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 이젠 본격적으로 유럽 공략해야할 시점”

파리 / 연지연 기자 2026. 10. 21.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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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회장

지난 18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노르 빌팽트 전시관(Paris Nord Villepinte). 축구장 40여 개를 합친 28만㎡ 규모의 전시장 붉은색 간판의 삼양식품 부스 앞에 글로벌 바이어들의 발길이 멈춰 섰다. 컨베이어 벨트 위를 쉼 없이 회전하는 불닭볶음면과 건면 파스타 탱글(Tangle) 앞에는 시식 컵을 받으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회장이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현지 인터뷰에서 “중국·일본·북미를 넘어 이제 유럽 시장을 공략할 때”라고 말했다. /삼양라운드스퀘어

올해로 60주년을 맞은 시알 파리(SIAL Paris)는 독일 쾰른 아누가(ANUGA)와 함께 세계 식품업계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양대 식품 박람회다. 130여국 7500여 식품 기업이 참여하는 격전장이다. 한국에서도 농심·롯데웰푸드·빙그레 등 11개 주요 식품사가 공동관을 꾸린 가운데 삼양식품은 올해 처음으로 단독 대형 부스를 열고 유럽 전역 공략에 나섰다.

현장에서 만난 김정수(60) 삼양라운드스퀘어 회장은 “유럽은 국가마다 문화와 입맛이 완전히 다르다”며 “2024년 네덜란드 법인, 올해 영국 법인을 차례로 세워 실적을 내고 있지만 왜 네덜란드에선 통하고 스페인에선 아직 미미한지 그 답을 현장에서 찾기 위해 왔다”고 했다. 지난 6월 그룹 회장직에 공식 취임한 이후 언론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 공략 해법 현장에서 찾겠다”

김 회장은 드라마틱한 역전 스토리를 쓴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꼽힌다. 삼양라면 창업주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의 며느리인 그는 전업주부로 살다가 1998년 삼양식품이 부도를 맞자 영업본부장으로 경영에 뛰어들었다. 그의 인생 승부수가 2012년 출시된 불닭볶음면이다. ‘너무 매워 팔리지 않을 것’이란 사내 반대를 꺾고 밀어붙인 불닭은 유튜브 먹방 챌린지를 타고 전 세계를 강타했다. 김 회장이 입사할 당시 3000억원대였던 매출은 올해 사상 첫 3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불닭 이후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김 회장에게 늘 따라붙는 물음이다. 그는 “예전에는 ‘불닭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고 답했지만 지금은 ‘불닭 플러스(+)’라고 말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불닭의 입지가 줄어들 것이라 단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다”며 “오리지널의 브랜드 파워는 지속해서 진화·확장시키고 동시에 새로운 주력 무기를 키우는 투 트랙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새 무기가 이번 박람회의 전면에 내건 프리미엄 단백질 건면 파스타 탱글이다. 김 회장은 “면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유럽 소비자가 원하는 탄력 있는 식감에 그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강, 즉 단백질을 접목했다”고 했다. “불닭으로 유럽 소비자들의 입맛을 열었다면 이제는 탱글을 매일 그들의 식탁에 올리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연내 추가 해외공장 확정

글로벌 수요 폭증에 발맞춘 생산 인프라 확충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김 회장은 “내년 초 중국 저장성 자싱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는데 이 물량은 전량 중국 내수용으로 소진된다”며 “공장을 짓는 데 최소 3~4년이 걸리는 만큼 제2의 해외 생산기지를 유럽과 동남아 중 어디에 둘지를 올해 안에 결단할 것”이라고 했다.

경영 전면에 나선 장남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무와 역할 분담 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전 전무는 신사업을 포함해 경영 전반을 총괄한다”며 “제가 회사의 큰 방향성을 잡고 대외 협력의 기틀을 다진다면 전 전무는 현장에서 발로 뛰는 일종의 세트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했다. 김 회장은 전 전무에게 ‘인문학적 통찰’을 강조한다고 했다. 그는 “경영 기술은 얼마든지 배울 수 있지만 사람이 무엇을 갈망하고 왜 특정 음식을 선택하는지 깊이 이해하지 못하면 식품 사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김 회장이 그리는 삼양의 미래상은 ‘음식을 통한 멘탈 케어(정신 건강)와 웰니스 기업’이다. 매운맛으로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불닭에서 건강을 채워주는 탱글까지, 소비자의 마음과 신체 건강을 동시에 돌보는 식품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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