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만 잘하면 충분하다?”…약국도 이제 ‘경영’을 배워야 한다

감성균 기자 2026. 10. 2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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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은 더 이상 처방전만으로 버티는 곳이 아니다. 조제와 복약지도라는 전문성에 더해 고객이 다시 찾는 이유를 만들고, 변화하는 시장에 맞춰 약국의 경쟁력을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담긴 약국 경영서가 출간됐다.

고객이 약국을 선택하고 다시 찾는 과정에는 감정과 맥락, 관계가 작용하기 때문에 약사의 전문성을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가치로 바꾸는 경영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약사의 전문성은 약국 경영의 출발점이지만, 그것만으로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관점에서 약국 경영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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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경영학 박사 서정민 대표
15년 약국 운영과 상장기업 경영 경험 담은 '약국경영학개론' 출간
서정민 대표 제공

약국은 더 이상 처방전만으로 버티는 곳이 아니다. 조제와 복약지도라는 전문성에 더해 고객이 다시 찾는 이유를 만들고, 변화하는 시장에 맞춰 약국의 경쟁력을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담긴 약국 경영서가 출간됐다.

약사이자 경영학 박사인 서정민 셀로맥스사이언스 대표가 펴낸 '약국경영학개론'은 15년간 약국을 운영하고 상장기업을 경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국 경영의 원칙과 실전 전략을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제약회사 연구원을 거쳐 약국을 운영하면서 일 매출 10만 원으로 시작한 약국을 지역 매출 1위 약국으로 성장시킨 경험을 갖고 있다. 이후 2014년 건강기능식품 기업 ㈜셀로맥스사이언스를 설립해 2015년 3억 원대였던 매출을 5년 만에 200억 원대로 성장시켰으며, 2024년 코스닥 상장을 이끌었다.

책은 이러한 경험을 약사의 감각에만 의존하지 않고 심리학, 행동경제학, 마케팅, 고객관계관리(CRM), 공급망관리(SCM), 인문학 등의 경영학적 개념으로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저자는 약국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을 "고객은 우리 약국을 무엇으로 기억하는가"라고 제시한다.

열심히 복약지도를 하고, 공부하고, 약국을 꾸며도 매출이 오르지 않는 이유가 단순히 전문성이나 가격, 인테리어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고객이 약국을 선택하고 다시 찾는 과정에는 감정과 맥락, 관계가 작용하기 때문에 약사의 전문성을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가치로 바꾸는 경영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특히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것이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약국 경영의 핵심으로 '관계'를 강조한다.

책에서는 고객순자산가치(Customer Equity)를 약국 경영에 적용해 가치자산·브랜드자산·관계자산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약국의 경쟁력을 점검한다. 가격과 품질, 편의성을 의미하는 가치자산과 약국·약사에 대한 신뢰를 뜻하는 브랜드자산, 단골 관리와 고객과의 관계에서 형성되는 관계자산을 통해 약국의 강점과 부족한 부분을 진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이 가운데 특별한 경쟁력이 없는 약국이라면 관계자산부터 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약국을 다시 찾게 만드는 것은 제품이나 가격만이 아니라 약사와 고객 사이에 형성된 신뢰와 경험이라는 것이다.

고객의 심리를 이해하는 것도 주요하게 다뤄진다.

브랜드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비슷한 선택을 하던 소비자가 브랜드를 인식한 뒤 전혀 다른 선택을 하는 코카콜라 사례, 저가·중가·고가 제품을 함께 제시했을 때 중간 가격대 상품을 선택하는 소비자 행동, 1960년대 맥도날드의 훌라버거 사례 등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이 단순히 제품의 기능이나 가격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약국 상담에서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약사가 가진 전문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듣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책에서는 '지식의 저주'라는 개념을 통해 전문가에게는 당연한 지식이 고객에게는 낯설고 어려운 정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많이 아는 것과 잘 설명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며, 약사의 전문성이 실제 상담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언어로 바꾸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약국의 차별화를 위해서는 자신만의 콘셉트와 브랜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구 감소와 소비시장 변화 속에서 과거의 방식만 고수해서는 약국의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고, 약사 스스로 새로운 시장과 고객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책은 총 7부, 105개의 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왜 약사는 경영을 배워야 하는가'를 시작으로 약국 경영의 기본적인 관점을 제시한다. 2부에서는 상담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심리학을, 3부에서는 고객관리와 마케팅 전략을 다룬다.

4부에서는 차별화와 브랜딩을 통해 '대체 불가능한 약국'을 만드는 방법을 제시하며, 5부에서는 약국을 둘러싼 인간관계와 경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짚는다. 6부에서는 장기간 약사로 살아가기 위한 자기관리와 삶의 태도를, 7부에서는 철학·경제학·역사·심리학 등을 통해 약사의 일을 새롭게 바라본다.

책에 실린 글들은 저자가 2014년 창업 이후 코스닥 상장 전까지 네이버 밴드를 통해 전국 6800여 명의 약사 회원들에게 공유했던 글을 바탕으로 했다.

저자는 "약사의 전문성은 약국 경영의 출발점이지만, 그것만으로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관점에서 약국 경영을 바라본다. 전문성을 고객이 체감하는 가치로 전환하고, 한 번 방문한 고객이 다시 찾을 이유를 만드는 것이 지속 가능한 약국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약국경영학개론은 약대생에게는 졸업 후 마주할 약국의 현실을, 개국을 준비하는 약사에게는 약국 운영의 기준을, 현직 약사에게는 자신의 약국 경영을 다시 점검할 수 있는 실전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