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노동자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고 임금 청구를 인용한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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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플랫폼노동'은 몇 년째 중요한 화두였다.
이러한 계약'해지'는 해고인가? 배달노동자가 플랫폼에서 일감을 분배받아 일하다가 계약을 해지당한 경우 이를 부당한 해고라고 다투기 위해서는 먼저 그 배달노동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여야 한다. 만약 그 배달노동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면, 계약해지는 해고가 될 수 있고, 해고에 정당한 사유가 없거나 서면통지 등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면 부당한 해고가 되며, 해고가 무효라고 인정되면 해고기간에 대한 임금을 받을 수 있다.
대상판결은 '플랫폼 노동자'라고 해서 일률적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부인할 수 없다고 봤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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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건의 개요
소위 '플랫폼노동'은 몇 년째 중요한 화두였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일감이 오가는 노동을 플랫폼노동이라고 요약한다면 우리 주변에서 가장 가까이, 그리고 자주 보게 되는 플랫폼 노동자 유형은 배달노동자다. 과거 식당의 전단지를 일일이 찾아보던 시기와 달리 이제 많은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배달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애플리케이션에서 배달음식을 주문한다. 배달노동자들은 그 음식을 식당에서 목적지까지 배송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런데 배달노동자들은 때때로 플랫폼에서 계약을 '해지'당한다. 이러한 계약'해지'는 해고인가? 배달노동자가 플랫폼에서 일감을 분배받아 일하다가 계약을 해지당한 경우 이를 부당한 해고라고 다투기 위해서는 먼저 그 배달노동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여야 한다. 만약 그 배달노동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면, 계약해지는 해고가 될 수 있고, 해고에 정당한 사유가 없거나 서면통지 등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면 부당한 해고가 되며, 해고가 무효라고 인정되면 해고기간에 대한 임금을 받을 수 있다.
이 사건은 배달대행 플랫폼과 위탁계약을 체결한 배달노동자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당한 이후 이것이 무효인 해고라고 주장하면서 임금을 청구한 사안이다. 1심 법원은 청구를 기각했고, 배달노동자는 항소했다. 이에 서울고등법원은 2026. 7. 3. 선고 2024나2037832 판결(이하 '대상판결')을 통해, 1심을 취소하고 임금청구 일부를 인용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가. 사안의 전제: 배달노동자(원고)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인정
대상판결은 대법원 2004다29736 판결 이래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에 관한 전통적인 기준과, 소위 '타다 판결(대법원 2024두32973 판결)'에서 대법원이 제시했던 판단기준을 원용하면서 원고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대상판결은 먼저 피고 회사의 사업구조 및 그 구조 속에서 배달노동자의 지위를 제시했다. 대상판결은 피고(배달대행 플랫폼 회사)의 사업은 본질적으로 배달 업무이고, 피고의 핵심적 인력은 배달노동자들이며, 이들이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돼 있다고 판단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의미하기 때문에 대상판결은 원고가 피고의 사업에 편입돼 있는지를 먼저 면밀히 따져본 것이다.
다음으로 대상판결은 업무의 내용, 방식, 보수 산정기준을 모두 피고가 결정했고, 원고가 그 기준에 관여할 수 없었음을 지적했다. 업무 단위인 배차는 피고가 설계한 체계에 의해 구조적으로 결정됐고, 배차가 이뤄지고 나면 배달이 가장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배달노동자가 배달경로나 시점에 대해 유의미하게 재량을 지니기는 어렵다. 배달업무의 절차와 방식 역시 피고가 만든 각종 지침과 라이더용 애플리케이션 등의 수단에 의해서 규율되었다. 배달노동자가 받을 수 있는 보수는 기본배달료, 할증 배달료, 차감되는 페널티 등으로 구성돼 있었는데, 이러한 구성과 각각의 액수 역시 모두 피고가 결정했다.
셋째로, 피고는 배달업무 수행 과정에서도 상당한 지휘·감독을 가했다. 즉 피고는 관제용 전산시스템을 통해 배달노동자들의 배달 현황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고, 배달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지, 피크시간대에 출근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배차취소를 권하거나 출근을 독려하기도 했다. 피고는 배차와 관련된 구체적인 지시사항을 반복적으로 전달하고, 특정 가맹점 주문에 대한 배차를 요구하기도 했으며, 라이더의 배차취소에 대해서는 페널티를 부과했을 뿐 아니라, 용모와 복장에 관한 규제도 가했다. 특히 피고는 묶음배달 상한(한꺼번에 수행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배차 개수)을 통해 배달노동자들에게 강력한 통제력을 행사했다. 즉 결근이 잦거나 지시를 준수하지 않으면 묶음배달의 상한을 줄여 해당 배달노동자가 받을 수 있는 보수를 낮췄다.
넷째로, 피고는 상시 일정 수 이상의 라이더가 근무해야 원활하게 배달대행 서비스가 가능했기 때문에 제재나 유인책을 통해 배달노동자들이 사전에 협의한 근무시간을 준수하도록 어느 정도 강제했다.
또한 원고는 피고의 어플리케이션에 접속해 근무하는 중에는 피고의 배달업무만 전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다. 달리 겸업한 사정도 없었다.
반면 독립사업자성이 있었는지와 관련해 원고를 비롯한 배달노동자들은 피고의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야 했고, 그 애플리케이션의 사용 권한 역시 피고에 의해 부여됐으며, 카드단말기 등 대부분의 비품도 피고가 제공했다. 배달노동자들은 제3자에게 배달 업무를 대행시킬 수 없었고, 피고나 애플리케이션을 거치지 않고 직접 영업활동을 해서 추가적인 이윤을 창출할 수도 없었다. 결국 배달노동자들이 독립사업자로서의 특성을 지녔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원고가 피고로부터 취업규칙 등을 적용받지 않았고, 근로소득세가 원천징수되지 않았으며, 사회보장 제도상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취급되기는 했지만, 서울고등법원은 이러한 사정만을 들어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사정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피고의 의사에 따라 임의로 정해진 것이기 때문이다.
나. 부당해고 인정
대상판결은 피고가 원고에게 적법한 해고의 통지를 했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결국 절차상 하자가 있어 해고에 효력이 없다고 봤다.
다. 부당해고 기간 상당 임금의 산정
대상판결은 해고 직전 3개월간의 평균임금을 토대로 임금을 구한 원고의 청구에 관해 배달노동을 통해 벌어들일 수 있는 임금이 시기마다 편차가 클 수 있다고 봐 재직 기간 전체의 평균임금을 토대로 임금을 인정했다.
3.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플랫폼 노동자'라고 해서 일률적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부인할 수 없다고 봤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1심 판결에서는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보호는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적었지만, 대상판결은 노동의 형태가 '플랫폼노동'이고, 전통적이지 않은 방식(가령 '알고리즘')으로 노동에 대한 통제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벗어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했다. 다시 말해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기준을 적용했을 때, 근로자성이 인정된다면 그러한 결론을 내리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관련해서 대상판결은 '알고리즘'을 오히려 원고에 대한 구체적인 지휘·감독 수단으로 명시하기도 했다.
입법을 해야만 플랫폼 노동자들이 근로자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성전환자 호적정정 인정도 판례를 통해서 시작됐고, 성희롱의 법적 규제도 판례가 계기였다. 이 사건 원고를 포함해 다수의 플랫폼 노동자들은 아주 전통적인 업무를 디지털 통제하에서 수행할 뿐이다. 따라서 법원이 이러한 플랫폼 '혁신'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한다면 기존 법리를 토대로 근로자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대상판결은 법원이 법원으로서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는 충실한 법리 해석을 한 좋은 예시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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