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AI 모델, 美 제치고 국내 AI 개발 생태계 장악

올해 국내 개발자들이 공개한 인공지능(AI) 모델 가운데 절반가량은 중국 기업이 개발한 기존 모델(중국산 파운데이션 모델)을 기반으로 추가 학습하거나 개량해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자들은 파운데이션 모델에 한국어 데이터를 추가 학습(파인튜닝)시키는 등 개별 목적에 맞게 고친 뒤, 이를 글로벌 AI 모델 공유 플랫폼 허깅페이스에 올린다. 기업과 개인은 파인튜닝된 모델을 내려받아 자사 서버나 PC에서 구동할 수 있다. 중국산 AI가 저렴한 비용과 다양한 선택지를 앞세워 국내 개발 생태계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기술 종속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큐원’ 기반이 46.8%… 미국·한국 모델 압도
민간 싱크탱크 록브리지네트워크 코리아에 지난 16일 게재된 ‘중국 인공지능은 한국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허깅페이스에서 국내 계정 1993개가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새로 공개한 AI 모델 1845개 가운데 중국산 모델 기반 비율이 49.3%를 차지했다. 반면 미국산 모델 기반은 35.9%였고, 국산 기반은 14.9%에 그쳤다. 중국산 기반 모델 비율은 최근 3년 새 크게 늘었다. 2023년 1.2%에서 지난해 22%까지 올랐고, 올해 49.3%를 기록한 것이다.

올해는 중국 기업 알리바바의 파운데이션 모델인 ‘큐원(Qwen)’이 가장 많이 활용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개발자들이 올해 공개한 모델 가운데 큐원 기반은 864개로 전체의 46.8%를 차지했다. 구글의 ‘젬마’ 기반은 271개(14.7%)로 뒤를 이었고, 메타의 ‘라마’ 기반이 254개(13.8%)였다. 국산 파운데이션 모델 활용도는 한 자릿수에 그쳤다. LG AI연구원의 ‘엑사원’ 기반이 171개(9.3%)로 4위였고, 카카오의 ‘카나나’는 49개(2.7%)로 6위였다.
보고서는 중국산 파운데이션 모델이 비용 경쟁력 측면에서 큰 강점을 갖는다고 분석했다. 동급 최상위 모델끼리 비교하면 중국 모델의 단가가 출력 기준으로 약 34분의 1에 불과했다.
중국산 모델은 활용 편의성 면에서도 우위에 있다. 특히 큐원은 소형부터 초대형까지 모델 크기가 다양하고, 119개 언어를 처리할 수 있다. 파생 모델과 관련 도구·활용 사례 역시 풍부해 개발자가 원하는 기능을 구현하기에 유리하다. 게다가 서구권 개방형 모델 시장을 선도하던 미국 메타가 최신 모델을 비공개로 전환하면서 중국산의 존재감은 더 커졌다.

◇편리함에 숨은 위험… 중국 AI 기술 종속 우려
중국산 모델이 국내 개발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자, 국내 AI 개발 생태계의 중국산 모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알리바바는 AI 모델부터 클라우드 인프라 등 풀스택 AI 밸류체인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큐원을 사용하는 개발자가 늘어날수록 중국 AI 생태계의 영향력을 키우는 효과를 낸다.
보안 우려도 제기됐다. 기업들이 중국산 모델 활용에 대해 가장 많이 걱정한 것은 데이터 유출 우려로 80.2%를 차지했다. 개인 정보 처리의 불투명성은 67.7%로 뒤를 이었고, 성능과 품질을 우려한다는 응답은 31.3%에 그쳤다.
보고서는 중국산 AI 모델 사용을 금지하기보다 기업이 어떤 기반 모델을 선택했는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보안·운용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정 모델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라이선스 조건이 바뀌거나 후속 모델의 공개가 중단될 경우 기업 개발 환경이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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