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냑 마시며 불멍, 연기 헤치며 조깅... 폭동 속 파리지앵들의 일상

지난 주말 프랑스 파리를 휩쓴 극심한 폭력 사태 한가운데서도 일상을 지켜가려는 파리지앵들의 모습이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17일 파리 샹젤리제 카페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진 한 영상엔 남녀 커플이 야외 테라스에 앉아 코냑 잔을 기울이는 모습이 담겼다. 이들과 불과 수십 m 거리에선 모자를 뒤집어쓴 시위대 몇 명이 마치 캠프파이어를 하듯 거대한 불을 지른 상황.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불길이 카페 유리창에 고스란히 반사되고 있는데도, 두 사람은 불길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담배와 술을 즐기며 태연자약하게 대화를 나눈다. 영국 가디언은 “한 부부가 개선문 근처에서 술을 즐기는 모습이 목격됐는데, 이곳은 파리 중심부에서 폭동이 일어난 곳 근처였다”고 했다.
같은 날 낮 파리 시내에선 민소매 조깅복을 입고 고글을 쓴 한 여성이 시위 현장에서 달리기를 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시위대가 도로에 자전거 바리케이드를 쌓아둔 채 불을 질렀고 거리는 연기로 자욱하다. 마스크와 모자를 쓴 시위대가 거리를 서성거리는데도 이 여성은 인파를 헤치고 달리기에만 열중한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파리의 시위조차 이 여성의 침착한 조깅을 막을 수 없었다”고 했다.

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이 영상에 ‘동요하지 않는 러너, 혼란스러운 파리 시내를 가로지른다’는 제목을 붙였다. 촬영자는 “취재 도중 이례적인 장면을 목격했다”며 “불이 타오르고, 짙은 연기와 매우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았는데 갑자기 한 여성이 조용히 조깅을 하며 혼란을 뚫고 나타났다”고 했다. 그는 “진심으로 놀라고 재밌었다”고 했다.
2023년엔 보르도에서 연금 개혁 반대 시위 현장에서 방화에도 놀라지 않고 마치 불멍(멍하니 불길을 쳐다봄)하듯 감상하며 포도주를 마시며 대화하는 중년 부부의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영상은 현재 사태와 맞물려 이른바 ‘프렌치 시크’ 밈으로 소비되고 있다. 외국 네티즌들은 “이것이야말로 프랑스인의 정수” “프랑스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했다.
파리시는 18일부터 거리 청소를 시작했다. 레퓌블리크 광장 조각상의 스프레이 낙서를 지우고, 상인과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나서 깨진 유리와 자전거 잔해 등을 치우고 있다. 이들은 “어서 빨리 일상을 회복하자” “빛의 도시 파리의 아름다움을 되찾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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