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트와이스 이어 캣츠아이 출격…3년 연속 빅시 쇼 수놓은 K팝 계보

황지민 2026. 10. 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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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비판 속에 TV에서 사라진 쇼가 있다. 슈퍼모델의 날개와 팝스타의 무대로 한 시대를 풍미한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이하 '빅시')다.

더 눈에 띄는 점은, 우여곡절 끝에 부활한 이 쇼의 런웨이에 3년째 K팝이 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빅시 패션쇼가 런웨이로 복귀한 2024년, 쇼 문을 연 건 블랙핑크 리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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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츠아이가 미국 속옷 런웨이쇼 ‘빅토리아 시크릿 런웨이’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빅토리아 시크릿’ 공식 유튜브 캡처
리사/사진=게티이미지
트와이스/사진=게티이미지
카일리제너/사진=게티이미지

[뉴스엔 황지민 기자]

핑크 카펫 흔든 캣츠아이 4인, 객석 기습 등장부터 런웨이 워킹까지 '압도''시대착오 논란' 딛고 디지털 부활…카일리 제너·바바라 팔빈 등 화제 몰이

한때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비판 속에 TV에서 사라진 쇼가 있다. 슈퍼모델의 날개와 팝스타의 무대로 한 시대를 풍미한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이하 ‘빅시’)다.

더 눈에 띄는 점은, 우여곡절 끝에 부활한 이 쇼의 런웨이에 3년째 K팝이 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올해 그 바통을 이어받은 주인공은 하이브와 게펜 레코드가 선보인 글로벌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다.

■ '핑크빛' 객석서 깜짝 등장…캣츠아이, 런웨이 씹어먹은 압도적 존재감

"섹시한 쇼를 기대해 달라." 다니엘라가 핑크 카펫에서 남긴 예고는 빈말이 아니었다.

캣츠아이는 1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컬버시티 소니 픽처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6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에 공연 아티스트로 나섰다. 테이트 맥레이 무대가 끝나자 멤버들은 무대가 아닌 객석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첫 곡은 'PINKY UP'이었다. 멤버들은 'Pink Cam'이라는 이름이 붙은 셀카 카메라를 향해 노래를 시작한 뒤 댄서들과 함께 런웨이로 행진했다. 핑크 톤 의상은 모델들 사이에서도 이질감 없이 어우러졌다.

짧은 인터루드 뒤에는 'Animal'이 이어졌다. 공연을 마친 멤버들은 직접 런웨이를 걸으며 프로 모델들 사이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마지막에는 멤버들과 모델들이 함께 담긴 대형 초상이 내려왔고, 그 위에는 'Pink Class of 2026'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이날 무대는 다니엘라, 라라, 메간, 윤채 4인이 꾸몄다. 두 곡 모두 지난 8월 빌보드 200 정상에 오른 미니 3집 'WILD' 수록곡이다.

■ 리사→트와이스→캣츠아이…빅시 런웨이에 뿌리내린 '3년의 K팝 계보'

캣츠아이 무대는 하나의 흐름 위에 있다. 빅시 패션쇼가 런웨이로 복귀한 2024년, 쇼 문을 연 건 블랙핑크 리사였다. 리사는 오토바이를 타고 등장해 'Rockstar'로 포문을 열었고, 이후 금빛 날개를 단 채 'Moonlit Floor'를 선보였다. 이 브랜드 패션쇼에 K팝 가수가 선 첫 사례였다.

2025년에는 트와이스가 바통을 받았다. 나연, 모모, 지효, 쯔위는 뉴욕 무대에서 'Strategy'를 선보이며 K팝 걸그룹 최초라는 기록을 썼다.

그리고 2026년, 캣츠아이가 그 뒤를 이었다. 솔로 아티스트에서 K팝 걸그룹으로, 다시 K팝 방법론으로 미국에서 탄생한 글로벌 그룹으로. 3년간 무대 주인공은 매번 다른 얼굴이었다.

캣츠아이가 맡은 구간도 눈길을 끈다. 이들 무대는 빅시 서브 브랜드 PINK의 새 컬렉션을 소개하는 세그먼트로 꾸며졌다.

■ 1200만 시청률서 '시대착오' 폐지 수모까지…날개 꺾였던 빅시의 흑역사

지금의 화려한 복귀 뒤에는 긴 공백이 있다. 1995년 시작된 빅시 패션쇼는 2001년부터 미국 지상파로 방송되며 연례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첫 TV 방영 당시 시청자 수는 약 1,200만 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균열이 드러난 건 2018년이다. 당시 마케팅 총괄이던 에드 레이젝이 보그 인터뷰에서 트랜스젠더 모델 기용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며 쇼는 "판타지"라고 말했다. 플러스사이즈 모델에 대한 발언까지 더해지며 거센 반발이 일었다. 그는 "무신경했다"며 사과했고, 이듬해 회사를 떠났다.

같은 해 쇼의 시청자 수는 닐슨 기준 327만 명으로, TV 방영 이래 최저치였다. 결국 2019년 5월 지상파 방송 중단이 발표됐고, 그해 11월 모회사는 패션쇼를 열지 않겠다고 공식화했다.

■ 700억 브라·출산 6주만 복귀…논란 속에서도 증명한 '화제성의 귀환'

날개를 다시 펴기까지는 4년이 걸렸다. 첫 시도는 2023년 9월 프라임비디오로 공개된 '더 투어 '23'이었다. 다큐멘터리와 패션 이벤트를 결합한 형식이었지만, CNN은 산만하다고 평가하며 브랜드가 내세우려는 정체성이 무엇인지 되물었다.

런웨이가 돌아온 건 2024년 10월이다. 타이라 뱅크스, 아드리아나 리마 등 원조 엔젤과 플러스사이즈·트랜스젠더 모델이 한 무대에 섰다.

반응은 엇갈렸다. 리파이너리29는 예전의 화려함과 새로운 포용성을 결합해 '더 투어'보다 선명한 비전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반면 W매거진은 새로운 포용의 시대를 내세웠지만 결국 과거에 크게 기댔다고 짚었다.

올해 쇼 화제성은 런웨이 위에서도 쏟아졌다. 피날레를 장식한 건 카일리 제너였다. 빅시 런웨이 데뷔 무대에서 그는 5,000만 달러 상당의 '판타지 브라'를 걸쳤다. 판타지 브라가 런웨이에 오른 건 2018년 이후 8년 만으로, 쇼 역사상 가장 값비싼 의상으로 꼽힌다. 주얼리 브랜드 제이콥앤코와 협업한 이 작품에는 천연 다이아몬드 4,410개가 박혔다.

객석에는 크리스 제너와 티모시 샬라메가 자리해 그를 지켜봤다. 다만 판타지 브라는 그간 주로 베테랑 모델 몫이었던 만큼,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제너 발탁을 두고 아쉬움 섞인 반응도 나왔다.

바바라 팔빈은 첫아이 출산 6주 만에 런웨이에 섰다. 그는 쇼에 앞서 "미국에서는 대부분 출산 6주 뒤 복귀한다"며, 빅시가 자신을 불러준 것이 여성을 지지하는 일이라 힘이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응원이 이어지는 한편, 산후 빠른 복귀가 10대들에게 잘못된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평가와 별개로 화제성은 숫자로 증명돼 왔다. 미국 패션 매체 WWD에 따르면 2024년 쇼는 런치메트릭스 기준 미디어 영향 가치(MIV) 3억 480만 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해 9월 뉴욕패션위크 전체와 맞먹는 규모다.

올해 쇼는 2007년 이후 19년 만에 LA로 무대를 옮겼고,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틱톡으로 전 세계에 무료 생중계됐다. 한때 "판타지"라는 말과 함께 접혔던 날개는 이제 스마트폰 화면 위에서 다시 펼쳐지고 있다. 그 런웨이 위에서 K팝이 그려갈 다음 장면에 관심이 모인다.

뉴스엔 황지민 saehay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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