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탄 전선·희미한 지문서 찾는 진실…강원 과학수사관들의 '지도 없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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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사는 지도 없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81주년 경찰의 날인 21일을 하루 앞두고 만난 강원경찰청 김예은 경사는 자신의 일을 이렇게 표현했다.
강원경찰청 과학수사계는 춘천, 원주, 강릉 등 도내 7개 권역에서 총 7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2007년 12월 경찰에 입문한 김 경위는 지난해 기준 과학수사 경력만 12년에 달하는 베테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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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 감정 김흥주 경위 "지문 자주 들여다보는게 자신만의 비법"

(춘천=뉴스1) 한귀섭 기자 = "과학수사는 지도 없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81주년 경찰의 날인 21일을 하루 앞두고 만난 강원경찰청 김예은 경사는 자신의 일을 이렇게 표현했다. 누군가 알려주는 지름길 없이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과학수사 업무를 맡은 지 9년. 화재 현장에서 불이 시작된 지점과 원인을 찾는 일이 그의 몫이다.
강원경찰청 과학수사계는 춘천, 원주, 강릉 등 도내 7개 권역에서 총 7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취재진 앞에서 김 경사가 살펴보던 것은 화재 현장에서 수거한 전선이었다. 불에 노출된 전선에 남은 작은 흔적도 화재 원인을 규명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그는 전선의 '단락흔'을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전기가 흐르고 있었는지 살피고, 해당 전선이 발화 지점 주변에 있었다면 전기적 요인과의 관련성도 검토하는 것이다. 흔적 하나만으로 원인을 단정하는 대신 현장 상황과 함께 들여다보는 작업이다.
화재 감식은 지역별 광역과학수사팀의 현장 확인에서 시작된다. 규모가 크거나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건 등에는 화재 감식팀이 투입돼 소방 등 관계기관과 합동 감식을 벌인다. 큰 사건은 수거한 감정물 분석 등을 거쳐 결과를 정리하기까지 한 달가량을 잡는다.

김 경사에게 기억에 남는 사건은 올해 1월 발생한 춘천 후평동 다세대주택 화재다. 초기 정보가 부족해 불이 시작된 곳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현장 내부에서 느껴진 인화성 물질의 냄새가 실마리가 됐다.
간이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고, 이후 CCTV에서도 인화성 물질과 관련된 정황이 확인됐다. 단순 화재로 보였던 사건에서 방화 정황을 밝혀내는 데 현장에서 놓치지 않은 작은 단서가 역할을 했다.
김 경사는 "화재 현장에서는 인적 요인이 개입됐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며 "당시 감식으로 사람의 개입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화재 현장을 살피는 일은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다. 지쳐서 더는 찾아낼 것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그 순간을 넘겨 원인을 밝힐 단서를 찾아냈을 때 느끼는 보람이 크다.
김 경사는 "놓치지 않고 끝까지 했을 때 원인을 밝혀낼 수 있는 좋은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며 "그때 가장 뿌듯하고 좋다"고 말했다.

함께 만난 김흥주 경위가 집중하는 것은 지문이다. 현장에서 지문을 찾아 신원을 확인하고, 사건 해결에 필요한 증거를 확보하는 업무다.
2007년 12월 경찰에 입문한 김 경위는 지난해 기준 과학수사 경력만 12년에 달하는 베테랑이다.
지문 감정은 강력사건의 실마리를 찾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난 2024년 육군 장교가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화천 북한강에 유기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김 경위를 비롯한 팀원들은 함께 지문 감정에 나서 피해자의 신원을 확인했고, 이를 토대로 신속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었다.
그러나 지문을 찾았다고 곧바로 누군지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장에는 피해자와 용의자 등 여러 사람의 지문이 남아 있을 수 있다. 사람들이 자주 만지는 물건에는 지문이 겹쳐 있어 비교할 수 있는 흔적을 선별하는 과정부터 쉽지 않다.
김 경위는 이런 상황에서는 신원을 특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을 어려움으로 꼽았다.

컴퓨터 프로그램에 지문을 넣는 것으로 작업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수사관이 지문의 특징점을 표시해 검색하면 프로그램이 비슷한 지문을 제시하고, 이를 다시 사람이 비교·확인한다.
김 경위는 "지문을 통해 사건을 조속히 해결하고 추가적인 범행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항상 현장에서 지문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만의 노하우를 묻자 특별한 비법 대신 지문을 자주 들여다보는 일과 사건을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마음을 이야기했다. 현장에서 찾아낸 증거가 범인 검거에 도움이 되고 재판에서도 쓰일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과학수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는 현장의 어려움도 함께 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밝은 면만 있는 게 아니라 어려운 부분도 있다"며 "사명감을 가지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han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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