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가 곧 인생이었던 사람 [새로 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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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병직 지음, 창비 펴냄 "그는 경계에서 머뭇거리지 않고 경계를 넘나들었다." 무함마드 깐수 혹은 정수일(1934~2025). 그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위장간첩 깐수 사건'의 주인공이자 탁월한 실크로드 연구자였다. 그와 20여 년 가까이 교류한 저자가, 한 인간이 어떻게 20세기의 국경과 전쟁, 혁명과 분단, 냉전과 탈냉전을 통과하며 자신의 삶을 만들어갔는지를 따라간다.
2년 전 서울 서촌의 한 모임에서 그림책 작가 이수지씨가 어떤 그림책을 보여주었다. 그 구멍들을 보고 이수지 작가는 눈 내리는 풍경을 떠올렸고, 그것을 한 권의 그림책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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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이름
차병직 지음, 창비 펴냄
“그는 경계에서 머뭇거리지 않고 경계를 넘나들었다.”
무함마드 깐수 혹은 정수일(1934~2025). 그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위장간첩 깐수 사건’의 주인공이자 탁월한 실크로드 연구자였다. 그와 20여 년 가까이 교류한 저자가, 한 인간이 어떻게 20세기의 국경과 전쟁, 혁명과 분단, 냉전과 탈냉전을 통과하며 자신의 삶을 만들어갔는지를 따라간다. 1934년 만주국의 화전민 마을에서 태어난 정수일은 집에서는 조선어, 학교에서는 일본어, 바깥 사회에선 중국어를 사용하며 자랐다. 하나의 언어, 하나의 국가, 하나의 정체성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삶이 이어졌다. 중국 외교관, 북한 대학교수, 남파 공작원, 위장 외국인 신분의 남한 대학교수 등 파란만장했던 그의 삶을 자료와 증언을 대조하며 치밀하게 복원했다.

눈 내리는 삼일포
김연수 지음, 문학동네 펴냄
“희망은 두려움과 함께 가는 법이야.”
김연수 소설가의 신작 소설집. 조선 후기 화가 심사정의 그림에 대한 가상의 일화를 역사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표제작부터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단편소설까지 9편의 소설이 실렸다. 표제작은 실제 에피소드에서 시작되었다. 2년 전 서울 서촌의 한 모임에서 그림책 작가 이수지씨가 어떤 그림책을 보여주었다. 심사정의 작품을 간송미술관에서 보관하다 좀이 슬었고, 그림에 구멍이 났다. 그 구멍들을 보고 이수지 작가는 눈 내리는 풍경을 떠올렸고, 그것을 한 권의 그림책으로 만들었다. 모임에서 한 장 한 장 그림책을 넘기며 보여주는 동안, 소설가는 ‘뭔가 소설을 쓰고 싶다’고 떠올렸다. 이 소설집의 표지 일러스트를 이수지 작가가 맡았다.

서늘한 대화
정재승 지음, 어크로스 펴냄
“완벽한 일은 인공지능에게 맡기고, 우리는 충실히 인간이 되어야죠.”
뇌과학자인 지은이는 대학 안팎에서 강연을 많이 했다. 세대와 성별, 분야와 국경을 뛰어넘는 다양한 만남에서 오간 대화가 책의 바탕이 되었다. 그가 노벨상 수상자, 예술가, 기업인, 학부모 등과 나눈 대화들이 담겨 있다. 예컨대 통번역대학원생과 나눈 대화에서는 ‘인간만이 가능한 번역’이란 무엇인지 묻는다. 알파고를 상대했던 이세돌 9단과는 인간의 일자리를 걱정한다. 원고를 쓰다 챗지피티와 주고받은 대화에서는 인간의 미래를 떠올리며 서늘함을 느낀다. 저자는 서늘함을 “두려움에 얼어붙지도, 낙관에 취하지도 않은 채 아직 바꿀 수 있는 미래를 바라보는 마음의 온도”로 정의한다. 책의 부제가 ‘인공지능이 인간의 자리에 들어온 뒤, 우리에게 남겨진 질문들’이다.

1992년 LA 폭동, 지붕 위의 한인들
진구섭 지음, 푸른역사 펴냄
“평결 직후 로스앤젤레스 전역의 경찰서에는 911 전화가 쇄도하기 시작했다.”
1992년 4월29일부터 닷새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대규모 폭동이 일어났다. 그 전해에 흑인 청년 로드니 킹이 백인 경찰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고, 1992년 4월29일 이 경찰들에게 무죄판결이 내려졌다. 흑인 사회의 분노가 폭동으로 이어졌다. LA 거주 한인들의 피해가 극심했다. 이 폭동으로 한인 1명이 사망하고, 40명이 부상당했다. 2300곳 이상의 한인 업소가 파괴되었다. 미국 대학에서 인종 문제를 연구해온 저자는 시 당국이나 경찰 등이 한인 사회에 공식적으로 사과한 적이 없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경찰 지휘부는 무죄판결이 내려질 경우에 대비하자는 실무진의 건의를 무시했다. 이 책은 LA 폭동의 진행 과정을 꼼꼼히 정리했다. 이민자들의 삶과 고민이 생생히 담겼다.

한국의 성장주의
김현우 지음, 나름북스 펴냄
“성장을 위한 성장, 축적을 위한 축적만이 유일한 선택지라는 이 성장주의는 언제부터 한국에 뿌리내렸을까?”
생태·노동, ‘정의로운 전환’을 연구해온 저자는 양적 팽창을 정상적인 상태로 간주하고, 다른 사회적 가치까지 경제성장에 종속시키는 ‘성장주의’에 주목한다. 개화기의 문명론에서 개발독재, 민주화와 외환위기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성장주의가 어떻게 형성되고 지속되었는지 추적한다. 노동운동과 진보진영 역시 그 질서에서 자유롭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동학과 함석헌, 장일순과 한살림, 〈녹색평론〉으로 이어지는 사상과 실천에서 한국 탈성장의 자원을 찾고, 두물머리와 밀양의 저항, 공동체와 협동조합의 실험을 새롭게 읽는다. 저성장과 인구 감소, 기후위기는 기존 방식으로 사회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신호이므로 탈성장 논의를 구체화해보자고 말한다.

마오쩌둥의 중국 국가자본주의
나이절 해리스 지음, 이정구 옮김, 책갈피 펴냄
“무엇을 기준으로 삼든, 중화인민공화국을 ‘노동자 국가’로 볼 수 없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마오쩌둥을 ‘마르크스주의 중국화의 개척자’라고 높이 평가했다. 시진핑 자신을 마오쩌둥의 ‘적통 계승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국에선 노동자들의 조합 결성을 지원하는 사회주의적 활동들이 탄압받는다. 영국 마르크스주의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마오쩌둥의 사상과 노선이 노동계급의 이익과 일관되게 어긋났다는 사실을 논리적·실증적으로 세밀하게 입증한다. 중국의 대외정책 역시 다른 자본주의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자국의 안정과 입지 강화만을 목적으로 운영되었다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라 ‘관료 주도의 국가자본주의’에 불과하다. 마오쩌둥이 건설한 중국 사회구조의 뼈대는 그가 사망한 지 50년째인 지금까지 그대로 남아 있다. 오늘날의 중국을 이해하려면 마오쩌둥과 그의 사상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이 책은 빼어난 참고 자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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