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치료가 끝난 자리에서 회복이 시작된다

경인일보 2026. 10. 20.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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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발병 후 6개월 재활효과
맞춤형 처방 의료기관 지정제도
삶 되찾는 ‘이음매’ 체계 갖춰야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제미나이 AI이미지 재가공

김하성 서송병원 부원장 재활의학과 전문의

대학병원 병동에서 퇴원을 앞둔 뇌졸중 환자의 보호자에게 가장 자주 들은 질문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요”였다. 생명을 지키는 치료는 끝났지만, 다시 걷고 먹고 말하는 능력을 되찾는 일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그 출발선에서 많은 가족이 길을 잃는다.

회복에는 때가 있다. 발병 후 6개월까지의 ‘아급성기’는 손상된 뇌의 신경가소성이 높아 집중 재활의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시기다. 올해 개정된 미국심장협회·뇌졸중협회 재활 지침도 이 시기를 따로 구분한다. 회복은 그 뒤에도 이어진다. 국내 뇌졸중 장기추적연구(KOSCO)에서 허혈성 뇌졸중 환자의 43.1%는 발병 6개월~1년 사이에도 일상생활 기능이 더 좋아졌다. 문제는 그 한가운데에서 병원을 옮겨야 한다는 점이다. 급성기 병원은 지금도 응급실로 실려 오는 중증 환자를 받아야 하고, 고비를 넘긴 환자가 다음 단계의 치료로 나아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KOSCO 분석에서 뇌졸중 환자의 급성기 재원기간은 2008년 평균 25일에서 2020년 15일로 짧아졌다.

이 ‘이음매’는 생각보다 헐겁다. 회복기 재활 체계가 없던 상황을 분석한 국내 연구에서 혼자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중등도 이상 뇌졸중 환자의 22.3%는 입원 재활 없이 곧장 귀가했다. 경증 환자도 절반 이상이 다른 병원에 입원해 재활을 이어 갔다. 가볍든 무겁든 재활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느낀다. 다만 그 필요를 제때 이어 줄 정보와 기회가 모두에게 고르게 주어지지 않았다.

2020년 본격 도입된 재활의료기관 지정 제도는 바로 이 ‘이음매’를 위한 것이다. 재활의료기관은 장기간 요양하며 만성기를 보내는 곳이 아니라, 회복 가능성이 가장 큰 시기에 집중 재활로 환자를 집에 돌려보내도록 설계된 병원이다. 전문 인력과 시설, 회복기 환자 비율, 의료기관 인증을 갖추고 현장조사를 거쳐 3년마다 새로 지정받아야 한다. 올해는 97곳이 신청해 71곳이 지정됐다. 인천에는 서송병원을 포함해 3곳이 있다. 이곳에서 뇌졸중 환자는 최대 6개월간 퇴원 걱정 없이, 전문의 1명이 40명 이내를 맡는 환경에서 팔과 다리, 인지, 언어 등 손상에 맞춘 처방을 받는다.

무엇보다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할 시간이 있다. 사회복지사가 재활팀의 일원으로 일하고, 퇴원 전에는 전문의와 사회복지사가 함께하는 다학제 팀 회의를 연다. 집으로 돌아갈지, 집 안 문턱과 손잡이는 어떻게 고칠지 등을 가족과 충분히 상의해 정한다. 퇴원 후에는 환자 상태에 따라 방문재활도 이어진다.

성과도 확인된다. 1기 45개 기관을 분석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연구용역(2023)에서 재택복귀율은 지정 전 40.6%에서 3년 차 61.9%로 올랐다. 중증 환자가 많았지만 뇌졸중 환자의 57.5%가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기능 회복을 보였다. 재활의 가치는 한 사람에 그치지 않는다. KOSCO 연구는 초기 집중재활로 환자 1인당 약 441만 원, 전국적으로 연간 약 4천600억원의 간병비가 절감된다고 추산했다. 스스로 걷는 환자 한 사람은 가족 한 사람을 간병에서 놓아준다. 초고령사회에서 재활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그러나 제도가 있어도 연결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뇌·척수 손상은 발병 후 90일, 고관절 골절은 수술 후 30일 안에 입원해야 하는 만큼, ‘이음매’는 급성기 병원 안에서부터 이어져야 한다. 퇴원 계획 단계에서 회복기 재활 대상 여부와 입원 시한을 안내하는 일이 표준 절차가 되고, 이를 뒷받침할 의뢰·회송 체계와 보상이 필요하다. 정부는 지정 기관과 입원 기준을 한눈에 찾을 수 있는 공적 창구를 마련하고, 재활의료기관은 성과를 투명하게 밝혀 신뢰에 답해야 한다. 돌봄통합지원법이 약속한 ‘살던 곳에서의 돌봄’도 병원과 병원 사이의 연결에서 시작된다.

재활은 병이 나은 뒤의 덤이 아니라 치료의 연장이다. 생명을 구한 의료가 삶을 되찾는 의료로 이어지려면 그 ‘이음매’가 끊겨서는 안 된다. 같은 병을 앓고도 ‘다음 병원’을 제때 알았느냐에 따라 남은 삶이 달라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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