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 못할 생활비' 문제로 번진 프랑스 시위… 한국은 괜찮을까

한정연 칼럼니스트 2026. 10. 20.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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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시위가 '감당할 수 없는(affordability) 생활비' 문제로 번지면서 폭력 소요 사태가 과격해지고 있다.

■ 파리 대규모 시위의 함의=지난 9월 17일(현지시간) 파리 교외 생텍쥐페리 공립 고등학교에서 시작한 프랑스 시위가 한 달을 넘기면서 본격적으로 '감당 할 수 없는 수준의 생활비'를 규탄하는 폭력 사태로 격화하고 있다.

■ 우리나라는 안전지대인가=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감당할 수 없는 주거비의 분노가 폭발한 유럽 주요국들보다 폭력 시위에서 안전한 곳일까.

'감당 가능한 생활비' 문제를 진보와 보수, 재정정책과 연금 등 복지 문제로 풀어보려는 시도는 순진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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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당 못할 수준의 월세와 생활비
유럽 동시다발 폭력사태 진짜 이유
주거 보조 받아도 감당 못할 월세
프랑스, 이탈리아 순서대로 높아
유럽 폭력 시위 옮겨간 순서와 동일
한국 저소득층 높은 월세 부담
유럽 시위국들보다도 악화
부동산, 더 이상 경제 문제 아니야

프랑스 시위가 '감당할 수 없는(affordability) 생활비' 문제로 번지면서 폭력 소요 사태가 과격해지고 있다. 생활비 시위는 이제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으로 번졌다. 조란 맘다니 뉴욕 시장이 지난해 들고나온 '감당 가능한 생활비'의 핵심은 월세와 같은 부동산 문제다. 유럽에서 시위가 번져 나간 순서도 정확히 주거 지원을 받고도 월세 부담이 높은 저소득층 수와 같았다. 우리나라는 이런 폭력 시위에서 얼마나 안전할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통계를 통해서 자세히 알아봤다.

지난 10월 17일 프랑스 파리의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벌어진 생활비 상승에 분노한 시위 도중 차량 한 대가 불타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파리 대규모 시위의 함의=지난 9월 17일(현지시간) 파리 교외 생텍쥐페리 공립 고등학교에서 시작한 프랑스 시위가 한 달을 넘기면서 본격적으로 '감당 할 수 없는 수준의 생활비'를 규탄하는 폭력 사태로 격화하고 있다. 시작부터 이번 시위는 불꽃이 어디로 튈지 예상됐다. 생텍쥐페리 고등학교가 위치한 파리 남동쪽 교외의 크레테유는 빈곤율이 무려 23.1%로 이 지역에서도 가장 빈곤한 이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폭력 사태는 마르세유, 리옹 등 프랑스 내 주변 도시는 물론이고 주변국에까지 번지고 있다. 이탈리아와 포르투갈은 처음부터 고물가와 높은 월세 등을 조준해 시위가 벌어졌다. 프랑스 매체 르몽드는 시위대가 이번 소요 사태를 1789년 프랑스 혁명과 비교하려 한다며 "마르세유 시장 집무실에 진입하려던 시위대에서 '이것이 바로 혁명이다. 바스티유를 점령하자'라는 구호가 나왔고, 남부 도시 몽펠리에의 광장에는 (프랑스 혁명 당시 구호인) '국민이 승리한다'는 파란색 현수막이 펼쳐졌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다시 전 세계 물가 폭등이 예고되고, 더 이상 지금 물가의 수준을 현재 소득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이같은 대형 폭력 사태를 예상한 이들이 많았다. 지금 소득으로는 현재 물가 수준을 따라갈 수 없고, 부동산과 같은 고정자산조차 없는 이들이 모아 놓은 현금성 자산은 인플레이션 기간에 그 가치가 가장 많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은 역사적으로 가난한 자들의 형벌과도 같았다.

■ affordability란 문제 의식=이번 유럽 폭력 시위는 이른바 '감당 가능한 생활비(affordability)'라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조란 맘다니 뉴욕 시장이 지난해 11월 선거 운동에서 들고나온 이 개념은 이제 전 세계 청년층과 저소득층의 분노를 폭발시킨 뇌관이 됐다.

'감당 가능한 생활비'의 핵심은 부동산 가격이다. 빠르게 상승하는 월세와 더 빨리 오르는 집값으로 서민 대부분은 집을 살 엄두를 낼 수 없는 수준으로 내몰렸다. 맘다니 시장은 당선 수락 연설에서 "뉴욕 월세가 너무 높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하루 2시간씩 통근하는 사람들이 뉴요커"라며 "이 도시와 민주주의는 당신들의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취임하고 가장 먼저 내린 조치도 브루클린 임대 아파트의 세입자를 보호하는 것이었다.

부동산 문제에서 비롯된 체념과 분노가 서구권이나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에서 청년층의 결집으로 이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한두달 새 유럽에서 일어난 일만 꼽아봐도 이렇다. 9월말 베를린 주의회 선거에서는 기업 임대 주택을 유상 몰수해 공공임대로 만들고, 공공임대 주택 월세 상승률을 1%로 제한하는 것을 공약으로 내건 독일 좌파당이 제1당이 됐다.

[그래픽 | 더스쿠프,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스페인에서는 보수 야당이 집권당의 월세 규제 법안을 모두 부결시키자 10월 초 대규모 월세 상승 규탄 시위가 일어났다. 스페인 총리는 곧장 조기 총선을 결정했다.[※참고:조기 총선에 기업임대주택 몰수까지…유럽 월세 폭등과 李 정부의 접점(더스쿠프·2026년 10월 6).]

■ 세계 각국의 월세 부담=유럽과 미국의 저소득층 월세 부담 수준이 도대체 얼마나 되기에 폭력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것일까. 어렵지 않게 비교할 수 있다. 먼저, 감당할 수 없는 월세 수준을 판별하는 국제적인 기준은 30%다. 미국은 1960년대 연방 정부가 지원하는 주거 지원 프로그램을 법제화하면서 임대료가 소득의 25%를 넘으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정의하고, 이에 따라서 예산을 편성했다. 1주일에 한번 임금을 받는 미국에서 임대료가 1주일 소득을 넘으면 안 된다는 상식에 따른 결정이었다.

그런데 이 수준은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높아졌다. 1980년대에는 30%가 미국 법정 소득 대비 적정 임대료 상한이 됐다. 유럽은 이 기준을 이미 40%로 높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하는 과도한 월세 수준 통계가 이 기준에 따라서 작성되면서 미국도 이 기준에 따른 통계를 기구에 제출한다.

실제로도 월세가 소득의 30~40%를 차지하는 가구는 인플레이션에 가장 취약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최근 발표한 '감당 가능한 월세를 찾아 떠나는 여행: 팬데믹 당시 월세 증가가 지역별 세입자에게 끼친 영향'이라는 논문은 "미국의 소득 대비 월세 비율도 전국적으로 2019년 30.0%에서 2022년 32.2%로 상승했지만, 월세 증가로 가장 피해를 많이 본 것은 저소득층 임차인"이라고 주장했다.

논문은 '감당 가능한(affordability) 주거비'가 소득 대비 월세 비율과 주거비 과부담 비율로 구성된다고 구분했다. 그리고 여기서도 30% 룰이 적용된다. 소득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팬데믹 이후 30%를 2%포인트 이상 초과했고, 주거비가 소득의 30%를 넘는 과부담자들이 저소득층에 몰린 상황을 잘 보여줬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 등 주요국 소득 하위 20%인 저소득층의 월세 부담 정도는 OECD의 '감당 가능한 주택(affordable housing)' 통계를 통해서 비교해 볼 수 있다. 소득의 40% 이상을 월세로 내는 사람은 미국 저소득층의 경우가 51.7%로 가장 많았다. 소득 대비 월세 비중이 40%가 넘는 저소득층은 포르투갈이 43.8%, 스페인이 44.9%, 프랑스가 38.1%, 이탈리아가 31.6%였다.

그런데 왜 미국이 아닌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순으로 생활비 관련 폭력 시위가 번졌을까. 정부가 주거비를 지원하는데도 본인 월세 부담률이 소득의 40%를 넘는 저소득층이 얼마인지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정부가 주거비를 부담하는 경우 미국은 이 비율이 0%였지만, 가장 먼저 월세 관련 시위가 있었던 스페인은 18.2%, 이어서 폭력 시위가 발생한 프랑스가 13.7%였다. 이탈리아와 포르투갈 저소득층 중에서 주거비를 지원받고도 소득의 40% 이상을 월세로 써야 하는 사람의 비율은 각각 6.1%, 5.2%였다(2024년 기준).

■ 우리나라는 안전지대인가=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감당할 수 없는 주거비의 분노가 폭발한 유럽 주요국들보다 폭력 시위에서 안전한 곳일까. 월세 부담 수준으로 보면, 오히려 유럽보다 좋지 않아 보인다. OECD는 저소득층 주거 부담 관련 통계에서 우리나라 통계를 거의 다 비워 놓는다. 2012년 저소득층의 과다 주거비 부담 비율이 21%라는 통계가 유일하다. 우리 정부가 OECD에 해당 자료를 보내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0월 18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경찰이 생활비 상승에 분노한 시위대를 연행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몇가지 기준을 완화해 측정하면 우리나라의 주거 불안과 잠재된 분노가 유럽보다 훨씬 위험한 수준인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저소득층 기준을 유럽의 소득 하위 20%가 아닌 소득 하위 15.3%(중위소득의 50%)로 강화하고, 소득 대비 월세 부담률은 유럽의 40%보다 완화한 30%로 맞춰보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5년 발표한 '정책 수요자의 주거권 보장 관점에서 본 주거급여 실효성 연구'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월세가 소득의 30%를 넘는 저소득층이 무려 85.36%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앞서 유럽 주거비 시위가 벌어진 순서를 결정했던 '정부의 주거비 지원을 받는 저소득층의 수'는 프랑스보다 4배 이상 많다. 정부가 주거비를 지원하는 우리나라 저소득층 중에서 무려 60.94%가 자신의 소득 중 30% 이상을 월세로 내고 있다(2023년 기준).

왜 이런 불안한 결과가 나온 걸까. 우리나라 주거급여 선정 기준은 중위소득의 48% 이하로, 인구로 따지면 약 15%인데, 1인 가구가 주거급여 수급자가 되려면 월소득이 123만834원보다 낮아야 한다.

그런데 평균 월세 수준이 가장 높은 서울에서조차 월 지급 상한은 36만9000원에 불과하다. 2026년 현재 서울 평균 월세는 아파트가 166만1000원(한국부동산원)이고, 연립다세대가 80만9000원, 오피스텔이 82만원(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이다. 올해 월세가격지수가 매월 상승하고 있는 한국에서 월세와 감당 불가능한 생활비의 분노는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감당 가능한 생활비'는 월세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OECD는 과도한 주거비의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 월 상환금이 소득의 40%를 넘는 저소득층 자가 거주자의 통계도 함께 낸다. 프랑스 시위가 격화하자 동반 시위에 나선 포르투갈에서는 저소득층 자가 주택 소유자의 50% 이상이 소득의 40% 이상을 주담대 월 상환금으로 내고 있다.

집값이 평범한 서민들의 소득으로는 살 수 없는 수준이 되고, 월세는 감당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인데, 대출 이자조차 감당하기 어려워 집을 포기하는 사람이 증가할수록 국가에 분노하는 이들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아파트와 빌라 밀집 지역 모습. [사진 | 뉴시스]
서울 아파트 가격 수준은 이제 일반적인 국민들의 소득으로는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고급 주거지에서는 월세 수준도 당연히 오를 수밖에 없다. 그러면 월세를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의 수도 함께 늘어난다. '감당 가능한 생활비' 문제를 진보와 보수, 재정정책과 연금 등 복지 문제로 풀어보려는 시도는 순진한 일이다. 월세와 집값은 이제 감당이 되느냐 안 되느냐의 문제조차 넘어섰다.

우리나라의 '감당 가능한 생활비' 문제는 통계상으론 이미 '자산 축적을 강제로 포기당한 사람들의 절박함과 분노가 언제 폭발하느냐'의 문제로 넘어가고 있다. 부동산은 이제 경제가 아닌 사회와 국가의 지속성 차원에서 다뤄야 할 문제다.

한정연 더스쿠프 칼럼니스트
jeongyeon.ha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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