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도 포기한 ‘주 69시간’ 노동 길 터…‘초광역특구법’ 독소조항 수두룩

박다해 기자 2026. 10. 21.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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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를 뒷받침하겠다며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지방주도성장을 위한 초광역권 전략산업특구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초광역특구법)을 두고 21일 시민사회 전반이 이렇게 반발하는 이유는, 최소한의 기본권과 공공성조차 '규제'로 보고 '선'을 넘는 내용이 법안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평균 노동시간'만 주 52시간을 넘지 않으면 정해진 기간 동안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는 게 가능한데, 초광역특구법은 이를 모두 최대 6개월로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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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법안’ 왜 문제인가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조합원들이 21일 오후 경기 김포시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초광역특구법안을 발의한 박 의원을 규탄하고 있다. 민주노총 제공

“보수 정부마저도 주저했던 조항을 한번에 넣어 사회를 퇴행시키는 ‘악법’으로, 이대로면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이 ‘노동법 무풍지대’가 될 것이다.”(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

이재명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를 뒷받침하겠다며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지방주도성장을 위한 초광역권 전략산업특구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초광역특구법)을 두고 21일 시민사회 전반이 이렇게 반발하는 이유는, 최소한의 기본권과 공공성조차 ‘규제’로 보고 ‘선’을 넘는 내용이 법안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산업특구 조성 앞세운 위헌적 법률

초광역특구법은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을 ‘초광역특구’로 지정해 대규모 산업특구를 조성하고, 각종 규제 특례를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정부·여당은 현재 노사정이 참여하는 ‘메가특구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토대로 연내 법 제정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사회적 대화가 본격화하기도 전에 전대미문의 법안을 내놓으면서 큰 진통이 예상된다.

박상혁 의원 안에서 노동계가 가장 문제 삼는 조항은 ‘수당과 상여금을 포함한 근로소득 상위 3%’인 ‘관리자’와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한테 근로기준법상 주 최대 52시간인 노동시간 상한과 휴게시간·유급휴일을 적용하지 않고,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한 132조다. 애초 정부·여당에선 고소득 연구개발직에만 이를 적용하려 했으나, 폭을 크게 넓힌 것이다. 이렇게 되면, 통상 연봉 1억4천만원 선인 대기업 부장급 이상 노동자가 대부분 해당되고, 사회복지·보건·교육·법률·행정·금융·문화스포츠 등 전 분야 전문직도 장시간 노동에 노출될 수 있다. 게다가 이 법안은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조건으로 ‘노동자 개인과의 서면합의’만 제시하고 휴게 의무 등 건강보호조치는 시행령에 모두 위임했다. 김상은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는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는 헌법 32조에 배치되는 위헌적 법률”이라고 비판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6개월 이내’로 일률적으로 연장한 133조도 논란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으로 선택근로를 하는 노동자는 1개월 이내(연구개발직은 3개월) 단위로 정해진 총 노동시간 안에서 업무 시작·종료 시각과 하루 노동시간을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평균 노동시간’만 주 52시간을 넘지 않으면 정해진 기간 동안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는 게 가능한데, 초광역특구법은 이를 모두 최대 6개월로 확대했다. 6개월을 26주로 가정하면, 13주 동안 매주 69시간 일하고 나머지 절반은 주 35시간 일하면 된다는 얘기다. 김성희 소장은 “주 69시간 근무는 윤석열 정부조차 반발에 부딪혀 도입을 포기한 사안”이라며 “장시간 노동은 기업의 경쟁력도 될 수 없는데다 특히 하청업체 등 열악한 조건의 노동자에게 피해가 집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불어민주당 메가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기간제 노동자를 최대 4년까지 쓸 수 있도록 한 134조는 ‘2년을 초과한 기간제 노동자’는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간주하는 기간제법 취지 자체를 거스르는 내용일뿐더러,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내건 특구의 취지와도 어긋난다. 외국인 투자 기업엔 파견법 적용을 배제해, 파견 대상 업무와 기간을 확대한 조항도 문제적이다. 기업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경우 유해화학물질의 명칭을 비공개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두고는 “신규 화학물질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게 반도체 산업인데 노동자는 물론 지역 주민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해정보를 비공개하겠다는 것”(이종란 반올림 노무사)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영리병원·영재학교는 왜?


박상혁 의원 안엔 외국인이 설립한 법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제61조)와 외국인전용약국 개설을 허용하는 특례(제62조)가 담겼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기관은 의료인과 비영리법인, 정부·공공기관 등 공적 성격을 띤 주체만 개설할 수 있는데,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법 제정 때와 마찬가지로 외국인한테도 문을 열어준 것이다. 제주도의 경우 외국인 설립 의료기관은 건강보험 적용을 안 받아 영리병원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번 법안은 관련 내용을 명기하진 않았다. 하지만 나백주 을지대 의대 교수(예방의학과)는 “외국 자본이 병원을 설립하면 건강보험이 적용되더라도 비급여 진료를 늘려 수익을 확대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단체장에게 특목고 직접 지정권을 부여하는 등 특목고·영재학교 지정 과정에서 지자체장의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다만 특목고 지정에는 교육부 장관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 이덕난 국회입법조사처 교육문화과장은 “교육 수요를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하는 교육감과 달리 지자체장은 지역의 요구나 단기적 정책 성과를 앞세워 특목고·영재학교 지정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며 지역 내 교육격차 심화를 우려했다.

개발사업의 환경영향 조사를 연 2차례로 제한하고, 조사가 부실해도 원칙적으로 1차례만 추가 보완을 요구할 수 있게 한 대목도 생태계 훼손 검증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거리다. 반도체 업종 지주회사의 증손회사 지분 보유 규제를 완화하는 특례는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외부 투자자와 함께 반도체 합작회사를 만드는 길을 여는 조항이어서, 사실상 ‘에스케이 특혜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권효중 기자 harry@hani.co.kr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박정연 기자 ye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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