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시아는 매우 큰 나라”… 젤렌스키에 종전 합의 압박
“우크라, 제2의 얄타회담 희생양” 관측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때가 됐다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종전(終戰)에 합의하라고 압박했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제 (종전에) 합의할 때” “우리는 젤렌스키가 합의하기를 원한다” “그가 원하지 않으면 매우 나쁜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러시아는 매우 큰 나라로 인구가 많고 동원할 수 있는 사람도 많다”며 “우크라이나에는 동원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전날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종전을 논의할 가능성을 시사했었다.
트럼프의 이날 발언은 전황(戰況)이 러시아에 기울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국력·인구 면에서 더 버티기 어려운 만큼 종전에 합의해야 한다고 종용하는 취지로 해석됐다. “러시아는 거대한 기계와 같다”며 “그들은 계속해서 조금씩 밀고 나아간다. 러시아가 차지하는 (우크라이나) 영토는 매주 계속 커지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3500억 달러(약 460조원)를 제공했다”며 “미국은 막대한 돈을 썼고, 유럽도 막대한 돈을 썼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납세자들과 유럽은 지금 이 상황에 지쳐 있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엄청난 규모의 지원을 제공했는데 높은 경유 가격 외에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했다”고 했다.
트럼프는 젤렌스키가 최근 자신의 러시아산 경유 도입, 대(對)러시아 제재 면제 등을 비판하자 “새 대통령을 맞이할 때가 됐다”라며 정권 교체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후 미국이 정보 공유를 중단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는데, 젤렌스키는 20일 오전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통화한 뒤 러시아 미사일 첩보 지원이 재개됐다고 밝히며 “미국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젤렌스키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특사와 만났고, 종전 협상에 관여해 온 트럼프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와도 화상으로 대화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중·러 정상 간 3자 회담이 성사될 경우 2차 세계대전 직전 강대국의 이익을 상호 인정한 얄타 회담과 마찬가지로 ‘세계의 권역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식민 지배에서 벗어날 한국, 폴란드 등의 운명이 자국 의지와 무관하게 정해졌는데 미·중·러 논의에서도 정작 피해자인 우크라이나가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트럼프는 이란 상황에 대해 “이제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승리하고 싶은지 최종 결정만 내리면 된다”며 “‘좋은 방식으로 이기고 싶은가, 아니면 좋지 않은 방식으로 이기고 싶은가’의 문제”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이날 이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 지도부가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에게 ‘외교적 성과’를 안겨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어 종전 합의를 꺼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이란 고위 당국자는 “이란의 종교 지도부는 트럼프에게 정치적 승리를 안겨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며 “이란은 미국과의 종전 합의가 아닌,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 재개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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