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조정에 퇴직연금 ‘머니무브’ 주춤…증권사 유치 경쟁 격화

김태동, 김민지 기자 2026. 10. 2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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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 증권사 적립금 160조2935억원…전분기 대비 2.9% 감소
미래에셋·한투·삼성, 자산배분·운용 성과·디지털 서비스 강화
퇴직연금. 사진=연합뉴스

하반기 국내 증시 조정 여파로 증권사들의 퇴직연금 적립금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주식과 펀드 등 실적배당형 상품의 평가액 하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적립금 규모 확대뿐 아니라 장기 운용 성과와 고객 관리 역량이 중요해진 가운데, 증권사들은 자산배분 전략과 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 강화를 통해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15개 증권사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160조293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분기 말 165조468억원보다 4조7533억원(2.88%) 감소한 규모다.

같은 기간 은행과 보험사 등을 포함한 전체 43개 퇴직연금 사업자의 적립금도 553조8779억원에서 542조1214억원으로 11조7565억원(2.12%) 줄었다.

증권사별로는 키움증권을 제외한 14곳의 적립금이 일제히 감소했다.

미래에셋증권의 적립금은 2분기 말 52조210억원에서 3분기 말 49조9034억원으로 2조1176억원(4.1%) 줄었다. 한국투자증권은 26조4044억원에서 25조8873억원으로 5171억원(2.0%), 삼성증권은 28조919억원에서 27조6694억원으로 4225억원(1.5%) 각각 감소했다.

반면 지난 6월 퇴직연금 사업을 시작한 키움증권은 유일하게 증가세를 기록했다. 적립금은 649억원에서 1882억원으로 1233억원 늘었다. 사업 초기인 만큼 기존 자산의 평가액 변동보다 신규 자금 유입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 증시 조정에 실적배당형 평가액 감소…IRP 감소폭 최대

증권업권의 퇴직연금 적립금 감소에는 국내 증시 조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퇴직연금 적립금에는 신규 유입 자금뿐 아니라 기존 운용자산의 평가액도 반영된다.

이에 따라 주식형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등 실적배당형 상품의 가격이 하락하면 신규 자금이 유입되더라도 전체 적립금은 줄어들 수 있다.

제도 유형별로는 개인형퇴직연금(IRP)의 감소폭이 가장 컸다. IRP 적립금은 2분기 말 65조6262억원에서 3분기 말 62조7119억원으로 2조9143억원(4.44%) 줄었다. 이는 증권업권 전체 감소액의 61.3%에 해당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큰 폭으로 조정을 받았고, 실적배당형 자산의 비중이 높은 영향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적립금 감소가 곧바로 신규 자금 유입 둔화나 고객 이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운용자산의 평가액 변동과 실제 자금 유출입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증권사들은 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장기 운용 성과와 고객 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자산배분 전략과 상품 경쟁력, 디지털 연금관리 서비스 등을 통해 기존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고 신규 고객 확보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유혜린 기자

◆ 미래에셋·한투·삼성, 자산배분·운용 성과·서비스 차별화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과 연금 자산관리 서비스 고도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내외 주식과 채권, 상장지수펀드(ETF) 등 다양한 자산군에 분산투자해 시장 변동에 대응하고 장기적인 운용 성과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지난 8월에는 IRP 고객을 대상으로 글로벌 자산배분 포트폴리오 구성부터 매매와 리밸런싱까지 수행하는 '퇴직연금 로보Wrap'을 출시했다.

이달에는 기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M-STOCK'을 'MAPS'로 전환하고 연금 등 금융상품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자산관리 기능을 강화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신규 자금의 유입과 은행·보험권으로부터의 이전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저가에 매수된 자금들이 글로벌 자산배분을 통해 운용되고 있어 시장 반등 시 더 높은 적립금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운용 성과와 상품 경쟁력, 모바일 투자 편의성을 앞세우고 있다. 올해 2분기 고용노동부 디폴트옵션 공시에서 실적배당형 포트폴리오인 '적극투자형 BF1'은 3년 누적 수익률 123.34%를 기록했다. 지난 13일 기준 퇴직연금 계좌에서 거래할 수 있는 ETF는 약 1035개에 달한다.

최근에는 MTS 개편을 통해 매매 체결 기준 실시간 연금자산 평가 기능과 개인화 맞춤 알림 서비스를 도입했다. 고객이 계좌의 운용현황을 신속하게 확인하고 투자 판단에 활용할 수 있도록 연금 관리 기능을 강화한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차별화된 자산관리 역량과 디지털 서비스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객의 장기적인 연금자산 증식을 지원하고 있다"며 "맞춤형 투자 솔루션과 고객 교육 강화 등을 통해 투자 중심의 연금시장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투자상품 접근성과 계좌 관리 편의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퇴직연금 계좌에서 ETF 등을 정기적으로 매수할 수 있는 적립식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삼성 금융 통합 플랫폼 '모니모'의 '마이연금' 서비스를 통해 연금자산 통합 조회도 지원하고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주식과 퇴직연금, 연금저축 등 여러 계좌를 함께 이용하는 고객이 많은 만큼 3분기에는 계좌별로 달랐던 모바일 이용 방식을 통일해 사용성과 편의성을 개선했다"며 "매월 스마트안내장을 통해 퇴직연금 운용현황을 안내하고 상품 가이드와 투자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고객들이 꾸준히 연금자산을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