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 혈액투석실서 C형간염 집단감염 발생...전국 투석기관 감염 관리 주의

이재원 기자 2026. 10. 2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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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경남도, 투석기록·의료진 동선·약제 사용내역 등 심층 역학조사 진행
2016년 충주 혈액투석실 집단감염 이후 유사 사례 재발
전국 투석의료기관 감염관리 강화 당부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경남 창원시 소재 의료기관 혈액투석실에서 환자와 의료기관 종사자 등 14명이 C형간염에 집단감염된 사실이 확인돼 방역당국이 심층 역학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감염자 대부분이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은 가운데, 방역당국은 투석 과정에서의 감염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의료진 동선과 약제 사용 내역, 투석실 환경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AI 생성 사진.

질병관리청과 경상남도는 21일 창원시 소재 의료기관 혈액투석실에서 환자 13명과 종사자 1명 등 총 14명의 C형간염 감염이 확인됨에 따라 추가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예방 조치와 심층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집단감염은 지난 9월 14일 해당 의료기관에서 C형간염 환자 2명이 최초 신고되면서 확인되기 시작했다.

이후 10월 1일 다른 의료기관에서 신고된 C형간염 환자의 감염경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해당 환자 역시 동일한 혈액투석실을 이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경남도와 관할 보건소는 환자 간 역학적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지난 6일부터 해당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대상은 올해 6월 이후 해당 투석실을 이용한 환자와 종사자다. 지난 6월 1일 투석실 전체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정기 C형간염 항체검사에서 음성이 확인된 점을 고려해 이후 기간을 감염 가능 시점으로 설정했다.

전수검사 결과 현재까지 환자 13명과 종사자 1명 등 총 14명의 감염이 확인됐다. 감염 확인자 대부분은 무증상이며, 현재까지 중증 합병증이 발생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방역당국은 정확한 감염경로를 규명하기 위해 투석실 환경검체와 감염 확인자들의 검체를 채취해 유전자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감염자 간 바이러스의 유전적 연관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아울러 환자별 투석 기록과 의료진 동선, 약제 사용 내역,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영상 등을 분석해 의료행위 과정에서 감염 위험요인이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현재 감염이 확인된 환자들은 경남지역 의료기관에서 적절한 진료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고 있다. 해당 의료기관에는 환자 건강 상태를 매일 점검하고 환자와 보호자에게 관련 상황을 충분히 안내하도록 요청했다.

감염관리 강화 조치도 시행됐다. 경남도는 해당 투석실의 감염관리 수칙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지난 14일과 20일 투석실 및 간호부 직원 50여 명을 대상으로 감염관리 교육을 실시했다.

질병관리청과 경남도는 지난 8일부터 총 세 차례 대책회의를 개최해 감염 노출자 관리와 감염경로 규명, 추가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질병관리청과 경남권질병대응센터, 경남도, 관할 보건소, 경남도 감염병관리지원단, 경남도 보건환경연구원을 비롯해 감염내과·소화기내과·신장내과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혈액투석실 C형간염 집단감염 재발…기본 감염관리 중요성 부각

혈액투석실에서 C형간염 집단감염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질병관리청이 공개한 국내 C형간염 집단발생 현황에 따르면 2016년 충북 충주시 소재 의료기관 혈액투석실에서도 환자 5명의 집단감염이 발생한 바 있다.

이외에도 2015년 서울 양천구 의료기관에서 70명, 강원 원주시 의료기관에서 210명, 2016년 서울 동작구 의료기관에서 125명, 2023년 대구 서구 의료기관에서 23명의 C형간염 집단감염이 확인됐다.

혈액투석은 치료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혈관에 바늘을 삽입하고 혈액이 체외 투석기를 통과하는 특성상 다른 진료행위보다 혈액 노출에 따른 감염 위험이 높다.

이에 따라 투석 환자는 C형간염 항체검사를 6개월마다, 간기능 검사를 매월 시행하도록 하고 있으며, 새로운 감염이 확인될 경우 추가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검사 주기를 1~3개월로 단축할 수 있다.

다만 C형간염 환자에게 별도의 투석 공간이나 전용 투석기를 사용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질병관리청의 인공신장실 감염관리 지침과 국제신장학 진료지침(KDIGO 2022)은 C형간염 환자에 대해 별도 공간이나 전용 투석기 사용을 권고하지 않고 있다.

대신 환자별 투석 종료 후 투석기 표면을 소독하고, 혈압계 압박대 등 공동 사용 물품은 소독한 뒤 다음 환자에게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이번 집단감염을 계기로 전국 혈액투석 의료기관에 혈액매개 감염병 예방을 위한 감염관리 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의료기관은 손위생과 적절한 장갑 착용을 비롯해 환자별 의료기구 및 물품 관리, 투석 시행 구역과 분리된 청결구역에서의 약물 준비, 투석 장비 및 주변 환경의 세척·소독 등을 철저히 시행해야 한다.

특히 주사기와 바늘, 관류용 수액 등을 환자 간 공유해서는 안 되며, 투석 전 과정에서 무균술을 적용해야 한다.

C형간염은 감염자의 혈액을 통해 전파되는 제3급 법정감염병이다. 식사나 악수, 포옹 등 일반적인 일상 접촉으로는 전파되지 않는다.

급성 C형간염의 70~80%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감염이 만성화될 경우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최근에는 직접작용 항바이러스제(DAA)가 도입되면서 8~12주간 경구용 치료제를 복용할 경우 98~99% 수준의 치료 성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과 경남도는 이번 집단감염과 관련해 추가 감염자 발생 여부를 지속 확인하고 해당 의료기관의 감염관리 실태를 지도·점검할 계획이다.

한편 정부는 올해 국가건강검진 대상인 만 56세(1970년생)를 대상으로 C형간염 항체검사와 항체 양성자에 대한 RNA 확진검사를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