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광장] 변호사는 근로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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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고재판소는 2026년 8월 28일, 일본 최대 규모의 로펌 소속 변호사가 해당 로펌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계약상 지위확인 청구를 기각한 하급심 판결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상고심까지 법적 분쟁이 잘 이어지지 않는 일본 실무를 고려하면, 이 사건의 법적 메시지가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 알 수 있다.
항소 취하로 확정됨), 대법원도 구성원 변호사로 등기되어 있더라도 실질적인 경영 참여 없이 사건을 배당받아 처리하며 고정급을 지급받았다면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2다77006 판결). 최근에는 산재와 관련하여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하급심 판결도 있었다(서울행정법원 2024. 5. 23. 선고 2022구합82813 판결). 결과만 놓고 보면, 한국에서는 일본과 달리 변호사의 근로자성이 폭넓게 인정되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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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선택, 보수 협상 자율성 주목
한국도 계약 명칭보다 실질 따져
핵심은 업무의 독립성과 자율성

일본 최고재판소는 2026년 8월 28일, 일본 최대 규모의 로펌 소속 변호사가 해당 로펌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계약상 지위확인 청구를 기각한 하급심 판결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상고심까지 법적 분쟁이 잘 이어지지 않는 일본 실무를 고려하면, 이 사건의 법적 메시지가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 알 수 있다.
이 사건의 원고는 2001년 변호사로 등록한 경력 변호사로, 2014년 해당 로펌에 어쏘(Associate) 변호사로 입사하여 이듬해 카운슬(Counsel) 변호사가 되었다. 이후 매년 위임계약을 갱신하며 근무하였으나, 2022년 로펌으로부터 계약갱신 거절을 통지받자, 원고는 자신과 로펌 사이의 계약이 실질적으로 근로계약에 해당하므로 일본 노동계약법 제18조에 따른 무기근로계약 전환권이 인정된다고 주장하였다. 일본에서는 통산 계약기간이 5년을 초과한 유기근로계약의 경우 근로자의 신청에 따라 무기근로계약으로 전환될 수 있다.
쟁점은 원고와 같은 변호사가 노동계약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는데, 일본 재판소는 계약의 명칭뿐 아니라 실제 업무 수행 관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도, 다음과 같은 사정에 주목하였다. 첫째, 원고는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전문직으로서 자신의 고객 기반과 예상 매출을 제시하며 보수조건을 협상하는 등 비교적 대등한 지위에서 계약을 체결하였다. 둘째, 파트너 변호사로부터 사건을 배정받았지만 참여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었고, 사건을 거절하더라도 불이익을 받는다고 볼 증거가 없었다. 셋째, 업무시간을 기록하는 타임시트는 근로시간 통제가 아닌 고객에 대한 보수청구 등을 위한 것이었으며, 휴가 사용 역시 원칙적으로 자유로웠다. 넷째, 연간 1,800만 엔의 기준보수는 실제 업무량이나 근무시간과 관계없이 유지되었다. 일본 재판소는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원고가 사용종속관계 하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노무를 제공한 근로자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한편, 한국에서는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법인에 대하여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 지위에 있다는 판결이 있었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05. 11. 11. 선고 2005가합33355 판결. 항소 취하로 확정됨), 대법원도 구성원 변호사로 등기되어 있더라도 실질적인 경영 참여 없이 사건을 배당받아 처리하며 고정급을 지급받았다면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2다77006 판결). 최근에는 산재와 관련하여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하급심 판결도 있었다(서울행정법원 2024. 5. 23. 선고 2022구합82813 판결). 결과만 놓고 보면, 한국에서는 일본과 달리 변호사의 근로자성이 폭넓게 인정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양국 재판부는 기본적으로 공통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사건의 원고는 이미 10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한 상태에서 로펌에 합류한 카운슬 변호사로서, 업무 수행의 독립성이나 사건 수임에 대한 관여 정도, 보수 결정 구조 등에서 상당한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바꾸어 말하면, 일본 재판소의 견해에 따르더라도 어쏘시에이트 변호사들은 물론, 카운슬 변호사의 경우에도 구체적인 업무 태양에 따라서는 근로자성이 인정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
결국 계약의 명칭이나 변호사라는 직업적 지위만으로 근로자성을 판단하지 않고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의 존재 여부를 살펴본다는 점에서는 공통되지만, 이 사건은 전문직 종사자가 축적한 경력과 전문성이 계약 체결 과정에서의 교섭력, 업무 수행의 독립성, 사건 선택의 자유 등으로 구체화되는 양상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즉, 전문성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자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전문성이 실질적인 자율성과 독립성으로 이어지는 경우에는 근로자성 판단에서도 이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직이라는 이유만으로 바로 근로자성이 부정되지도 않지만, 조직에 소속되어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는다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해당 전문직 종사자가 실제로 어느 정도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자율성이 계약관계에서도 실질적으로 보장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 사건은 전문직의 근로자성 판단에서 이러한 실질적 자율성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유시형 변호사(법무법인 율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