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신논단] 대법관 임명 파워게임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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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2027년 6월 대법원장의 임기만료 전과 후에 임기가 끝나는 대법관 2명의 후임 대법관 임명, 그리고 2028년 3월부터 3년 동안 매년 4명씩, 12명의 대법관 증원이 예정되어 있다.
반대로 대법원장의 교체로 대법관 임명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되더라도, 그것이 헌법이 정한 이상적인 과정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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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과 자제 결여 피해는 국민 몫
후보추천위에 임기제 위원 두고
3부 의견 반영 검증권 강화 바람직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내년 6월 대법원장 임기 만료까지 대법관 공석 사태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정말로 1년 3개월 이상의 대법관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초래될 것인지.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한다. 대법관 제청권, 동의권, 임명권을 서로 다른 헌법기관에 배분하여 권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공정하고 민주적인 최고의 사법기관을 구성하려는 이상에서 출발한 것이다.
3권이 균형과 견제를 유지하면서 적임의 대법관 선발이라는 최종 목표에 이르려면 협력과 자제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하여 검증되고 선별된 후보자 중, 특정인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거나 반드시 특정인이어야 한다는 식의 접근은 납득하기 어렵다. 대법원 구성이라는 중대한 헌법상 의무를 완수하지 못한 책임에서 어느 쪽도 자유로울 수 없다.
대법관 임명 지연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 이러한 권한의 충돌이 일회성의 갈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예정된 대법관 증원과 맞물려 더욱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2027년 6월 대법원장의 임기만료 전과 후에 임기가 끝나는 대법관 2명의 후임 대법관 임명, 그리고 2028년 3월부터 3년 동안 매년 4명씩, 12명의 대법관 증원이 예정되어 있다.
만일 지금처럼 대법관 임명을 둘러싼 갈등이 되풀이된다면 대법원의 정상적 운영은 불가능해진다. 반대로 대법원장의 교체로 대법관 임명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되더라도, 그것이 헌법이 정한 이상적인 과정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제도가 바뀌지 않고 임명권자도 그대로인 상태에서, 대법원장의 교체만으로 극적인 변화가 생겼다면 헌법상 권력의 균형추가 심하게 무너진 신호일 수도 있다.
재판의 공정을 확보하기 위하여 독립적이어야 할 대법원의 구성이 파워게임이 되거나 그렇게 보인다면, 대법관 증원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통로로 인식된다면, 사법의 신뢰는 크게 손상된다. 당장의 현안에 대하여는 별다른 방법이 없어 정치적, 정무적 해결이 불가피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계속될 대법관 임명을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제도적 개선책을 모색해야 한다.
최근의 사태처럼 헌법상의 최종 의사결정권자 사이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공식화되면, 더 이상 합리적인 해결 방법을 찾기 어렵다. 종래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지던 협의라는 관례는 언제라도 깨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대법관 임명 절차의 초기 단계에 3부의 의견이 최대한 녹아들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제도화되어 있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단지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보좌하는 역할을 넘어서서, 3부의 의견을 어느 정도 반영할 수 있는 기구가 되도록 구성하는 방안은 어떨까. 대법관 증원에 따라 대법관후보 추천의 빈도가 훨씬 많아지게 되므로, 매번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법원행정처장·법무부장관 등 당연직 위원 외 임기제 위원을 두고, 일부 위원은 대통령, 국회 교섭단체가 추천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심층 조사나 면접 등에 관한 절차를 두어 추천위원회의 실질적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헌법에서 대법관 임명에 3부가 모두 관여하도록 한 이유는,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포함한 기본권을 보장하고 헌법과 법령 해석의 기준을 세우기 위해 가장 적합한 심판관을 뽑기 위함이다. 각 기관이 자신의 독자적 권한을 내세우는 이상으로 합리적인 제도 개선에 관심을 가지길 바랄 뿐이다.
홍기태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전 사법정책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