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특집] '세계 화장실문화의 수도' 수원
세계 화장실 문화 선도
2008년부터 개발도상국 화장실 환경 개선 지원
필리핀서 세계화장실협회 총회…32번째 조성
수원 화장실 문화 역사
故 심재덕 전 시장, 1990년대부터 환경개선 온힘
세계최초·유일 화장실문화전시관 '해우재' 눈길
세계화장실협회 자리…이재준 시장, 협회장 연임
각양각색 공중화장실
반딧불이·축구공·미술관옆화장실 등 개성만점
휴식·문화 공간으로 진화…아름다운 화장실 賞

패션의 수도 파리, 뮤지컬의 중심지 브로드웨이처럼 세계적으로 특정 분야를 대표하는 도시가 있다. 수원특례시는 화장실문화 분야에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깨끗하고 쾌적한 위생환경 조성을 넘어 화장실을 생활 속 문화공간으로 발전시키고, 국제 협력을 통해 화장실문화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고 있다.
지난 14일 필리핀 푸에르토 갈레라 지역의 무엘레 헤리티지파크에 수원형 화장실 '해우재'가 들어섰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에 있는 이곳은 해변과 해양생태계가 어우러진 관광지다.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도 육로와 수상택시를 이용해 약 4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곳에 수원의 화장실문화가 자리 잡은 것이다.

이번에 조성된 화장실은 전 세계 32번째 수원형 화장실이다. 수원시는 2008년부터 세계화장실협회와 함께 개발도상국의 공중화장실 환경 개선을 지원해 왔다. 세계화장실협회가 19개국에 52개 화장실을 건립한 가운데 수원시는 12개국 32곳의 조성을 지원했다. 캄보디아 시엠립의 앙코르와트 유적지와 지진 피해 지역인 네팔의 카브레 척수재활원, 튀르키예 얄로바시의 페리터미널 인근, 몽골 울란바토르의 칭기즈칸 동상 인근 등 공중화장실이 필요한 곳에 수원형 화장실문화를 전파했다.
필리핀 무엘레 화장실 준공식에 앞서 지난 13일 마닐라에서는 화장실문화 국제교류 행사인 '2026 세계화장실협회 제16차 이사회 및 제8차 총회'가 열렸다. 세계화장실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의 주재로 미국과 일본 등 11개국에서 온 회원 60여명이 화장실문화의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수원시가 세계 화장실문화의 중심지로 자리 잡은 것은 오랜 기간 이어진 노력의 결과다. 화장실이 도시의 품격을 보여주는 공간이라는 인식 아래 시설 개선과 문화 확산을 추진해 왔다. 그 시작에는 민선 1·2대 수원시장을 지낸 고(故) 심재덕 전 시장이 있다.
'미스터 토일렛'이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심 전 시장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유치를 준비하던 1990년대 중반부터 공중화장실 개선에 힘을 쏟았다. 화장실이 도시의 첫인상과 품격을 좌우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공중화장실 환경을 개선하고 수원 곳곳에 아름다운 화장실을 조성했다.
장안구 이목동에 있는 '해우재'는 이러한 화장실문화의 역사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화장실문화전시관으로, 변기 모양의 독특한 외관부터 눈길을 끈다. 내부에서는 화장실의 역사와 문화를 주제로 한 전시를 체험할 수 있다. 심 전 시장이 수원시에 기증한 건물을 리모델링해 2010년 10월 전시관으로 문을 열었으며, 지난 7월 누적 관람객 200만명을 돌파했다. 수원만의 독특한 문화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은 것이다.

2023년부터 연임하며 협회장을 맡고 있는 이재준 시장은 수원에서 시작된 화장실문화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도록 국제 협력과 네트워크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공중화장실 시설 현대화와 학교 화장실 개선에 힘쓰는 한편, 세계화장실협회 활동을 통해 화장실문화의 국제적 확산에도 나서고 있다. 수원시의 화장실문화를 선진화하고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수원시는 전국 최초로 화장실문화 업무를 전담하는 행정 조직을 운영하며 화장실문화 확산에도 앞장서고 있다. 시가 관리하는 공중화장실은 182곳이며, 개방화장실 제도를 통해 민간 소유 화장실 118곳도 지원한다. 시민과 관광객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300곳 확보해 위생환경 개선과 이용 편의 향상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수원시의 화장실은 단순히 용변을 보는 공간에서 휴식과 문화 체험이 가능한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에 다양한 편의시설과 문화 콘텐츠를 더해 공중화장실 자체를 도시의 볼거리로 만든 것이 특징이다.

자연과 어우러진 화장실도 눈길을 끈다. 광교산 등산로 초입의 '반딧불이화장실'은 내부에서 자연을 조망할 수 있고 미술작품과 책도 비치돼 쉼터처럼 이용할 수 있다. '창룡문화장실'은 수원화성 성곽의 곡선과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으로 전통과 현대의 건축미를 담았다. 수원화성 주변에서는 기와지붕을 얹어 주변 경관과 어울리도록 만든 화장실도 찾아볼 수 있다.

수원시는 아름다운 화장실 조성 성과도 이어가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화장실문화협회가 매년 주관하는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에서 수원시 공중화장실은 꾸준히 수상작에 이름을 올렸다. 1999년 공모와 시상이 시작된 이후 올해까지 대상 3회를 포함해 총 32곳이 수상하며 화장실문화 선도 도시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깨끗한 화장실은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도시의 품격을 높인다"며 "세계 화장실문화의 수도 수원이 환경과 관광을 아우르는 새로운 화장실문화를 선도하고 그 가치를 세계로 확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준희 기자wsx3025@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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