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7만원·닉스 20만원…'반도체 거품론자' 주장, 직접 뜯어봤습니다 [이슈체크]

나은수 기자 2026. 10. 2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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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하락론자 이주완 애널리스트 주장 팩트체크
"국가데이터처에 다 나온다"…데이터 실제로 확인해 보니..
/사진=챗GPT 생성.

“삼성전자 7만원, SK하이닉스 20만원”

최근 한 반도체 전문가가 제시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적정 주가입니다. 두 회사의 주가가 “아직도 과평가 구간에 있다”며 이 같은 적정주가를 제시한 건데요. 방송을 통해 퍼진 이 주장은 주요 언론사, 인스타그램 등으로까지 번지며 투자자들 사이에서 큰 화제 됐습니다.

이러한 주장을 한 인물은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하이닉스반도체와 금융회사 및 기업체 경영연구소 연구원 경력을 거친 이주완 인더스트리 애널리스트입니다. 최근 두 회사의 주가 흐름이 부진하면서 이 애널리스트의 발언이 새삼 주목받고 있지만 사실 그는 오래전부터 반도체 하락론을 외쳐왔습니다. 삼전닉스의 주가가 바닥일 때도 그랬고, 각각 30만원과 300만원에 달했을 때도 비관적인 시각을 유지해왔습니다.

시장의 흐름과 반대되는 주장을 하면 나름의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할 법도 한데 그는 근거를 뒷받침할 자료를 충분히 제시하지는 않았습니다. 방송 진행자들이 관련 근거를 물어보면 “통계청(현 국가데이터처) 자료에 다 나와 있다” 고 말할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MTN 이슈체크팀이 직접 그 근거를 찾아 봤습니다. 과연 이 애널리스트의 주장대로 국가데이터처 자료에는 '삼전닉스가 오랫동안 인위적 감산을 해왔고 이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 할만한 자료가 충분히 제시돼 있을까요. 이번 이슈체크에서는 이 애널리스트의 주요 발언 4가지에 집중해 팩트를 체크해 봅니다.

① “삼전닉스 감산 중…국가데이터처 자료 보면 알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삼전닉스가 반도체 가격 하락을 막으려고 생산을 안 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만 인정하면 모든 게 다 들어맞는다”(10월 8일)

“삼전닉스의 감산은 팩트다. 반도체 수요가 폭증했다는 것은 기업의 주장이고 데이터는 그렇지 않다” (10월 16일)

이 애널리스트가 내세우는 반도체 거품론의 핵심 주장은 “삼전닉스의 현재 이익은 반도체 공급을 줄였기 때문”이라는 말로 축약할 수 있습니다. D램 부문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는 삼전닉스가 감산하면서 공급 부족 사태를 야기했고 이에 따라 반도체 가격이 높아졌다는 겁니다. 덕분에 삼전닉스가 엄청난 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고요.

이러한 주장을 하면서 매번 국가데이터처 데이터를 거론합니다. 이 애널리스트는 지난 19일에도 “국가데이터처 자료를 보면 국내 생산량이 어떤지 단번에 알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그가 방송 중에 관련 데이터를 직접 제시한 적은 드물었고 최근에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국가데이터처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국가데이터처은 매월 ‘반도체 제조업 생산지수’를 발표하는데요. 국내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제품들에 대한 생산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자료입니다. 이 지수는 2020년의 생산 수준을 100으로 놓고 산출합니다.

아래 그래프는 2022년 1분기부터 2026년 2분기까지의 반도체 제조업 생산지수 추이를 분기별로 나타낸 자료입니다. 참고로 2022년 하반기~2023년 3분기까지가 극심한 반도체 업황의 불황기로 보고요. 그 이후부터 반도체 업황이 반등해 지금의 초호황 시기에 진입했다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습니다.

실제 국가데이터처 자료를 보면 이 애널리스트의 주장과 상반된 흐름이 나타납니다. 반도체 불황기에 급격히 꺾였던 생산지수는 2023년부터 회복하기 시작합니다. 분기별 등락은 있지만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고요. 특히 지난해 3분기에는 195.6으로 해당 기간 최고치를 기록합니다. 이후 조정을 거쳐 올해 들어 다시 반등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생산지수에서는 ‘삼전닉스가 감산하고 있다’는 충분한 흔적을 찾을 수 없습니다.

국가데이터처의 반도체 생산지수는 국내 생산 동향을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즉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해외 공장 생산량의 흐름을 파악하기는 한계가 있죠.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각 회사의 사업보고서와 반기보고서를 살펴봤습니다. 실제 자료를 보면 2022~2025년 동안 메모리 생산량이 줄어든 적은 단 한 해도 없었습니다. 올해 반기에도 1조3181억4500만개(1Gb 기준)의 메모리를 생산했는데요. 하반기에도 비슷한 수준을 생산한다면 전년동기대비 생산량이 약 17% 증가합니다. 다만 SK하이닉스의 경우 생산실적을 금액 기준으로 공시하고 있어 생산량의 증감을 판단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사업보고서는 금융당국에 제출하는 법정 공시 서류입니다. 기재 내용이 거짓이라면 대표이사 등 책임자가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애널리스트는 “기업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삼성전자가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사업보고서에 생산량을 부풀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이 애널리스트가 언급하지 않았지만 국가데이터처에서 발표한 ‘반도체 재고지수’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생산이 늘더라도 판매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재고지수가 높아지겠죠. 반대로 생산 지수가 높아지는데 재고지수가 낮아진다면 출하가 활발하게 이뤄진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 제조업 재고지수는 업황이 극심한 불황에 빠졌던 2023년 3분기 195.8로 정점을 찍은 뒤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이어왔습니다. 당시 쌓였던 재고가 점차 소진되는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죠. 특히 2025년 2분기부터는 100을 밑돌고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생산지수와 함께 보면 ‘생산한 즉시 판매를 위해 출하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② “삼전닉스 가동률 70~80%…파산 수준”이라는 주장에 대해

“초호황이라면 가동률 100%가 나와야 할 텐데 실제로는 70%”(4월)

“삼전닉스의 공장 가동률은 70~80% 수준이며 이는 정부 발표에 나와있다”(10월)

또 하나는 가동률입니다. 이 애널리스트는 삼전닉스의 현재 가동률이 70~80%대 수준이라고 주장합니다. 지난 8일 방송에서는 “가동률 80% 정도이면 거의 파산 직전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더 강하게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이 애널리스트가 가동률을 언급하는 것 역시 ‘삼전닉스 감산론’을 뒷받침하기 위해서입니다. 생산을 줄이고 있으니 공장 가동률도 떨어지고 있다는 논리죠.

이 애널리스트는 그 근거가 또 다시 국가데이터처에 나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국가데이터처은 ‘반도체 가동률’ 자체는 발표하고 있지 않습니다. ‘전체 제조업 평균 가동률’만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 가동률은 반도체뿐 아니라 철강, 자동차, 석화, 정유 등 모든 제조업이 포함된 수치입니다.

국가데이터처이 반도체 가동률과 관련해 발표하는 자료는 정확하게 말하면 ‘가동률 지수’입니다. 이 역시 2020년의 가동 수준을 100을 기준으로 삼고 보여주는 상대적 지표이고요. 아래 그래프는 2022~2026년 2분기까지 반도체 제조업 가동률 지수를 분기별로 나타낸 자료입니다. 불황기였던 2022년 하반기부터 지수가 급격히 꺾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2023년 1분기에는 지수가 74.2까지 하락합니다. 이후 업황이 살아나면서 가동률 지수는 90~100 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래프를 보면 지수가 2022년 불황기 이전의 수준을 회복지 못하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지금이 초호황이라면 가동률 지수도 전고점을 뚫는 게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합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이 지수를 근거로 “가동률이 80%”라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가동률지수는 실제 가동률을 퍼센트로 나타낸 수치가 아니라 2020년과 비교한 상대적인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국가데이터처 관계자는 “가동률 지수는 다양한 요인이 가중돼 계산되지만 아주 간략하게 보면 ‘생산량÷생산능력’을 지수화한 것으로 보면 된다”며 “기준이 되는 2020년과 비교했을 때 가동률 지수가 낮다고 생산량이 감소했다고 볼 수 없고 가동률 ‘지수’로 가동’률’을 추정하거나 추산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가동률지수가 낮아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시장에서는 공정 전환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범용 D램 생산라인을 HBM용으로 바꾸려면 장비를 교체하거나 재배치해야 하죠. 이 기간에는 일부 설비의 가동이 일시적으로 멈출 수 있습니다. 설비는 생산능력에 그대로 잡히지만 실제 생산은 하지 않으니 가동률지수가 낮게 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공정 전환 중인 설비를 제외하면 실제 생산에 투입할 수 있는 설비는 풀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③ “웨이퍼 출하량이 20% 감소했다”는 주장에 대해

“2022년 이전과 최근 3년 추이를 비교했을 때 실리콘 웨이퍼 출하량이 20% 감소했다” (4월)

“전 세계 실리콘 웨이퍼 출하량이 자체가 줄었다." (10월)

이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공급 감소론을 주장하면서 ‘웨이퍼 출하량 감소’를 근거로 내세웁니다. 웨이퍼는 반도체를 만드는 데 쓰이는 필수 소재인데요. 웨이퍼가 없으면 반도체 생산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즉 웨이퍼 출하량이 감소했다는 건 그만큼 반도체 완제품 생산량이 줄어든다는 논리입니다. 쉽게 말해 ‘인풋이 줄면 아웃풋도 줄어든다’는 것이죠.

이 애널리스트는 지난 4월 한 유튜브 채널에서 “2022년 이전과 최근 3년 추이를 봤을 때 실리콘 웨이퍼 출하량이 20% 감소했다”며 “초호황이라면서 웨이퍼 출하량이 20% 감소했다는 것은 누구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발언을 팩트체크해볼까요. 여기서 ‘2022년 이전’이 어느 정도의 기간을 가리키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발언 시점을 고려하면 ‘최근 3년’은 2023~2025년을 뜻하는 것으로 보이고요. 그래서 최근 10여 년간의 웨이퍼 출하량을 직접 비교해봤습니다. 자료 출처는 이 애널리스트가 출처로 언급한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서 발표하는 자료를 활용했습니다.

이 자료를 토대로 살펴보면 2023~2025년 웨이퍼 출하량은 연간 약 1만2200~1만3000MSI(100만 제곱인치) 수준이었습니다. 3년 평균으로는 1만2613MSI이고요. 이 시기를 기준으로 했을 때 20% 급감하는 시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3년 중 출하량이 가장 낮은 시기(2024년)과 지난 10여 년간 출하량이 가장 많았던 시기(2022년)와 비교하면 출하량이 20% 차이가 납니다.

다만 이는 이 애널리스트의 주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그가 방송에서 정확히 언급한 부분은 ‘2022년 이전과 최근 3년 비교했을 때’입니다. 이 기준으로 보면 최근 3년 출하량이 다른 시기보다 많았던 적도, 적었던 적도 있지만 대부분 많았습니다. 즉 최근 3개 년도의 웨이퍼 출하량이 유의미하게 급감했다고 보긴 어려운 것이죠.

또 이 수치상 자료만 보면 ‘불황기=웨이퍼 출하량 감소, 호황기=출하량 증가’의 공식이 성립하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불황에 접어들던 2022년 웨이퍼 출하량이 지난 10여 년 중 가장 많기 때문입니다. 이에 반해 스마트폰·PC용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며 슈퍼사이클을 맞았던 2017~2018년보다도 많은 수준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웨이퍼 출하가 됐다고 곧장 반도체가 생산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라며 “일종의 시차가 있는 것으로 2023~2024년 웨이퍼 출하량이 줄어든 건 2022년보다 낮은 건 이 시기에 과도하게 들여온 재고를 소화하는 과정으로 봐야한다”고 지적했습니다.

④ “난 단 한번도 틀린 적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

“올해 1분기 지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9월 이전에 메모리 가격 하락한다“(5월)

“지난 10년 동안 예측이 틀린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이번이라고 틀리겠는가”(10월)

이 애널리스트는 지난 8일 한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예측이 단 한번도 틀리지 않았다고 자신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또 다른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2022년 다른 전문가들이 슈퍼사이클을 외칠 때 피크아웃을 예견했다”고 말하기도 했죠.

하지만 ‘고장 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는다’는 말처럼 반도체 상승론자든 하락론자든 같은 주장을 몇 년씩 반복하면 언젠가는 맞히기 마련입니다. 반도체는 호황과 불황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기 때문이죠. 결국 중요한 건 ‘방향’이 아니라 ‘시기’입니다.

이 애널리스트는 지난 5월 한 방송에 출연해 “D램의 가격이 9월 이전에 반도체 경기가 정점을 지나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요.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기업 간 거래에 사용되는 9월 D램(DDR4 8Gb 1Gx8) 평균 고정거래가격이 한 달 전보다 4% 상승한 26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4분기 PC용 D램 가격 인상 전망치를 기존 3~8%에서 13~18%로 크게 올렸고요. D램 공급업체들이 서버용 D램으로 생산 능력을 전환하면서 PC용 D램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애널리스트는 항상 반도체 하락론을 외쳐온 전문가입니다. 이러한 주장을 줄곧 한 시기에 삼성전자 주가는 30만원, SK하이닉스 주가는 300만원까지 올랐었죠. 정말 예측을 하는 것이라면 주가가 급등한 시기 “현재 반도체 시장은 거품”이라고 외칠 게 아니라 그 이전에 “거품이 올 것”을 짚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이러한 상승세를 예상한 전문가도 없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위기론’이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지난 3분기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기업이 됐습니다. 시장의 상황을 예측하는 건 그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나은수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