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폐업 17년 만에 최다…지방·중소부터 몰락 ‘지속’

박세아 기자 2026. 10. 2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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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월 폐업 신고 3274건, 1년 사이 27%나 늘어
수도권·대형에 쏠린 일감… 지방·중소는 '한겨울'
전문가 "내년 반등해도 폭 제한…양극화 구조적"
건설 현장 모습./제공=뉴스1

올해 들어 9월까지 폐업을 신고한 건설사가 3200곳을 넘어서며 17년 만에 가장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좀처럼 꺾이지 않는 공사비에 공사 기간까지 늘어나면서 비용 부담이 누적된 결과로 일감이 수도권과 대형사로 쏠리면서 지방·중소 건설사가 먼저, 더 크게 흔들리는 양극화도 짙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건설경기가 바닥을 지나 반등하더라도 회복 폭이 크지 않고, 지역 간 격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20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1~9월 건설사 폐업 신고(변경·정정·철회 포함)는 327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69건)보다 27.4% 늘었다. 같은 기간 기준으로 금융위기 시기인 2009년(3340건) 이후 17년 만에 가장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2569건으로 잠시 주춤해진 폐업 건수는 올해 다시 3000건을 넘어섰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연간 폐업 신고가 처음으로 4000건을 넘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9월 폐업 신고는 2020년 1855건까지 줄었다가 2021년 2019건, 2022년 2021건, 2023년 2597건, 2024년 2610건으로 4년 연속 늘고 있다.

 

폐업 신고에는 업황 악화 외에 여러 사정이 섞여 있지만, 업계가 꼽는 가장 큰 원인은 공사비 증가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업은 다른 업종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은 편에 속해 한 해 수백여곳이 없어지면 이듬해 그만큼 새로 생기기도 한다"면서도 "폐업이 이렇게 늘어난 데는 결국 공사비 상승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8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8.7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 130.91을 기록한 이후 올 8월까지 12개월 연속 오름세다.

공사 기간이 늘어나는 것도 건설사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3년이면 끝나던 공사가 지금은 3년 반에서 4년씩 걸리고, 그 사이 현장 관리비를 비롯한 비용이 모두 오를 수밖에 없다”며 "레미콘 공급 하나만 멈춰도 현장 전체가 멈추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사업 초기에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조달이, 공사 중에는 공사비와 공기 지연이, 준공 뒤에는 미분양이 발목을 잡으면서 자금이 새 착공으로 돌지 못하는 '병목'이 곳곳에서 생기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 전반의 실적도 크게 나빠졌다.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 매출액은 9.6% 준 데 다 전년(-3.2%)보다 감소 폭이 커졌다.

 

타격은 지방과 소형건설사에 집중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업계가 가장 피부로 느끼는 건 착공 물량인데, 전국적으로 줄어들 때도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더 크게 준다”며 "지방은 물량이 부족하다 보니 기업을 계속 운영해야 하나 고민하게 되고, 폐업도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한 채를 짓는 데 원가는 고정돼 있는데 지방 시세 차이로 남는게 많지 않고, 미분양으로 남게되는 위험을 고려했을 때 위험이 적은 수도권으로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구조에 대해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경제금융 연구실장은 "공사비와 원자재 가격 부담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선진국들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일이고, 구조적으로 양극화가 계속 진행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지방 건설업체가 지역 경제와 고용을 책임지는 부분이 큰 만큼,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경착륙하지 않고 연착륙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건설경기는 바닥을 지나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지만 회복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실장은 "반등하더라도 폭이 크지 않을 수 있고, 금리와 공사비 부담, 지방 경제 부진이 변수"라고 덧붙였다. 반등의 온기가 수도권에 머무는 사이 지방 건설사의 겨울은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박세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