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콜레스테롤’도 일 잘해야...“HDL 기능 좋을수록 치매 위험 낮아”

이석호 기자 2026. 10. 20.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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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서 ‘실제 기능’ 측정...1년간 변화도 분석
콜레스테롤 배출 능력 높을수록 치매 위험 36%↓
1년간 ‘24S-HC’ 증가 폭 클수록 위험 2배 이상↑
제미나이 생성

건강검진 결과지에서 흔히 '좋은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고밀도지단백(HDL)은 세포에 쌓인 여분의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실어 나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결과지의 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HDL이 실은 콜레스테롤의 '양'일 뿐, HDL이 제 기능을 잘하는지까지 보여주지는 않는다.

스페인 연구팀이 HDL의 기능을 실험실에서 직접 측정해 치매 발병과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신경세포에서 콜레스테롤을 끌어내는 능력과 뇌혈관 세포를 보호하는 능력이 뛰어날수록 치매와 알츠하이머병 발생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뇌에서 혈액으로 빠져나오는 콜레스테롤 대사 물질인 24S-하이드록시콜레스테롤(24S-HC)은 1년간 많이 늘어난 사람일수록 이후 치매 발병 위험이 높았다.

◆ 실험실서 '실제 기능' 측정...1년간 변화도 분석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델마르병원 연구소 등 공동 연구팀은 다기관 임상시험인 '프레디메드(PREDIMED)' 자료를 활용했다. 7,447명이 참여한 프레디메드는 지중해식 식단의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를 검증한 연구다. 연구팀은 이 중 추적 기간에 치매가 새로 발병한 106명(알츠하이머병 82명)과 전체 참가자 중 무작위로 뽑은 비교군에서 치매가 없는 201명을 비교했다.

분석 대상 307명의 평균 연령은 68.3세였다. 참가자들은 연구 시작 당시 심혈관 질환 병력이 없었지만, 제2형 당뇨병이 있거나 흡연·과체중·고혈압 등 위험 요인을 3개 이상 지닌 고위험군이었다. 치매 발병자의 평균 나이는 71.7세로 미발병자(66.6세)보다 많았다. 당뇨병 유병률도 치매 발병자가 62.3%로, 미발병자(36.8%)보다 높았다.

연구팀은 참가자 혈액에서 LDL 등 다른 지단백을 걸러내 HDL만 남긴 혈장을 신경세포와 비슷한 배양 세포에 넣은 뒤, HDL이 세포 속 여분의 콜레스테롤을 얼마나 잘 끌어내는지 측정했다. 뇌 미세혈관 내피세포에 염증 자극을 줬을 때 HDL이 반응을 얼마나 억제하는지도 살폈다. 혈액 검사는 연구 시작 시점과 1년 뒤 두 차례 이뤄졌다. 연구팀은 초기 수치와 함께 1년간의 변화도 분석했다.

◆ 콜레스테롤 배출 능력 높을수록 치매 위험 36%↓

일반 혈중 지질 수치 가운데서는 HDL 콜레스테롤이 높을수록 치매 위험이 낮았고, 중성지방이 높을수록 위험이 컸다. 총콜레스테롤과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LDL은 치매 위험과 뚜렷한 연관성이 없었다.

연구팀은 나이와 성별, 당뇨병·고혈압, 치매 위험 유전자(APOE ε4), 혈중 HDL·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 지질강하제 복용 여부 등을 모두 보정해 HDL 기능과 치매의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신경세포에서 콜레스테롤을 끌어내는 HDL의 능력이 1표준편차 높을 때마다 치매 위험은 36% 낮았다. 특히 알츠하이머병에서는 위험이 48% 낮아 연관성이 두드러졌다. 뇌혈관 세포를 보호하는 능력도 1표준편차 높을 때마다 치매 위험은 32%, 알츠하이머병 위험은 39% 낮았다.

뇌에는 몸 전체 콜레스테롤의 약 25%가 모여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HDL은 혈액뇌장벽(BBB)을 통과해 남는 콜레스테롤과 아밀로이드 베타를 결합해 뇌 밖으로 배출하는 데 관여할 수 있다. 또 HDL의 혈관 보호 능력이 좋으면 혈액뇌장벽이 망가질 가능성도 낮아질 수 있다.

◆ 1년간 '24S-HC' 증가 폭 클수록 위험 2배 이상↑

연구팀은 뇌 콜레스테롤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24S-HC도 측정했다. 뇌 속 콜레스테롤은 혈액뇌장벽에 막혀 혈액으로 잘 빠져나가지 못한다. 하지만 신경세포에서 24S-HC로 바뀌면 혈액뇌장벽을 통과해 혈액으로 나올 수 있다.

이 때문에 24S-HC는 뇌의 콜레스테롤 대사와 신경세포 손상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로 연구돼 왔다. 알츠하이머병 초기에는 혈중 농도가 올라갔다가, 신경세포가 줄어들면서 다시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연구 시작 시점의 24S-HC 수치는 이후 치매 발병과 뚜렷한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반면 1년간 증가 폭은 치매 발병과 관련이 있었다. 1년 후 혈액이 남아 있던 272명을 분석한 결과, 24S-HC의 증가 폭이 1표준편차 클 때마다 치매 위험은 2.38배 높았다. 알츠하이머병 환자 52명만 따로 분석했을 때도 위험이 2.24배 높았다.

연구팀은 이 수치의 변화를 추적하면 치매 고위험군을 조기 선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증상이 나타나기 전 이미 시작된 뇌 손상이 24S-HC 수치를 끌어올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알츠하이머병 위험 유전자와 관련된 단백질인 아포지단백E(ApoE)의 혈중 농도는 치매 발병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성이 없었다.

다만 관찰 연구로 HDL 기능이 치매를 예방한다는 인과관계까지 입증하지는 못했다. HDL 기능은 배양 세포로 측정해 실제 사람 뇌 속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지 않을 수 있다. 뇌에서 HDL과 비슷한 입자를 통해 콜레스테롤을 내보내는 일은 주로 신경세포가 아닌 성상교세포(별세포)가 맡는다. 신경세포 모델만으로는 뇌 속 콜레스테롤 대사를 온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16일(현지 시간) 국제 학술지 '국제 분자 과학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에 온라인으로 실렸다.

Source

Malcampo M, Hernáez Á, Hernando-Redondo J, Ros E, Corella D, Martínez-González MÁ, Salas-Salvadó J, Estruch R, Timiraos J, Gómez-Gracia E, et al. HDL Functionality, Cholesterol-Related Biomarkers and Incidence of Dementia: A Case–Cohort Study in Older Adults at High Cardiovascular Risk. 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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