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0세반, 반년 기다려도 대기 60번

황규락 기자 2026. 10. 21.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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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아 늘었지만 어린이집 줄어
서울 시내 한 어린이집에서 어린이들이 엄마와 함께 등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32세 서모씨는 지난 5월 첫아이를 출산했다. 맞벌이를 하는 서씨는 내년 3월 복직에 맞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 출산 직후 집 근처 어린이집 ‘0세반’ 두 곳에 대기를 걸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기 순번이 모두 60번대에 머물고 있다. 서씨는 “0세반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지금이라도 입주 도우미를 알아봐야 할지, 복직을 미뤄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출생아 수가 2년 연속 늘어나고 있지만, 갓 태어난 아이를 맡길 어린이집 0세반(신생아~12개월 미만) 문은 오히려 좁아지고 있다. 심각한 저출생 현상으로 많은 어린이집이 문을 닫으면서 갑자기 늘어난 0세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20일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어린이집 0세반에 들어간 아이들은 입소를 신청한 날부터 확정되기까지 평균 155일을 기다렸다. 2022년 116일보다 39일 길어진 것이다. 0세 반 대기 기간은 2023년 128일, 2024년 143일 등 매년 늘어나고 있다. 올해도 상반기만 따져봐도 0세반 대기 기간은 6개월이 넘는 평균 187일에 달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출생아 수는 9년 만에 반등해 전년 대비 3.6% 증가한 23만8317명이었다. 지난해에도 25만4341명으로 전년 대비 6.7% 늘어났다. 그 결과 0세 반 입소 신청은 2022년 대비 지난해 16.5% 증가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어린이집 0세반 정원은 13만9644명에서 14만5533명으로 4.2% 늘어나는 데 그쳐 대기자가 속출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12만4077명으로 정원이 오히려 줄었다.

온라인 육아 커뮤니티에는 서씨와 비슷한 하소연이 이어진다. 경기 수원 광교에 사는 A씨는 “지난해 6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어린이집 대기를 걸었는데, 순서가 계속 밀리기만 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9월 출산한 B씨도 “아이를 맡기지 못하면 일을 그만둬야 한다”며 “경력이 단절되고 수입이 줄어드는 게 걱정”이라고 했다.

0세반 공급 부족은 0~2세를 주로 맡는 가정 어린이집이 빠르게 사라진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통 아파트 1층 등에서 소규모로 운영되는 가정 어린이집은 2022년만 해도 전체 0세반 정원의 절반 가까이를 책임졌다. 하지만 지난 3년여간 가정 어린이집이 7000곳 가까이 폐원하면서 이들이 맡는 0세반 정원도 2022년 6만5331명에서 지난해 5만220명으로 23.1% 줄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4만3599명까지 줄었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가정 어린이집은 아파트 전세로 운영하는 곳이 많은데,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서 임대료 부담이 늘어나고 집주인도 계약 연장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라고 했다.

교육부가 국정 과제로 0세반 교사 한 명당 아동 수를 3명에서 2명으로 줄이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어린이집들이 0세반을 늘리지 못하는 영향도 있다. 예를 들어 기존 세 명이던 0세반 아이를 두 명으로 줄이면 보육료 수입이 줄고, 아이를 그대로 받으려면 교사를 한 명 더 뽑아야 하는데 정부가 추가 교사 인건비를 100%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임진숙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장은 “0세반 수요가 많다고 정원을 늘리면, 재정적으로 손해인 만큼 원장들이 0세반 운영을 기피하는 현상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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