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교민들, 대사관 철수에 반발…대피 권고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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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현지 교민들이 정부의 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관 철수 방침에 반발하며 정부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 검토에 나섰다.
현지 교민들은 2022년 2월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여행금지를 발령하자 한국 등으로 대피했다.
우크라이나에 20년째 살고 있는 한모씨(목사·55)는 "강제 출국 직후 정부 지원 없이 유럽과 한국을 전전하다 경제적으로 파탄이 났다"며 "이번 폴란드 이동 명령에 한국 교민은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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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명 중 폴란드행 희망자 없어
외교부, 대사관 일부 철수 결정
대사 본국 소환 결정 12일 만에

21일 동행미디어 시대 취재를 종합하면 현지 대사관은 전날 오후 1시(이하 현지시각) 현지 교민들을 상대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간담회는 지난 16일 대사관이 교민들과 연 화상 안전대책회의에서 권고한 폴란드 이동과 관련해 후속 논의를 하려고 마련됐다. 하지만 외교부가 같은 날 공관원 일부 철수 방침을 발표하면서 간담회는 교민들이 항의하고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자리로 바뀌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교민은 시대와의 통화에서 "교민들 사이에서는 외교부 발표를 보고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뻔했다는 말이 나온다"며 "간담회에서 (교민들의 폴란드 이동이) 정치적 이유 때문이 아니냐고 이야기했는데 (대사관 측에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우크라이나 교민이 40가구, 85명 정도 되는데 (공관원 철수에 따라) 이동하겠다는 사람은 없다"고 덧붙였다.
대사관은 지난 16일 교민들과의 화상 안전대책회의에서 "안전상의 이유로 대사관 철수와 한국 교민 대피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교민들 사이에서는 러시아의 공습 확대 등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퍼졌다. 그러나 박두순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대사 소환 조치 이후에도 우크라이나 측의 전향적 조치가 없는 상황"이라며 공관원 일부 철수 계획을 발표했다. 공관원 절반가량이 철수하되 대사대리와 영사 인력은 남는다.
양국 갈등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송환 사실을 공개한 데서 비롯됐다. 정부는 양국 간 비공개 합의를 깼다며 지난달 28일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대리를 초치했고 지난 8일에는 박기창 주우크라이나 대사 소환을 결정했다. 공관원 철수 결정은 그로부터 12일 만이다.
외교적 항의의 수위는 통상 △외교 채널을 통한 소통 △공개 입장 표명 △상대국 대사 초치 △자국 대사 소환 △현지 공관 철수 △국교 단절 등의 순으로 높아진다. 대사관 철수는 국교 단절을 제외하고는 최고 수위의 대응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교민들의 누적된 불만도 터져 나왔다. 교민들은 전쟁 이후 대피와 복귀를 거치며 겪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또 다른 교민은 "대사관 측에서 그동안 교민들을 챙기지 않았다"며 "이제는 교민들이 이동하지 않는데 대사관을 철수하겠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지 교민들은 2022년 2월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여행금지를 발령하자 한국 등으로 대피했다. 하지만 정부 지원이 부족해 생계를 잇기 어려워지자 다시 우크라이나로 돌아왔다. 우크라이나에서 25년째 사업을 하고 있는 김모씨(50대)는 "2022년 정부의 철수 명령에 유럽과 한국을 떠돌다가 2024년 우크라이나로 다시 들어왔다"며 "정부 지원이 없었고 한국에 머물 거처도 없어 돌아오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국에 대피해 있는 동안 우크라이나군이 기존 사업장을 차지해 지휘소로 쓰고 있고 사무실은 공습을 받아 피해가 막대하다"며 "그럼에도 경제적 터전이 우크라이나에 있어 복귀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에 20년째 살고 있는 한모씨(목사·55)는 "강제 출국 직후 정부 지원 없이 유럽과 한국을 전전하다 경제적으로 파탄이 났다"며 "이번 폴란드 이동 명령에 한국 교민은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행금지 조치로 지금은 한국에 머물고 있는 정모씨(47)는 "오데사에서 23년 동안 살았지만 지금은 한국인 출입이 금지돼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 지원이 없어 한국에서 잡일을 하다가 지금은 경비 일을 하며 전셋집에 살고 있는데 전세 기간도 곧 끝나 막막하다"고 말했다. 다른 한 교민도 "오랜 해외 생활 탓에 한국에서 취업하기 어려워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교민들은 대사관을 통해 정부에 요구사항을 전달했으며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 교민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교민들이 입은 재산상 피해액이 15억원이 넘는다"며 "한국이 우크라이나 정부에 재건 명목으로 자금을 지원했는데 정작 한국 교민들은 우크라이나 내에서 외국인이라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선우 기자 sunwooda@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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