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는 준비됐는데 비자가 없다” 한일 엔터, 미국 문턱에 잇단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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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K팝 아티스트와 일본 IP 공연이 반드시 거쳐야 할 핵심 시장이다.
이어 20일 "공연에 필요한 미국 비자를 취득하지 못해 고심 끝에 공연 실시를 단념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전했다.
한편 일본에서는 K팝 공연의 판이 한층 커지고 있다.
일본 공연업계 단체인 콘서트프로모터즈협회(ACPC) 조사에 따르면 2025년 일본 내 K팝 공연 시장 규모는 883억 엔으로, 전체 콘서트 시장의 13.7%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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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황지민 기자]
태민 북미 투어 연기·시애틀 공연 취소, KPOPWORLD 페스티벌 내년으로…日 '우마무스메' LA 공연도 무산처리 기간 1년 넘고 급행 수수료 인상…스태프·대규모 출연진 공연일수록 타격
미국은 K팝 아티스트와 일본 IP 공연이 반드시 거쳐야 할 핵심 시장이다. 그런데 최근 그 문을 여는 열쇠인 비자가 좀처럼 손에 들어오지 않아 고초를 겪고 있다.
한 달여 사이 태민의 북미 투어가 연기됐고, 대형 K팝 페스티벌은 일정을 통째로 내년으로 넘겼다. 일본에서는 인기 IP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의 첫 해외 공연이 개막을 사흘 앞두고 무산됐다. 무대도 티켓도 준비됐지만, 마지막 관문에서 발이 묶인 것이다.
■ "스태프 비자가 안 나와요"…태민 투어 올스톱, 초대형 페스티벌도 2027년으로
태민은 9월 29일 공식 SNS를 통해 '2026-27 TAEMIN WORLD TOUR <LiMiNaL>' 북미 공연 연기를 알렸다. 10월 12일 산호세 SAP 센터를 시작으로 로스앤젤레스, 라스베이거스, 그랜드프레리, 시카고, 뉴어크까지 6개 도시를 도는 일정이었다. 첫 무대까지 약 2주를 남긴 시점이었다.
발목을 잡은 건 태민 본인이 아닌, 함께 움직일 스태프의 비자였다. 태민 측은 "북미 공연에 필요한 상당수의 핵심 투어 및 제작 스태프가 여전히 비자를 대기 중이며, 발급 시기에 대한 명확한 일정이 없다"며 "예정대로 투어를 진행할 경우 상당한 운영 및 제작 리스크가 따를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취소가 아닌 재조정이다. 태민 측은 새로운 날짜와 장소를 조율 중이라고 밝혔으며, 기존 공연 환불은 원 구매처를 통해 가능하다.
여파는 이어졌다. 코리아헤럴드 보도에 따르면 태민이 10월 25일 시애틀 클라이밋 플레지 아레나에서 헤드라이너로 나설 예정이던 'K-Era Fest' 피날레 공연도 같은 사유로 취소됐다. 월드투어와는 별개의 공연으로, 함께 열릴 예정이던 31개 한국 브랜드의 전시·판매 행사도 2027년 봄으로 미뤄졌다.
미국에서 열릴 예정이던 대형 K팝 축제도 같은 벽에 부딪혔다. 10월 30~31일 텍사스 샌안토니오 알라모돔에서 개최 예정이던 'KPWORLD Festival’이 개막 한 달여를 앞두고 2027년으로 연기됐다.
박재범, 더로즈, 제시, 크래비티,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아르테미스, 원호 등이 이름을 올린 라인업이었다. 티켓은 일반 입장 100달러부터 2일권 슈퍼 VIP 패키지 1,200달러까지 판매됐다.
주최 측은 "급행 처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했음에도 일부 해외 아티스트의 비자를 제때 확보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며 "이는 아티스트와 소속사, 페스티벌 모두의 통제 밖에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라인업 일부가 빠진 채 강행하는 방안은 택하지 않았다. 주최 측은 "팬들에게 약속한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 2027년으로 넘기는 것이 가장 책임 있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기존 티켓 보유자에게는 재조정된 페스티벌의 일반 판매 전 선예매 코드가 제공된다.
■ 공연 사흘 전 날아든 '날벼락'…日 간판 IP '우마무스메'도 美 문턱서 좌절
일본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사이게임즈는 20일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7th EVENT WORLD TOUR 「THE STAGE」' 로스앤젤레스 공연 중지를 공식 발표했다. 현지시간 22~23일 피콕 시어터에서 성우 17명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던, 시리즈 첫 해외 공연이었다.
운영 측은 하루 전인 19일 "현지 변호사와 프로모터의 협조를 받아 반년 이상 전부터 준비를 진행했지만 현재까지 비자 승인이 나지 않았다"고 알렸다. 이어 20일 "공연에 필요한 미국 비자를 취득하지 못해 고심 끝에 공연 실시를 단념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전했다. 비자가 승인되지 않은 구체적인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현지 관람·온라인 중계 티켓과 JTB 공식 투어, 라이브 뷰잉은 환불된다. 운영 측은 현지 참가 예정이던 관객에 대한 대응도 검토 중이다.
■ 기간은 1년, 급행료는 400만 원 육박…"사람 많을수록 무대 선 채로 무너진다"
공통 변수로 꼽히는 건 길어진 처리 기간이다. 미국 공영라디오 NPR에 따르면 아티스트 비자는 통상 2~4개월이면 처리됐지만, 팬데믹 이후 쌓인 적체에 심사 강화가 겹치며 기간이 크게 늘었다. 개인 아티스트용 O-1 비자 청원 처리는 1년을 조금 넘는 수준까지 길어졌다.
비용 부담도 커졌다. O·P 비자의 급행 처리 수수료는 올해 3월부터 2,965달러로 올랐고, 업계에서는 사실상 필수 비용이 됐다. 청원이 승인돼도 끝이 아니다. 출연자 한 명 한 명이 본국 영사관 인터뷰를 거쳐야 하고, 입국 허가의 최종 판단은 국경에서 내려진다.
이 구조에서는 사람이 많을수록 변수도 늘어난다. 콘서트는 아티스트 혼자 서는 무대가 아니다. 무대·조명·음향을 책임질 인력이 함께 움직여야 하고, 여러 팀이 출연하는 페스티벌이나 성우 17명이 오르는 IP 공연이라면 일부만 막혀도 무대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태민 측이 '필수 인력'을, KPOPWORLD 측이 '라인업 축소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태민의 북미 투어는 새 일정을 조율 중이고, KPOPWORLD 페스티벌은 아직 새 날짜를 발표하지 않았다. '우마무스메' 월드투어는 런던과 서울, 요코하마로 일정을 이어간다. 첫 내한 무대가 될 서울 공연의 날짜와 장소는 추후 공개된다.
세 공연 모두 무대도, 티켓도, 관객도 준비돼 있었다. 멈춰 선 이유는 단 하나, 제때 도착하지 않은 비자였다. 미국 무대를 향하는 한일 엔터 업계의 준비 목록 맨 앞줄에, 이제 '비자'라는 이름이 올라섰다.
■ 美 투자가 흔들릴 때 '캐시카우'로 뜬 日…실속 챙기며 판 더 키우는 K팝
한편 일본에서는 K팝 공연의 판이 한층 커지고 있다.
일본 공연업계 단체인 콘서트프로모터즈협회(ACPC) 조사에 따르면 2025년 일본 내 K팝 공연 시장 규모는 883억 엔으로, 전체 콘서트 시장의 13.7%를 차지했다. 해외 아티스트의 아레나 공연도 464회로 전년보다 24.4% 늘었다. 앞서 2024년에는 일본에서 해외 아티스트 공연을 본 관객 10명 중 6명이 한국 아티스트 공연을 찾았다.
올해 4월 마지막 주말은 이 흐름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동방신기는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이틀간 13만 명을 모으며 해외 가수 최다 공연 기록을 새로 썼다. 트와이스는 해외 가수 최초로 도쿄 국립경기장 무대에 올랐고, 에스파는 도쿄돔에서 이틀간 9만 4000여 명과 만났다.
업계는 일본을 '실속의 시장'으로 본다. 하나증권 이기훈 연구원은 "미국 투어가 글로벌 위상을 높이는 투자 성격이 강하다면, 일본 투어는 높은 관객 동원력과 굿즈 판매를 통해 실질적인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캐시카우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K팝의 내일을 넓히는 무대라면, 일본은 오늘을 단단히 받쳐주는 무대인 셈이다. 미국 비자 문제가 장기화되는 흐름 속에, K팝 활동 반경에도 변화가 생길지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뉴스엔 황지민 saehay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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