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책임 밝히는 연구, 입 틀어막나…정보공개 청구 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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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대홍수에서 보듯 인위적인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 기온이 오른 것이 여러 재난의 원인으로 지목되는데, 기후변화가 실제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밝혀내는 연구를 '기후귀속과학'(Climate Attribution Science)이라 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화석연료 산업을 옹호하거나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세력이 과도한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기후귀속과학 연구자들을 '입막음'하려 한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기후귀속과학이 이 같은 '입막음'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은, 이 분야의 연구가 최근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성과가 온실가스 배출 책임을 묻는 '기후소송'에서 정부나 기업의 실질적인 배상액을 판단하는 근거로 참고되는 등 화석연료 산업계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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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대홍수에서 보듯 인위적인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 기온이 오른 것이 여러 재난의 원인으로 지목되는데, 기후변화가 실제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밝혀내는 연구를 ‘기후귀속과학’(Climate Attribution Science)이라 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화석연료 산업을 옹호하거나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세력이 과도한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기후귀속과학 연구자들을 ‘입막음’하려 한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과학저널 ‘네이처’는 19일(현지시각) “2024년 이후 조직적 차원으로 미국 대학들에 기후귀속과학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요청이 30건 이상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캘리포니아대에서 일하는 한 기후과학자는 대학 당국으로부터 화석연료 배출이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 피해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분석한 자신의 연구와 관련한 모든 연락 기록을 제출할 것을 요구받았다. 이는 ‘정부 감시 단체’라고 자임하는 ‘패트리어츠 재단’이란 곳이 대학 쪽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데 따른 것이었는데, 이 과학자는 올해 들어 이 단체의 정보공개 청구를 다섯 차례나 받았다고 했다.
네이처는 “이런 정보공개 청구는 에너지 업계와 연계된 단체들이 급성장하고 있는 기후귀속과학의 성과를 불신하게 만들려는 움직임을 확대하는 과정의 일부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연구자들을 겁주고 꼬투리를 잡기 위한 조직적인 활동이란 것이다. 네이처는 미국 연구자들이 2024년 이후 기후귀속과학 관련 연락 기록 제출을 요구받은 사례를 최소 30건 확인했는데, 패트리어츠 재단을 비롯한 여러 단체가 13개 공립대학을 대상으로 수십명의 기후과학자·법학자·변호사들이 주고받은 연락 기록을 공개하라는 요구였다. 이들 중 한 단체는 “기후귀속과학 연구자들이 화석연료 산업을 반대하는 로비 활동을 할 권리가 있다면, 우리는 주정부의 법률에 따라 그 내역을 확인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기후귀속과학이 이 같은 ‘입막음’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은, 이 분야의 연구가 최근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성과가 온실가스 배출 책임을 묻는 ‘기후소송’에서 정부나 기업의 실질적인 배상액을 판단하는 근거로 참고되는 등 화석연료 산업계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배출이 지구 기온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졌지만, 폭염·폭우·홍수 등 막대한 피해를 일으킨 특정 기상 현상들에 기후변화가 어느 정도 원인을 제공하는지는 2000년대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했다. 2014년 출범한 전세계적 과학단체인 ‘세계기후귀속’(WWA·World Weather Attribution)은 이번 네팔 대홍수 등 극단적인 기후 재난이 일어날 때마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분석해 발표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주요 화석연료 기업들이나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이 특정 기상 현상에 야기한 경제적 손실을 역추적할 수 있는 정교한 방법론이 개발됐고, 전세계적으로 다국적 에너지 기업이나 정부를 상대로 한 ‘기후소송’에서 강력한 근거로 검토되는 모양새다. 예컨대 지난해 기후과학자 크리스토퍼 캘러핸 등은 “111개 기업의 이산화탄소·메탄 배출이 야기한 폭염이 1991∼2020년 세계 경제에 28조달러 규모의 경제적 손실을 초래했다”고 분석해, “담배 회사에 폐암 발병 책임을 물리거나 제약 회사에 중독 책임을 물리는 것처럼 기후변화 관련 피해와 손실을 따지는 근거가 될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미국에서는 화석연료 기업들을 상대로 기후 재난의 책임을 묻는 기후소송이 여럿 진행 중인데, 화석연료 산업을 지지하는 쪽은 법정에서 기후귀속과학이 활용되는 것을 최대한 막으려는 모양새다. 지난달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의 공화당 의원들은 연방판사들을 위한 ‘과학적 증거에 대한 참고 지침서’에 기후귀속과학 내용이 포함된 것을 두고 “기후활동가들이 판사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부적절한 시도”라고 공격하는 성명을 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 내용이 “사기적이고 편향적이며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쓰며 비난에 가세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후 주 정부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기후소송들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현재 콜로라도주 볼더시 등이 엑손모빌·선코어에너지 등 에너지 대기업들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연방대법원에 올라, 전국에 계류된 수십건 기후소송의 ‘가늠자’가 될 것인지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정보공개 청구는 합법이지만, 특정 연구를 대상으로 한 조직적 활동은 시간과 공공 자금을 낭비하고 과학적 토론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보공개 요구를 받은 연구자들은 “요청 시점과 정보의 내용 등으로 볼 때,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깎아내리는 데 이용할 수 있는 이해충돌 지점을 찾아내려는 의도”라고 입을 모았다.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의 법학교수 앨버트 린은 “이런 활동에는 분명히 협박의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네이처는 기후귀속과학 관련 정보공개 청구를 한 일부 단체들은 기후소송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산업 분야에 속한 단체들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거나 그쪽에 비용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패트리어츠 재단은 2024년 ‘대학 연구 및 정부 연구’를 조사하는 데 3만5천달러 이상을 지출했다고 신고했는데, 일부는 화석연료 산업에 컨설팅을 제공하는 기업에 지급했다. ‘정부 책무성과 감독’이란 이름의 단체는 석탄업계 거물이 설립한 재단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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