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미스터리쇼핑④] "계좌 트고, 입금하세요" 신한투자증권의 이상한 투자 상담 조건

김보람·이민섭·권이민수 기자 2026. 10. 21. 05: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증권사 영업점은 개인투자자가 복잡한 금융상품 구조와 위험을 전문가에게 직접 묻고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는 최일선이다. 신아일보 탐사보도 전문 패스트팩트팀은 주요 증권사 영업점을 직접 찾아 상담 접근성과 충실도, 투자성향 확인, 위험 설명 등 대면 상담 전 과정을 점검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번 패스트팩트팀 취재를 계기로 오는 29일 의정부지점의 투자자 상담과 금융상품 안내 과정을 점검할 예정이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고객 상담과 금융상품 안내 과정을 살펴보고 필요한 사항이 확인될 경우 관련 절차에 따라 보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회사 기준과 달리 '입금'부터 요구…"금융소비자 선택 제한·고객 혼선"
완전판매 교육 이수 여부 KPI에 반영했지만…현장 관리 실효성 의문
[이미지=chatGPT]

증권사 영업점은 개인투자자가 복잡한 금융상품 구조와 위험을 전문가에게 직접 묻고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는 최일선이다. 그만큼 충실한 설명과 투자성향을 고려한 상담이 이뤄져야 하지만 실제 현장 모습은 사뭇 달랐다. 신아일보 탐사보도 전문 패스트팩트팀은 주요 증권사 영업점을 직접 찾아 상담 접근성과 충실도, 투자성향 확인, 위험 설명 등 대면 상담 전 과정을 점검했다. 그 결과, 계좌 개설은 물론 입금까지 요구하거나 다른 계좌에 보유한 주식을 해당 지점 계좌로 옮길 것을 상담 조건으로 내건 사례를 확인했다. 또 투자성향 확인이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거나 정부가 마련한 고위험 상품 투자 제한을 피할 수 있는 우회 경로를 안내한 현장도 포착했다. 패스트팩트팀은 증권사 영업점 대면 상담 실태와 문제점을 낱낱이 밝히고 투자자 보호 체계의 허점을 진단해 개선 과제를 제시한다. <편집자주>

"상담하려면 계좌 개설하고 입금도 하셔야 됩니다."

신한투자증권 의정부지점 직원은 투자 상담을 받으러 온 투자자에게 '입금'부터 요구했다.

상담을 통해 투자 방향을 정하려는 투자자에게 성향 파악 등 기본 절차에 앞서 돈부터 넣어야 상담받을 수 있다고 안내한 것이다.

신한투자증권은 판매 절차와 설명 의무 등 완전판매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교육 이수 여부를 KPI(핵심성과지표)에도 반영한다.

해당 직원도 올해 완전판매 프로세스 교육을 이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정작 투자자가 마주한 신한투자증권 창구에서는 완전판매 원칙을 찾아볼 수 없었다.

21일 신아일보 탐사보도 전문 패스트팩트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8월 방문한 신한투자증권 의정부지점에서는 투자 상담을 요청한 취재진에게 계좌 개설과 입금을 상담 조건으로 안내했다.

창구 직원은 먼저 신한투자증권 계좌 보유 여부를 확인했다. 계좌가 없다고 하자 계좌를 개설하고 입금해야 상담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 입금이 가능하냐"고 되물었다. 이에 취재진이 목돈(투자금 1억원)을 당장 입금하는 것은 어렵고 보름 뒤에나 가능하다고 답하자 그제야 투자성향 진단과 PB(프라이빗뱅커) 상담이 진행됐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제14조 2항에 따르면, 금융상품판매업자가 영업할 때 업무의 내용과 절차를 공정하게 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금융소비자 이익을 해치면서 자기나 제3자의 이익을 얻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의정부지점의 안내와 관련해 회사 공식 기준과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입금은 상담을 위한 일률적인 선행 조건이 아니다"라며 "(당시 직원의 안내가) 회사의 일반적인 상담 기준을 설명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상담 절차에 대한 부정확한 안내가 금융소비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회사가 주식 계좌 개설이나 입금을 상담 조건으로 정하지 않았는데도 영업점 직원이 이를 필수 조건처럼 안내했다면 금융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제한하고 회사의 공식 정책과 다른 설명으로 고객에게 혼선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이미지=chatGPT]

◇ 입금 요구 배경은…실투자자 선별·영업 실적 등

그렇다면 신한투자증권 의정부지점에서 금융소비자에게 입금을 요구한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주요 증권사 여덟 곳의 목소리를 종합하면 입금 요청 배경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실제 투자 의사가 있는 금융소비자를 선별하려는 목적이다.

이미 관리하는 투자자가 많은 PB의 경우 모든 상담 요청에 같은 시간을 쓰기 어렵다. 단순히 정보를 얻으려는 금융소비자보다 실제로 돈을 넣고 투자할 금융소비자를 먼저 상담하려는 심리가 작용할 수 있다.

A증권사 관계자는 "상담만 받고 돌아가는 고객보다 실제로 돈을 넣고 거래할 고객을 우선 상담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둘째는 PB 개인의 영업 실적과 연결된다. 증권사 영업점에서는 상담 비용을 따로 받지 않는다. 금융소비자가 실제 자금을 넣어 거래하거나 금융상품에 가입해야만 직원 실적으로 이어진다.

상담을 받은 금융소비자가 이후 모바일 등을 통해 다른 증권사에서 거래하면 해당 PB 입장에서는 상담에 들인 시간과 노력이 모두 사라지는 구조다.

B증권사 관계자는 "상담을 많이 해도 그 자체는 실적이 되지 않는다"며 "고객이 계좌를 만들어 돈을 넣고 거래해야 실적으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영업점에서 상담만 받은 뒤 실제 거래는 다른 증권사에서 하는 고객이 많다"며 "때문에 자신의 관리 고객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먼저 따져보는 PB도 있다"고 덧붙였다.

셋째는 고객 자산 확보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PB에게 고객 자산 순증 목표치를 할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C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마다 다르지만 자산 순증 목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객 자산을 늘리기 위해선 계좌 관리자로 등록해야 하는데 이때 해당 계좌에 일정 수준 이상의 잔고가 있어야 한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관리자로 등록된 후에야 투자자에게 상품을 제안하고 자산을 관리할 수 있어 계좌 개설에 그치지 않고 입금까지 요청했다는 분석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의정부지점에서 입금을 요구한 이유와 관련해 당시 상담의 전체적인 맥락과 상황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미지=chatGPT]

◇ 교육·점검 거듭했지만…현장 관리 실효성 의문

신한투자증권은 영업점 직원의 금융소비자보호 교육 이수 여부를 KPI에 반영하고 있다.

금융상품 판매 절차와 설명의무, 적합성·적정성 원칙 등에 대한 교육과 점검을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실제 상담을 가정한 역할극 교육(완전판매 롤플레잉)과 영업점 현장점검을 통해 관련 절차를 숙지하고 지키는지도 확인한다.

의정부지점에서 취재진을 응대한 직원 역시 올해 완전판매 프로세스 교육을 이수했다.

문제는 교육 이수 여부를 성과에 반영하고 현장점검까지 실시하는 관리 체계 아래에서도 회사 상담 기준과 다른 안내가 나왔다는 점이다.

교육을 받았는지 확인하는 데서 나아가 배운 내용을 실제 상담에서 지키는지까지 관리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그 실효성이 드러나지 않았다.

교육·점검 체계를 갖추는 것과 현장에서 기준이 작동하도록 하는 것 사이의 간극이 드러난 대목이다.

김 교수는 "회사 기준과 다른 현장 설명은 금융상품 판매 과정의 소비자 보호 원칙에 어긋날 소지가 있고 직원의 부당한 영업 관행과 내부통제 미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실제 상담 기준과 직원 안내 내용이 일치하는지 점검하고 직원 교육과 안내 절차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객에게 불필요한 계좌 개설이나 입금을 요구하는 일이 없도록 민원 처리와 사후 점검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소법 제16조 또한 임직원이 법령을 준수하고 건전한 거래 질서를 해치지 않도록 회사가 성실히 관리하도록 하고 이를 위한 내부통제 기준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번 패스트팩트팀 취재를 계기로 오는 29일 의정부지점의 투자자 상담과 금융상품 안내 과정을 점검할 예정이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고객 상담과 금융상품 안내 과정을 살펴보고 필요한 사항이 확인될 경우 관련 절차에 따라 보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신아일보] 이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