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누가 보나 했더니 내가 보네” OTT 권좌 위협하는 ‘3분 숏드라마’... 새 시대일까, 대륙의 침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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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성공했던 여성이 갑자기 30년 전으로 타임슬립해 추녀가 된다.
AI가 쏟아내는 중국발 숏폼 드라마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 8월까지 중국에서 공개된 숏폼 드라마는 약 43만편으로, 이 가운데 90% 이상이 AI를 활용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숏폼 드라마 플랫폼에 올라온 시리즈 소개엔 대부분 이혼∙재벌∙타임슬립∙마피아 등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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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성공했던 여성이 갑자기 30년 전으로 타임슬립해 추녀가 된다. 아내가 있던 남자와 불륜을 저지르다 상대 아내에게 폭행을 당하고, 옷이 벗겨진다. 위기의 순간 그의 ‘미남’ 남편이 등장한다. 한 숏폼 드라마 플랫폼에 올라온 드라마 1화 내용이다. 각종 자극적인 키워드가 총동원돼 기승전결이 이뤄질 때까지 걸린 시간은 단 3분11초에 불과했다.
35화짜리 이 시리즈의 총 재생 수는 1060만여 회. 플랫폼에 기록된 시리즈 시청자 수도 24만여명에 달했다. 하지만 이 ‘흥행작’에 주연 배우는 없다. 과장된 표정을 짓는 영상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낸 가상의 배우들이다. 대본 역시 주요 키워드를 바탕으로 AI가 제작했다.

AI가 쏟아내는 중국발 숏폼 드라마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 8월까지 중국에서 공개된 숏폼 드라마는 약 43만편으로, 이 가운데 90% 이상이 AI를 활용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AI는 짧은 시간 안에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고전적인’ 막장 스토리를 활용한다. 한 숏폼 드라마 플랫폼에 올라온 시리즈 소개엔 대부분 이혼∙재벌∙타임슬립∙마피아 등이 적혀 있다. 진부한 키워드에 영상 수준도 AI ‘티’를 벗지 못했다. 등장인물들은 과장되게 감정을 표현하고, 캐릭터 외모도 대부분 비슷하다.
높은 수준의 콘텐츠라고 말할 수 없지만, 시장 반응은 뜨겁다. 앱 분석 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엔터테인먼트 분야 앱 신규 설치 건수에서 중국계 숏폼 드라마 플랫폼인 드라마웨이브(중국)는 9월 68만건을 기록하며 2위를 기록했다. 역시 중국계 플랫폼인 넷쇼트와 드라마박스도 9월 63만건(3위), 50만건(5위)을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이들 세 플랫폼은 8월엔 각각 84만, 80만, 74만건을 기록하며 엔터테인먼트 부문 1∼3위를 독차지했다. CGV(72만건), 티빙(57만건), 쿠팡플레이(54만건) 등 국내 업체들을 훌쩍 뛰어넘는 기록이다. 이들 중국 플랫폼 앱 신규 다운로드 수는 5월만 해도 30만대였지만, 세 달 사이 두 배 이상 폭증했다.
시청자들은 자극적이고 억지스러운 전개에도 속도감과 중독성을 시청 이유로 꼽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한 누리꾼은 “그 얼굴이 그 얼굴이라 헷갈린다. 내용도 뻔하고 이걸 누가 보겠냐 싶었는데 내가 보고 있더라. 그만 봐야지 하면서도 정신차리고 보면 습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누리꾼도 “일주일에 2만원 정도를 결제하라고 하더라. 이것만 보고 결제 해제해야지 해놓고 또 결제하고 있더라. 뻔한 결말인 걸 알면서도 보게 된다”고 털어놨다.

시청자들이 숏폼 드라마로 이동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건 단연 OTT 업계다. OTT 업계도 숏폼 성향 시청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롱폼 콘텐츠를 손대기보단 실험적으로 숏폼을 시도하며 롱폼과의 결합을 노리고 있다.
2024년 12월 숏폼 서비스를 본격화한 티빙의 경우 지난해 ‘이웃집 킬러’ 등 오리지널 숏폼 시리즈들을 제작했다. 올해 6월엔 ‘코미디 숏리그’도 론칭했다. 2분30초짜리 코미디 쇼츠를 12주 동안 192편 올리는 서바이벌 구성이다. 또 이 과정에서 시청자가 투표를 통해 참여하는 ‘인터렉티브 숏 콘텐츠’ 방식도 시도됐다. 다만 중심은 어디까지나 롱폼이다. 클립 등 형태로 숏폼도 제작하지만, 이는 롱폼 콘텐츠를 큐레이션하는 역할에 가깝다. 숏폼 콘텐츠를 늘리거나 롱폼 콘텐츠 시간을 줄이는 대신 롱폼으로 유입되는 시청자를 확보해야 플랫폼이 생존할 수 있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인 넷플릭스의 경우엔 더 보수적이다. 역시 숏폼이 롱폼으로 시청자를 유입하는 역할은 할 수 있지만, 롱폼 콘텐츠를 손대기보단 여전히 퀄리티를 높여 경쟁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 OTT 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방송사와 OTT, 또는 OTT간 경쟁이었다면 이젠 숏폼 플랫폼 등과 기존 플랫폼들 간 대결 구도가 되는 게 아닌가 싶다”며 “과거엔 방송사들이 ‘OTT가 방송 시청자를 뺏어간다’는 인식도 있었지만, 이젠 OTT가 방송국 콘텐츠를 전 세계로 스트리밍하는 역할을 한다. 롱폼 콘텐츠 업계라는 점에서 파이를 뺏는 대신 (숏폼 업계와 경쟁하는) 협력 관계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승윤 기자 chasy9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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