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 도발 한달 된 날, 김여정 “이달 중 확성기 가동”
“새로운 화력 부대들 진지 구축“... 방사포·장사정포 배치 가능성
‘콘크리트 방벽’ 처음 공개한 北… “새 진지에 사냥조 투입”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장이 21일 북한군의 군사분계선(MDL) 침범에 대응하는 우리 군의 경고 방송과 경고 사격을 문제 삼아 이달 중 대남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1일 북한군이 MDL 이남 우리 측 비무장지대(DMZ)에 매설한 지뢰가 폭발해 우리 군 3명이 부상당한 지 꼭 한 달 되는 날, 북한이 먼저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를 선언한 것이다.
이날 저녁 공개한 담화에서 김여정은 우리 군이 이날도 “적어도 두 곳”에서 경고 방송·사격을 했다며 “10월 중으로 대한국(對韓國) 심리전 확성기들이 전(全) 국경선에서 가동 상태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우리의 전술적 사냥조들은 새로운 진지들을 차지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중무장 화력 보병 등을 새로 배치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여정은 이날 새벽 포병 전문가인 박정천 국방성 고문, 인민군 총참모부 주요 지휘관들과 MDL 일대의 이른바 ‘남부 국경 요새화’ 현장도 시찰했다. 이 자리에서 김여정은 “우리의 새로운 화력구분대(火力區分隊)들이 사격 진지를 차지한 것을 (남측이) 알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북한군의 화력구분대는 통상 방사포(放射砲)나 장사정포(長射程砲), 탄도미사일 이동식 발사대 등을 운용하는 부대로, 신형 방사포나 장사정포를 배치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2015년 목함지뢰 도발 후 우리 측의 ‘자작극’이라며 포격 도발에 나섰던 북한이 이번에도 오히려 긴장을 고조시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콘크리트 방벽’ 처음 공개한 北… “새 진지에 사냥조 투입”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남북 적대적 두 국가론’에 따라 2024년 4월부터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철책과 대전차 방벽, 지뢰 지대를 조성해 온 북한이 고위급 인사들의 현장 방문 사실을 공개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이날 전류가 흐르게 설계된 철책 등을 둘러본 김여정은 “국가수반은 영토주권을 행사하는 데 단 한 치의 양보도 없어야 한다고 명령했다”며 “남부국경 영구화의 역사적 공정은 절대로 거스를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군이 MDL을 월선해 지뢰 매설 등을 하는 것은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유엔군사령부의 판단에도 이런 작전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김여정은 지난 19일 우리 군이 MDL을 침범하는 북한군을 향해 경고 방송·사격을 하는 것을 비난하며, ‘전술적 타격 수단의 국경선 부근 증강 배치’와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틀 만에 ‘전술적 사냥조’와 ‘새로운 화력구분대’를 배치했다고 공개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술적 사냥조’란 기관총 이상의 중무장 화력 보병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김여정과 동행한 박정천은 총참모부 화력지휘국장과 포병사령부 사령관을 지낸 전문가로, 신형 방사포와 장사정포 등 포병 전력이 보강됐을 가능성도 있다. 박정천은 이날 북한군의 MDL 월선은 우리 측의 “억지 주장”이라며 “적이 경고 방송과 경고 사격에 이어 앞으로 우리 군인들을 향해 실제 안전을 위협하는 도발을 해올 때에는 절대로 용납하지 말고 즉시 반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5년 목함지뢰 도발 후에도 북한은 우리 측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하며 고사총과 직사화기 등을 우리 측 대북 확성기 쪽으로 발사하는 도발에 나섰다. 당시 정부는 MDL 북쪽 500m 지점을 향해 K9 자주포 29발을 발사하며 대응한 끝에 북한의 ‘유감 표명’을 받아냈었다.
지난달 21일 지뢰 폭발 이후 우리 정부가 북측에 책임을 묻는 확고한 상응 조치를 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오히려 MDL 일대 통제력을 확대할 목적으로 대남 위협 수위를 높일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날 시찰에 대해 “김정은이 가장 신임하는 군부 실세 박정천과 분신이나 다를 바 없는 김여정을 현장에 파견해 북한군 사기를 진작하고 대남 군사 위협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군이 새 전력을 배치한 진지가 DMZ 내·외부 중 어느 쪽에 있는지는 이날 확인되지 않았다. 만약 북한이 DMZ 내부에 중화기를 배치했다면, 정전협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통상 유엔군사령부는 이런 경우 퇴거를 요구하고, 이에 북한이 응하지 않으면 추가 조치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날 사람 키를 훌쩍 뛰어넘는 콘크리트 방벽 사진도 공개했다. 북한군이 MDL 북쪽 2㎞ 지점 북방한계선 일대에 조성한 대전차 방벽의 북측 후면부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황해도 개성 판문점 부근과 경기도 파주 적성 북쪽, 강원도 평강과 고성 북쪽 등 네 곳에 각각 약 2.5㎞ 길이 대전차 방벽이 조성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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