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yer&] “영미계 주도 아시아 조정·중재 시장 바꾸고 싶다”

김지수 기자 2026. 10. 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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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거쳐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 넷플릭스 코리아 변호사로 정상의 경력을 쌓아오던 베테랑 변호사가 '단독 중재 법률사무소'를 열었다.

LKC는 국제·국내 분쟁의 중재인·조정인 업무만을 다루는 1인 사무소다. 정 변호사는 국내 여성이 독립 전업 국제 중재인·조정인으로 나선 첫 사례다.

2003년 김·장 법률사무소로 옮겨 16년간 국내외 기업을 대리하며 한국 1세대 여성 국제중재 변호사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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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화 LKC 법률사무소 변호사(한국 첫 여성 조정·중재 1인 법률사무소)
정교화 변호사가 10월 13일 서울 서초동 법률신문사에서 인터뷰 중이다. 백성현 기자

"16년간 국내외 중재 대리 경험 
혼자이니 이해상충 걱정 없어
고군분투 여성 후배들 응원"

판사,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거쳐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 넷플릭스 코리아 변호사로 정상의 경력을 쌓아오던 베테랑 변호사가 '단독 중재 법률사무소'를 열었다. 'LKC(Liz Kyo-Hwa Chung) 법률사무소(LKC ADR)'를 최근 론칭한 정교화(사법연수원 28기) 변호사 얘기다.

LKC는 국제·국내 분쟁의 중재인·조정인 업무만을 다루는 1인 사무소다. 정 변호사는 국내 여성이 독립 전업 국제 중재인·조정인으로 나선 첫 사례다. 

'모험'에 나선 이유에 관해 정 변호사는 앞으로 국제 거래와 국내 기업 분쟁에서 대체적 분쟁 해결(ADR)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데 착안했다고 말했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법원 소송과 달리 비공개로 진행되는 조정이 빠른 시간에 기업 비밀 유지와 관계 보존을 꾀하면서 사건을 해결하기 때문이다.  중재 역시 전문가 판정부의 단심 판단을 받는 점에서 대안이 될 수 있다.

"아시아 국제분쟁에서도 대부분 영국, 호주 등 영미법계 중재인이 주도해 왔습니다. 역내 기업 문화와 법제를 잘 이해하는 중재인으로서 대안이 되어 국제 분쟁 해결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1인 오피스를 택한 결정적 이유는 '이해상충(Conflict)' 차단이다. 대형 로펌에선 기존 클라이언트 이해관계 탓에 중재인 제안을 고사하기 일쑤라고 했다.

"로펌 소속일 땐 당사자 대리 여부 확인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사소한 이해상충만 있어도 사건을 맡을 수 없습니다. '이해상충 프리(Conflict-free)' 여건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국내 중재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한 과제도 짚었다. 중재 제도가 법원 사건 적체를 해소할 대안임에도 유인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내놨다.

"국내 중재는 보수가 지나치게 낮아 사실상 프로 보노(Pro bono) 공익활동 취급을 받습니다. 보수가 현실화돼야 전문가들이 전업으로 뛰어 대규모 사건도 믿고 맡길 수 있죠. 동시에 중재인 스스로 판사에 준하는 윤리 기준을 세우고 철저한 이해상충 검증 등 공정한 문화를 정착시켜야 합니다."

조정 제도 역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봤다. '조정에 의한 국제적 합의에 관한 국제연합협약(일명 Singapore Convention on Mediation)' 발효로 조정 집행력을 부여하는 국제적 움직임이 활발하지만 한국은 서명 후 국회 비준을 마치지 않았다. 국내 기업들도 법원 회부가 아니면 자발적 조정을 꺼린다.

"기업 실무자는 조정에 응하고 싶어도 만에 하나 조정 내용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오면 사후 책임 추궁을 당할까 두려워합니다. 소송 비용과 책임을 고려한 결정 권한을 주고, 이를 제대로 행사했다면 사후 책임을 묻지 않는 조직 문화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본질적인 이해관계(interests)를 조율할 전문 조정인 양성도 필요합니다."

분쟁 해결에 주목하게 된 것은 판사, 대리인, 기업 인하우스를 거치면서 형성된 결과였다. 1999년 사법연수원 수료 당시 통역을 도맡아 공로상을 받은 그는 서울중앙지법과 서울행정법원 판사로 민·형사, 행정 사건을 두루 경험했다. 2003년 김·장 법률사무소로 옮겨 16년간 국내외 기업을 대리하며 한국 1세대 여성 국제중재 변호사로 자리 잡았다. 2008년 하버드 로스쿨(LL.M.) 시절엔 협상·조정 프로그램(PoN, HMP)을 거치며 보스턴 법원 소액 조정인을 경험했고, UAE 하노칼의 네덜란드 자회사들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거액의 ISDS 사건에선 정부를 대리해 소 취하를 이끌어냈다.

2018년에는 "기업 경험은 지금이 아니면 못 한다"는 생각에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변호사로 옮겨 코로나 시대의 디지털 전환을 마주했고, 2021년에는 넷플릭스 코리아 리걸 디렉터로 합류했다. '오징어 게임' 등 K-콘텐츠 흥행 속에서 망 사용료 소송과 조세 분쟁을 지휘하고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하는 등 법적·정책적 문제를 총괄했다.

"법원에선 판단자로, 김·장에선 대리인으로 일했고 MS와 넷플릭스에선 클라이언트 입장에 섰습니다. 국내외에서 대륙법계와 영미법계 법학교육도 두루 받았습니다.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해결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국내에서 전업 국제 중재인, 특히 여성 국제 중재인은 아직 미개척지다. 하지만 그가 홀로서기를 감행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글로벌 여성 중재인들의 연대가 있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회의실에 저 혼자 여자일 때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남성 중심 무대에서 같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해외 분쟁전문가들과 깊은 유대감을 나누며 의지했죠. 이번에 독립할 때도 해외 여성 동료들이 큰 용기를 줬습니다. 그 사이 국내도 여성 중재 전문가들이 많이 성장했습니다. 특히 대한상사중재원 산하 WIC(Women Interest Committee)의 많은 여성 동료들이 적극 응원해 주어 감사했습니다."

정 변호사는 자신이 개척한 길이 후배들과 능력 있는 퇴임 법관들에게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직장과 가정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30~40대 후배 여성 변호사들을 늘 응원합니다. 제가 길을 잘 닦아놓으면 후배들도 '전업 중재인'이라는 또 다른 전문 영역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겁니다."

다섯 번째 도전
판사로 출발해 홀로서기

20대에 판사로 시작해 중장년기를 김·장에서 국제중재 업무에 몰입했다. 이어 글로벌 빅테크와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국내 정책법무를 지휘했던 그의 다섯 번째 도전은 '홀로서기'였다. '조직에 속해 있다는 안락함'을 내려놓으면서 두려움은 없을까. 그 질문에 그는 생기가 도는 표정으로 답했다.

"두려운 마음도 있지만, 복잡한 의사결정과정과 결재 없이 오롯이 제 이름으로 책임지면 되니까요."

그렇다고 '중재와 조정'이라는 다소 낯선 분야에서 홀로서기에 나선 그를 지켜보는 눈길이 부담스럽지만은 않은 듯했다. 첫 독립 여성 국제중재인이라는 타이틀에 대한 자신감이었다. 

"조급해하지 않고 제 페이스대로 이 길을 걸어갈 겁니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후배 여성변호사들이 제 길을 따라오지 않을까요?"

정교화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행정법원 판사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1호 여성 국제중재 변호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변호사 

-Netflix Korea Senior Legal Direc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