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선주 더봄]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나의 어머니>

양선주 시인·한국미니픽션작가회 회원 2026. 10. 2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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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주의 미시(6)
어머니의 등에서 바라본 세상
가벼워진 어머니가 남긴 사랑과 서정

나의 어머니

                                     베르톨트 브레히트

그녀가 죽었을 때, 사람들은 그녀를 땅속에 묻었다.

꽃이 자라고, 나비가 그 위로 날아간다······

몸이 가벼운 그녀는 땅을 거의 누르지도 않았다.

그녀가 이처럼 가볍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짊어졌을까!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임 /챗GPT

—어부바, 원우야. 업자. 

원우가 뒤뚱뒤뚱 걸어온다. 갓 세 살 넘긴 원우는 엄마 등을 향해 아장거린다. 

—저 따뜻한 엄마 등에 업혀야지. 가을 하늘 보러 방 밖으로 나갈 수 있고, 마당을 뛰어다니는 쫑이를 내려다볼 수 있고, 담장 밖 어딘가로 다급히 걸어가는 아저씨와 예쁜 누나도 건너다볼 수 있지.  

원우는 마음이 급해, 어정어정 달려 엄마 등에 찰싹 업힌다. 좋다. 이제 원우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다. 제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훤하다. 다 내 것이다. 원한다면 무엇이든, 노력한다면 최상의 것으로. 작은 가슴을 엄마 등에 댄 것뿐인데, 엄마의 등은 하늘보다 바다보다 넓다.

따뜻하다. 하나도 무섭지도 두렵지도 않다. 불끈 힘이 솟는다. 겨우 자그만 여인의 등에 업혔을 뿐인데, 세계 어느 곳도 누빌 수 있을 만큼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다 내 것이다. 아무리 거대해도 모조리 제패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여인의 작은 등이.

—어머니, 업히세요. 이제 가요.

임종이 얼마 남지 않은 어머니를 업고 원우가 걷는다. 그녀의 죽음이 가까이 왔음을 안 아들은 어머니를 등에 업는다. 어릴 적 그때를 떠올리며, 어머니를 어부바한다. 그런데 이럴 수 있을까. 그녀는 깃털보다 가볍다. 단숨에 훅 날아갈 듯하다.

이 얇은 몸으로 나를 업었을까. 나를 키웠나. 이토록 가벼운 솜털로 남은 그녀를, 숨소리조차 저밀 수 없도록 얇은 그녀를, 애달도록 가녀린 그녀를 보낼 수 있을까. 그 차가운 땅에, 그토록 무거운 흙을 덮어, 떠나보낼 수 있을까.   

—누가 있다면 말려다오. 이토록 가벼운 그녀를 묻지 말아다오. 대신 나를 묻어도 좋으리. 나를 데려가도 좋으리. 내 엄마, 하나뿐인 나의 어머니를 제발 묻지 말아다오. 

나의 첫 시집에 '등짐'이라는 시가 있다. 어린아이를 등에 업고 걷는 어미의 심정을 읊은 시다. 마치 가녀린 소녀가 갓난아기를 업었달까. 애처로운 두 어린 영혼이 서로에게 기댄 채, 아니 서로의 존재 자체가 안타까운지 불편한 채 걷는다.

몹시 서로를 사랑하여 업고 업혀 뗄 수 없는 관계로 묶였음에도, 그 사랑이 끝날까 불안해 불편한 것인 줄 모르고. 둘은 너무나 사랑하는데 이 등짐이, 사랑의 등짐인지도 모른 채 아프다 아프다 토로하면서.

우리에게 어머니는 그런 존재다. 인생에 겨우 눈을 뜰 때 기어이 떠나는 어머니, 시쳇말로 뭘 좀 하려고 하면 없는 거. 이제 좀 알았는데 사라져 버리는 거. 우리에게 어머니는 그렇다. 퍽 아쉬운 무엇. 언제나 과거가 돼버리는 사랑. 무진장 귀함에도 늘 모자람에 머물 수밖에 없는 사람, 고만한 사랑에서 딱 그치는 것이 어머니일 게다. 내리사랑이라 했던가. 자식을 향한 커다란 사랑에는 터럭만큼도 미치지 못하는 작은 사랑이, 겨우 우리가 베푼 어머니를 향한 최대의 사랑일 것이다. 

브레히트는 우리에게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좋지 않은 시대의 사랑 노래' 같은 작품으로, 그런 시구들로 유명한 시인이다. 시대를 말하고 역사의 결핍에 흥분하고 당대의 현실을 극복하려 했던, 그런 말들로 자신을 대변한 시인이다. 그러기 위해 그는 늘 희망찼다.

당대의 언어로 그때그때의 상황을 고려하며 최선의 말들로 작품을 토로한 시인. 이것이 한마디로 정의되는 브레히트다. 제1차 세계대전과 더불어 그의 인생은 종전까지 혼란했다. 그 시대를 견디기 위해, 그는 진실의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그리하여 20세기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현대의 셰익스피어라고도 불리는 청년 브레히트.

이런 거창한 타이틀을 거머쥔 브레히트에게도 어머니는 있었다. 그에게 이런 시대를 거침없이 누빌 수 있는 자양분은 결국 어머니였다. 어마어마한 모성의 힘을 받아 시대를 버텨낸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시인은 지금은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라 했다. 당장 서정시가 쓸모없는 시대에 부딪쳤다면 그 시대에 맞는 문학으로 투쟁해야 한다. 여러 망명 시절을 지나는 동안 브레히트는 상황에 맞는 목소리로 문학을 토로했다. 나로 살아남기 위해, 목숨을 다해 시대가 요구하는 목소리로 예술사를 구성했다.

끊임없이 새로운 문학을 향한 예술적 욕구로 시대와 함께 걸으며 시대를 사랑했다. 자신만의 목소리로.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서정인가. 아마 브레히트 자체가 서정이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니었나 싶다.

그렇다면 당신에게도 감히 이런 질문을 던진다. 지금 당신의 서정, 살아 있는가?  

*민음사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참고 

여성경제신문 양선주 시인·한국미니픽션작가회 회원
zoo-mouse@hanmail.net

양선주 시인·작가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응용언어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대산창작기금을 수혜하며 문단에 데뷔해 시집 <사팔뜨기>를 출간했다. 건강 문제로 인한 긴 공백기 끝에 2025년 시집 <열렬한 심혈관>, 산문집 <시는 내 곁으로 와 눕고>(공저)를 펴내며 다시 활발한 작품 활동을 재개했다. <소설미학>에서 동화, <월간문학>에서 동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며 장르를 넘나드는 문학적 역량을 펼치고 있으며, 동화책과 동시집 발간을 앞두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또는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