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명칼럼] 이스라엘·우크라이나에 성낸 대가

노원명 기자(wmnoh@mk.co.kr) 2026. 10. 2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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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척진 두 나라가 있다.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직접 공격한 이스라엘, 대사를 불러들인 데 이어 공관원 절반을 철수시킨 우크라이나다.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미국 세 나라를 상대로 한 외교에는 별 연관이 없어 보인다.

이스라엘, 우크라이나는 먼 나라지만 우리와 친구관계가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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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미국을 움직이고
'우'는 세계 양심에 영향
美에 돈 주고도 욕먹는 것
두 나라와 척진 영향 없나
노원명 논설위원

이재명 정부가 척진 두 나라가 있다.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직접 공격한 이스라엘, 대사를 불러들인 데 이어 공관원 절반을 철수시킨 우크라이나다. 한편에서는 한미관계가 삐걱댄다.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미국 세 나라를 상대로 한 외교에는 별 연관이 없어 보인다. 과연 그럴까.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가자지구 구호선단에 탑승한 한국인 활동가들이 이스라엘군에 나포된 사건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네타냐후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을 한국도 집행할지 판단해 보라고 했다. 앞서 4월에는 이스라엘군의 잔학 행위가 담긴 미확인 영상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렸다. 이스라엘은 한국과 원수진 일이 없는 나라다. 상대 국가원수 체포는 원수진 사이에서도 상상하기 힘들다. 우리가 주우크라이나 대사를 소환한 것과 견주면 이스라엘 쪽에서 외교단절 얘기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이스라엘은 4월 영상 공개 때는 반박 성명을 냈지만 체포영장 지시에 대해서는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한국과 전쟁하기엔 멀고 주요 교역 상대도 아니다. 대신 미국을 움직인다. 이스라엘 정부와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같은 로비 단체가 미국 외교에 미치는 영향력은 우리와 비교가 안 된다. 세계 최강일지도 모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ICC가 네타냐후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는 이유로 ICC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했다. 전 ICC 재판관이 올해 노벨평화상을 받자 거의 욕설을 했다. 그런 트럼프가 이 대통령 발언을 어떻게 생각했을지 궁금하다. 트럼프와 자주 통화하는 네타냐후는 이 대통령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을까. 했다면 무슨 말을 했을까.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 사실을 공개한 것을 국제사회에서 대북 압박을 끌어내기 위한 심리전이라고 했다. 닮은꼴 인물이 73년 전에 있었다. 1953년 6월 미국과 북한 사이에 포로송환협정이 체결되자 이승만은 휴전이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반공포로를 기습 석방했다. 국제사회를 상대로 펼친 고도 심리전이었다.

우크라이나는 이스라엘보다도 우리와 접점이 작다. 그런데 우크라이나를 대하는 태도가 양식 있는 국가와 비양식 국가를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편에 선 유럽연합(EU), 일본과 그 반대편의 러시아·중국·북한의 진영 경계는 명확하다. 트럼프는 젤렌스키를 끌어내리려 하지만 미국 지원이 없었다면 우크라이나는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국제사회 온정 덕에 나라를 보전한 한국이 젤렌스키를 타박하는 모습은 민망하다. 양식 있는 국가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겠나. EU가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개인 가치관이 국가 이익에 우선해서는 안 되지만 지도자들은 종종 그런 충동에 휩싸인다. 이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공격한 것은 세계시민적 정의감 때문이었을까. 기왕 '정의' 편에 서기로 했으면 일관성이라도 있어야 한다. 공산국가 침략에 맞서 5년째 싸우는 나라, 1953년의 우리와 닮은 우크라이나에 골내는 것은 '세계시민적'인 것과 거리가 있다. 싸움 대상 선정의 기준을 묻고 싶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을 상대로 많은 것을 얻어냈다. 그런데도 '생큐'는 고사하고 불만에 그르렁대는 소리가 요란하다. 해주고도 욕먹는 사람을 헛똑똑이라고 한다. '마음의 거래'에서 밑지면 그렇게 된다. 이스라엘, 우크라이나는 먼 나라지만 우리와 친구관계가 겹친다. 우리가 이들에게 깍쟁이처럼 굴면 미국도, 유럽도 우리를 그렇게 대한다. 그렇다고 러시아, 중국이 우리를 친구 삼을 리 없다.

[노원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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