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출제의 비밀’, 출제 본부에 갇힌 99분…꼰대와 MZ의 티키타카 [서지현의 몰입]

서지현 2026. 10. 2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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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장꼬장한 기성세대와 거침없는 MZ세대가 만났다.

출제위원들은 약 40일간 외부와 단절된 채 오탈자도, 시비도 없는 '문제없는 문제'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출제위원들이 한정된 공간에 모여 비밀리에 문제를 만든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지만, 그 안에서 어떤 갈등과 사건이 벌어지는진 상상하기 어렵다. '수능'이라는 무게감 있는 소재에 출제위원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조직 내부의 권력 다툼을 더해 웃음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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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수능: 출제의 비밀’ 리뷰
영화 ‘수능: 출제의 비밀’ 리뷰. 사진| 바이포엠스튜디오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꼬장꼬장한 기성세대와 거침없는 MZ세대가 만났다. 모두가 납득할 만한 수능 문제를 만들어야 하지만, 정작 서로의 생각을 맞추는 일부터 만만치 않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영화 ‘수능: 출제의 비밀’은 행정 오류로 출제 본부에 합류한 국어 교사 맹보람(이선빈 분)과 권위적인 출제위원장 문주열(유재명 분)의 충돌을 통해 조직의 모순을 비트는 블랙코미디다.

대한민국에서 수능 출제는 2급 기밀이다. 철저한 보안 속에 이뤄지는 국가적 임무에 해당한다. 출제위원들은 약 40일간 외부와 단절된 채 오탈자도, 시비도 없는 ‘문제없는 문제’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수능: 출제의 비밀’은 수험생이 아닌 출제위원들에게 시선을 돌렸다는 점이 관전 포인트다.

특히 출제위원들이 한정된 공간에 모여 비밀리에 문제를 만든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지만, 그 안에서 어떤 갈등과 사건이 벌어지는진 상상하기 어렵다. 영화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소재를 코미디로 풀어낸다. ‘수능’이라는 무게감 있는 소재에 출제위원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조직 내부의 권력 다툼을 더해 웃음을 만든다.

영화 ‘수능: 출제의 비밀’. 사진| 바이포엠스튜디오


이야기의 중심에는 행정 오류로 출제 본부에 합류하게 된 MZ 교사 맹보람이 있다. 교수들이 주축을 이룬 출제위원들 사이에서 유일한 평교사인 그는 관행과 권위에 쉽게 기죽지 않는다. 맹보람의 거침없는 태도는 오랜 관행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꼰대들 사이에서 균열을 일으킨다.

맹보람과 대립각을 세우는 인물은 출제위원장 문주열이다. 그는 ‘다양성’을 존중한다며 말로만 맹보람의 합류를 반긴다. 하지만 속내는 자신의 권위와 안위에 급급하다. 맹보람이 관행에 의문을 제기할수록 문주열의 꼰대력은 더욱 도드라지고, 두 사람의 충돌은 영화의 주요한 웃음 포인트가 된다.

주변 인물들도 저마다 뚜렷한 개성으로 극에 활기를 더한다. 위아래로 치이며 난처한 상황을 수습해야 하는 운영위원회 기준수(전석호 분), 문주열의 숙명의 라이벌인 검토위원장 박경태(김영민 분), 입버릇처럼 ‘울랄라’를 외치는 예교수(정수영 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각자의 캐릭터대로 출제 본부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의 재미를 더한다.

영화 ‘수능: 출제의 비밀’. 사진| 바이포엠스튜디오


다만 영화의 장점인 한정된 공간은 동시에 약점이 된다. 출제위원들이 외부와 단절된 채 문제를 만드는 설정에 맞춰 대부분의 이야기를 한 장소 안에서 전개한다. 공간을 제한한 덕분에 인물들의 갈등과 대사에 집중할 수 있지만, 사건의 움직임까지 제한된다는 약점도 있다.

사건의 상당 부분을 대사로 전달한다는 점도 양날의 검이다. 인물들의 말맛 대사와 티키타카는 작품의 주요 웃음 포인트다. 여기에 국어과의 묘미를 살려 표준어와 사자성어를 이용한 말장난도 소소한 재미다.

하지만 대사에 의존하는 장면이 길어지면 관객들이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피로감을 느낀다. 또한 교권에 대한 정의감 가득한 메시지는 확실하지만 다소 진부하다.

영화 ‘수능: 출제의 비밀’. 사진| 바이포엠스튜디오


이런 한계를 보완하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다. 극의 중심을 잡는 이선빈은 맹보람 특유의 당돌한 태도와 정의감을 살리며 이야기를 이끈다. 여기에 유재명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문주열은 기성세대의 권위주의와 고집을 집약한 인물이다. 유재명은 문주열의 꼬장꼬장한 면모를 생생하게 구현하며 맹보람과 맞붙는 장면마다 긴장과 웃음을 동시에 끌어낸다. 김영민은 젠틀맨과 꼰대, 그리고 추잡함을 오가며 뜻밖의 웃음을 유발한다.

‘수능: 출제의 비밀’은 큰 웃음이나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기보다 익숙한 조직 문화와 세대 간 충돌을 가볍게 비트는 코미디로 관람할 때 편하게 즐길 수 있다. 대단한 재미를 보장하기는 어렵지만,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주고받는 소소한 웃음과 배우들의 호흡을 기대한다면 무난하게 즐길 만하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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