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없인 시위 못 하나요?” 하나의 시위, 둘로 나뉜 프랑스 [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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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격렬한 시위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던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
격렬한 시위가 이어지는 지금 프랑스의 현주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8년 프랑스를 뒤흔든 '노란 조끼 운동'의 부활을 외치는 시위대까지 가세한 게 바로 지난 주말인데요.
'시위의 나라'답게 프랑스엔 시위를 틈타 범죄를 벌이는 이들을 분석한 연구가 이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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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격렬한 시위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던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 인터뷰 대상을 찾는 KBS 취재진에게 한 남성이 다가왔습니다.
“한국, 중국, 일본에서는 한 교실에 40, 50명이 수업을 듣지 않나요? 그런데 여기 학생들은 미국에 비하면 공짜나 다름없이 대학에 다니고 고등학교까지 무상 교육을 받는데도 불평하고 있어요. 특권을 누리면서도 불평하다니, 웃기는 일이죠.”
티에리라는 이 남성과의 인터뷰가 끝나자, 옆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다른 무리가 끼어들었습니다. 세 남학생 중 한 명이 입을 열었습니다. 이름은 아돕, 나이는 18살이라고 했습니다.

“ 프랑스는 원래 굴복하는 나라가 아닙니다. 저항하는 나라입니다. 사람들이 할 일이 없어서 거리로 나온다고 생각하시나요? 우리는 프랑스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나온 겁니다. 저는 더 나은 삶을 원하고,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5유로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질문을 던졌지만, 정반대로 돌아온 두 대답. 격렬한 시위가 이어지는 지금 프랑스의 현주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교육 개선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온 학생들의 시위가 처음 시작된 건 지난달 중순. 학부모와 교사 단체 여기에 물가 상승과 고유가 등 경제적 문제를 호소하는 농민과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더해지면서 시위 규모는 계속 불어났습니다.
2018년 프랑스를 뒤흔든 ‘노란 조끼 운동’의 부활을 외치는 시위대까지 가세한 게 바로 지난 주말인데요. 주최 측 추산 80만 명, 정부 추산 55만 명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개혁을 부르짖는 시위대의 목소리는 약탈과 방화 같은 폭력 사태에 가려졌습니다.

상황을 지켜보는 많은 한국인은 되묻습니다. 폭력을 쓰지 않고는 시위를 할 수 없는 건가? 쥐가 나오고 벌레가 들끓는 프랑스 학교 상황도 알겠고, 청년 실업률과 재정 적자 등 경제 문제가 심각한 것도 알겠는데, 왜 물건을 훔치고 거리에 불을 지르는 거지?
우선, 직접 현장을 취재한 제가 느낀 바는 이렇습니다. 모든 시위가 폭력적이진 않습니다. 인종과 성별, 나이를 막론하고 다양한 사람이 거리로 나옵니다. 구호를 외치며 평화롭게 행진합니다. 각자 재치 있는 플래카드를 뽐내고, 악기를 연주하기도 하는 등 소위 ‘평화 시위’의 순간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인터뷰를 거절하고 카메라에 담기는 걸 극도로 경계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검은 복면 차림으로 가게를 약탈하고 물건을 부수는 이들, 프랑스어로 흔히 ‘카쇠르(casseurs)’라고 부릅니다. 과격·급진 활동가들로 이뤄진 ‘블랙 블록’도 있습니다. 평범한 시위 참가자들과는 구분해서 봐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을 모두 이민자 내지는 이민자의 후손으로 규정하거나, 특정 종교의 탓으로 돌릴 수 있다면 문제는 깔끔할 겁니다. 하지만 당장 프랑스 법무부 장관이 며칠 전 방송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체포된 사람 중에는 이민자 출신도, 외국 국적자도 있지만, 사회에 완벽하게 통합된 프랑스인까지 모든 종류의 사람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럼 다시 질문으로 돌아갈까요. ‘시위의 나라’답게 프랑스엔 시위를 틈타 범죄를 벌이는 이들을 분석한 연구가 이미 있습니다. 2023년 6월, 경찰의 총격으로 17살 나엘이란 소년이 사망하자 프랑스 전역에서 폭동이 벌어졌고, 이후 프랑스 내무부·법무부 등이 사회학 연구를 의뢰했습니다. 발생 배경은 다르지만, 폭동이 어떻게 약탈과 방화로 번지는지 이해하는 데 참고할 만합니다.
보고서는 폭력 가담자들의 동기를 4가지로 분류합니다. ① 분노와 반항, ② 놀이 및 과시·경쟁, ③경제적 이득, 그리고 ④ 개인적·지역적 갈등 해결 등입니다. 경찰에 대한 기존의 불신과 분노가 대치로 이어지고, 일부 청년들이 이를 게임처럼 받아들였다는 거죠. SNS 영웅이 되고 싶은 마음, 더 강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치기, 그리고 원래 사이가 안 좋았던 경찰이나 상점 주인에게 보복하려는 마음 등이 뒤섞여 나타났습니다. 평소 구하기 어려운 물건을 손에 넣으려는 심리야 말할 것도 없고요.

자, 그러면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의 답을 알았으니, 그다음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120쪽 분량의 보고서는 이민자 비율보다 경제 활동 관련 지표에서 폭동과 더 뚜렷한 상관 관계가 나타났다고 분석합니다. 일을 하지도,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지도 않는, 노동 시장에서 배제된 인구가 많은 지역일수록 폭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는 분석인데요. 결국, “문제는 경제야”라는 오래된 인용구를 반복하며 글을 끝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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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푸른 기자 (strongblu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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