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임기영 “2년 전 KIA 우승 축포에는 웃지 못했지만···그때의 분한 기억 되살려 더 잘 던지고 싶다”[스경X인터뷰]

[스포츠경향 이두리 기자] 임기영(33·삼성)에게 KIA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팀이다. KIA에서 9시즌을 뛰며 전성기와 커리어 로우를 모두 겪었다. 지난해 최악의 부진을 겪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삼성으로 온 임기영은 묵묵히 팀의 궂은일을 도맡아 해내며 야구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그리고 이제 애증의 그 팀을 가을 무대에서 적으로 만난다.
임기영은 삼성 이적 첫 시즌인 올해 43경기에서 57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 4.74를 기록했다. 필요하면 3이닝 이상을 길게 던졌고,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남은 이닝을 처리하기도 했다. 임기영은 지난 20일 플레이오프 대비 훈련이 한창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취재진과 만나 “할 걸 했다”라고 이번 시즌을 담담하게 평가했다.
임기영은 “어제(19일) 청백전에서 던졌는데, 이번 시즌 들어서 공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 저도 던지면서 놀랐다”라고 말했다. 그는 “투수끼리 서로 피드백을 많이 해주고, 안 좋으면 그때그때 이야기를 해주는데 분위기가 되게 좋다”라며 “올해 (김)재윤이 형을 보면서 폼을 바꾼 게 좋은 영향이 있었고, 후배들을 보면서도 제가 따라갈 부분은 따라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임기영은 올해 정규시즌 KIA와의 경기에 가장 많이 등판했다. 7경기에서 14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 3.86을 기록했다.
임기영은 “2차 드래프트로 삼성에 온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이번 시즌이 야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 광주 원정 경기를 갔을 땐 되게 어색하고, 선수들도 구장도 너무 익숙하니 청백전을 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점점 익숙해졌다”라며 “제가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들지는 모르겠지만, 던지게 되면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상대라고 생각하고 냉정하게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영은 2012년 데뷔한 베테랑이지만, 포스트시즌 출전 경험은 딱 한 번뿐이다. 2017년 KIA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선발 등판해 5.2이닝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이후에도 KIA는 여러 번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으나 임기영은 그라운드 밖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2024년 KIA의 한국시리즈는 임기영에게 유독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는 “그땐 제가 엔트리에 떨어져서 분한 마음에 TV도 안 틀고 아예 야구 자체를 안 봤다”라며 “챔피언스필드에서 우승 폭죽을 터트리는 소리가 집에서 들리는데, 그것조차 듣기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때의 기억이 강하게 남아 있어서, 플레이오프에 누가 올라오더라도 그렇겠지만 상대가 KIA면 더 잘 던지고 싶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KIA는 LG와의 준플레이오프를 스윕하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임기영은 가을 무대에서 ‘숙명의 팀’ KIA를 상대할 가능성이 크다.
임기영은 “시즌 때부터 줄 건 주고, 막아야 할 건 막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라며 “너무 안 주려고 하면 오히려 안 좋은 경기가 나오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저희가 워낙 타선이 좋으니 투수가 최소 실점을 하면 무조건 타자들이 쳐줄 거라고 믿는다”라며 “어제 청백전을 하면서도 제가 실제 경기에서 이 타자들을 상대로 안 던진다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말했다.
임기영은 “저희가 시즌 내내 1등을 바라봤는데 2등을 한 만큼, 선수들끼리 이번에는 꼭 올라갈 기회를 잡자고 이야기하며 더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라며 “분위기가 좋다. 잘할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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