 CEJ에 참여했다. 전담 상담사 이크람 씨(28)는 직업 전환에 필요한 행정 절차를 안내했고, 현장 체험도 연결해 주기로 했다. 파투 씨는 “상담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한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낀다”고 했다. 지난달 말부터 참여하고 있는 라얀 씨(25)는 “생계수당으로 채용 행사에 갈 교통비와 면접용 옷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 예산 줄어드는 사이 ‘안정적 취업’도 뒷걸음

문제는 프랑스 정부가 재정 압박으로 CEJ 규모를 줄이고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 상원의 2026년 예산안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CEJ 생계수당 예산은 올해 7억5500만 유로(약 1조1200억 원)로 3년 새 15.0% 삭감됐다. 연간 신규 참여 목표도 같은 기간 30만 명에서 26만8840명으로 줄였다. 상원은 CEJ가 요건을 갖춘 청년이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권리로 설계됐는데도 정부가 참여 인원에 상한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과도 뒷걸음질 치고 있다. 프로그램을 마치고 6개월 뒤 정규직 등 안정적 일자리를 찾은 청년 비율은 2023년 33.3%에서 지난해 28.5%로 떨어졌다. 마우리치오 아란다 프랑스 고용·노동연구센터(CEET) 연구원은 “2024년 파리 올림픽 때 CEJ 참여 청년에게 보안요원 일자리를 줬지만 고작 몇 주짜리 단기직에 급여도 낮았다”고 설명했다. 진로를 고민할 시간은 생겨도 고를 수 있는 일자리 자체가 적다는 것이다.

정부 지원에 대한 청년들의 불신도 깊다. CEJ를 처음 들어 봤다는 잘뤼 씨는 “제도 내용만 보면 천국 같지만 실제로는 이대로 지원되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결국 청년에게 생계비뿐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로 이어 줄 체계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현지에서도 나온다. 마틸드 바뒤플 유럽대학원(EUI) 연구원은 “CEJ가 청년의 일자리 복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건 확인했지만 오래 지속되는 일자리로 이어지는 효과는 뚜렷하지 않았다”며 “취업을 가로막는 주변 장애물을 없앨 수 있도록 지역 기관이 손잡고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특별취재팀
▽팀장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타이베이=조승연, 헬싱키=고진영 기자,
파리=김다인 기자 유근형 특파원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팀장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타이베이=조승연 기자 cho@donga.com
헬싱키=고진영 기자 goreal@donga.com
파리=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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