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심리 사이] 첫인상이 정말 중요할까

임채원(뉴욕 존 제이 형사 사법대학 법정심리학 전공) 2026. 10. 21.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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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원의 '법과 심리 사이' 연재를 시작합니다. 법심리학 연구를 바탕으로 법정에서 이뤄지는 인간의 판단을 살펴봅니다. 필자는 미국 뉴욕 존제이 형사사법대학에서 법심리학을 전공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법심리학 연구 결과는 한 방향으로 모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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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원의 '법과 심리 사이' 연재를 시작합니다. 법심리학 연구를 바탕으로 법정에서 이뤄지는 인간의 판단을 살펴봅니다. 필자는 미국 뉴욕 존제이 형사사법대학에서 법심리학을 전공했습니다.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첫 장면이 오래 남는다고 하고,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고 한다. 우리는 유독 '처음'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이 '처음의 중요성'은 법정에서도 통할까.

어떤 증인을 먼저 세울지, 가장 강한 증거를 언제 꺼낼지는 재판 전략에서 중요한 고민이다. 증거의 내용이 같더라도 어떤 순서로 접하여, 어떻게 인식되고, 어떻게 기억에 남겨지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법심리학 연구 결과는 한 방향으로 모이지 않는다. 페닝턴(1982)의 모의배심 연구에서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인을 '먼저' 세우고 각 증인의 증언에서도 불리한 진술을 '앞'세웠을 때, 더 무거운 혐의로 유죄평결을 내린 사람이 많았다. 먼저 접한 정보가 판단에 더 큰 무게를 갖는 '초두 효과(primacy effect)'다. 반면 코스타빌레와 클라인(2005)의 연구에서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결정적 증거가 앞보다 '뒤에' 제시됐을 때 유죄평결이 더 많았다. 처음 접한 정보보다 '나중에' 접한 정보의 영향력이 커지는 '최신 효과(recency effect)'다.
영화 '추락의 해부'의 한 장면. 불완전한 증거들이 배열되는 순서에 따라 진실이 어떻게 재구성되는가를 보여준다.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왜 어떤 경우에는 앞선 증거가, 다른 경우에는 나중의 증거가 더 큰 영향을 미칠까.

초두 효과를 확인한 페닝턴(1982)은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자신의 실험 결과를 설명했다. 그는 실험에서 사용한 강간 사건은 절도나 폭행 사건보다 듣는 사람에게 더 강한 감정을 불러일으켰을 것으로 보았다. 생생하고 감정적인 정보가 앞에 제시되면 사람들은 뒤따르는 정보에 주의를 덜 기울이거나 그 의미를 가볍게 여길 수 있으며, 나중에 기억할 때는 생생하고 감정적인 정보가 더 쉽게 떠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며칠에서 몇 주씩 이어지는 재판에서처럼 처리해야 할 정보가 많으면 가장 먼저 나온 증인과 증언에 주의가 가장 많이 쏠려, 사건의 종류와 관계없이 초두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보았다.

반면, 최신 효과를 확인한 코스타빌레와 클라인(2005)은 참가자들에게 먼저 제시된 증거보다 나중에 제시된 증거가 판단 시점에서 더 쉽게 기억돼, 판단에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초두 효과와 최신 효과가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차먼 등(2016)의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DNA 증거를 먼저 접했을 때, 뒤이어 제시된 모호한 알리바이도 더 불리하게 해석했다. 반면 두 증거를 모두 접한 뒤 내린 종합적인 판단에서는, 불리한 DNA 증거가 마지막에 제시됐을 때 유죄 가능성을 더 높게 평가했다.

앞선 연구들은 다른 방향의 결과를 보였지만, 해석하는 과정에서는 공통적으로 '기억'이 등장한다. 기억만으로 모든 결과를 설명할 수는 없더라도, 증거의 제시 순서와 그것이 기억되는 방식은 판단을 이해하는 데 함께 고려해야 할 요소다.

기억의 역할에 관한 질문은 배심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한 사람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내리는 이들 모두 기억의 한계에서 자유롭지 않은 인간이다. 모든 증거를 충분히 검토했다 생각하더라도, 판단하는 순간에는 어떤 내용이 다른 내용보다 더 또렷하게 떠오를 수 있다. 앞선 연구들에서처럼, 마지막에 접한 증거라서 더 쉽게 떠오를 수도 있고, 처음 접한 증언이 개인적으로 강한 감정을 불러일으켜 뒤이어 제시된 정보에 주의를 덜 기울이게 되었을 수도 있다.

같은 증거를 다른 순서로 접했더라도 그 증거에 지금과 같은 무게를 부여했을까. 나의 판단이 무엇에 이끌렸는지 살피고 매 순간 의심하는 일도 판단의 일부일지 모른다.

참고

1. Charman, S. D., Carbone, J., Kekessie, S., & Villalba, D. K. (2016). Evidence evaluation and evidence integration in legal decision-making: Order of evidence presentation as a moderator of context effects. Applied Cognitive Psychology, 30(2), 214–225.

2. Costabile, K. A., & Klein, S. B. (2005). Finishing strong: Recency effects in juror judgments. Basic and Applied Social Psychology, 27(1), 47–58.

3. Pennington, D. C. (1982). Witnesses and their testimony: Effects of ordering on juror verdicts. Journal of Applied Social Psychology, 12(4), 318–333.

임채원(뉴욕 존 제이 형사 사법대학 법정심리학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