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엥겔스 전집’ 한국어판 중도 좌초…학문 후속세대 맥 끊기나

조일준 기자 2026. 10. 2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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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엥겔스 전집 메가(MEGA)판의 한국어판 번역과 출간 사업이 재정난으로 끝내 중단됐다. 2026년 한국연구재단 연구 과제 선정에 탈락하면서 연구원들의 급여와 번역료, 출판비 등 재정 부족을 더는 감당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동아대 맑스엥겔스연구소는 2012년 6월15일 마르크스·엥겔스 문헌의 정본 전집인 메가(MEGA·Marx-Engels Gesamtausgabe, 이하 메가 전집) 한국어판 출판을 목적으로 설립한 연구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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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한국연구재단 연구과제 선정 탈락
동아대 맑스엥겔스연구소도 문 닫을 예정
강신준 동아대 명예교수가 이끄는 맑스엥겔스연구소가 2018년부터 번역·출간해온 마르크스·엥겔스 전집 메가(MEGA)판의 한국어판. 지금까지 5종 10책이 출간됐다. 도서출판 길 제공

마르크스·엥겔스 전집 메가(MEGA)판의 한국어판 번역과 출간 사업이 재정난으로 끝내 중단됐다. 2026년 한국연구재단 연구 과제 선정에 탈락하면서 연구원들의 급여와 번역료, 출판비 등 재정 부족을 더는 감당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전집 번역 사업을 해온 동아대 맑스엥겔스연구소도 사실상 문을 닫았다.

연구소를 이끌어온 강신준 동아대 명예교수는 20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현재 연구소 공간을 다 비운 상태이고, 제가 (명예교수직의) 임기를 마치는 내년 2월에 공식적으로 간판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아대 맑스엥겔스연구소는 2012년 6월15일 마르크스·엥겔스 문헌의 정본 전집인 메가(MEGA·Marx-Engels Gesamtausgabe, 이하 메가 전집) 한국어판 출판을 목적으로 설립한 연구소다. 국제마르크스엥겔스재단과 한국 출판권 독점 계약을 맺었다.

마르크스·엥겔스 전집은 메가판과 메프(MEW)판 두가지가 있다. 메프판은 주요 저작과 논문들을 읽기 쉽게 정리한 대중판인 반면, 메가판은 저작들의 초고와 미완성 원고, 서신까지 집대성한 학술용 정본이다.

앞서 2018년 맑스엥겔스연구소는 한국연구재단의 학술 번역 지원 과제에 선정돼 2023년까지 5년간 사업비 지원을 받았다. 그 뒤로 지난달 ‘경제학 비판을 위하여: 1861~63년 초고 제4분책 잉여가치론3’(도서출판 길)까지 5종 10책을 출간했다. ‘잉여가치론’은 마르크스 저작 중에서도 핵심으로 꼽히는 ‘자본’의 제4권이다. 연구소가 애초 메가전집 번역판 출간을 계획한 것은 모두 79권이었다.

연구소는 2023년 이후로도 세차례 한국연구재단에 지원을 신청했으나 ‘전집 발간이 20년 이상 소요되는 장기 과제’라는 이유로 선정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연구재단으로선 빠듯한 예산으로 수많은 다른 연구사업에도 지원금을 배정해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맑스엥겔스연구소는 그런 중에도 번역 사업을 계속해, 현재 11종(17책)의 번역 초고가 완성된 상태다. 그중 ‘헤겔 법철학 비판’(1843)은 내년 초 출간을 목표로 편집 작업 중이다. 길 출판사 쪽은 “이 밖에도 마르크스의 ‘안티 뒤링론’과 ‘도이치 이데올로기’, 엥겔스의 ‘영국 노동자 계급의 형성’도 번역 원고가 들어와 있지만 언제 출간될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마르크스·엥겔스 전집은 정치경제학뿐 아니라 철학·사회학·역사학 등 방대한 분야에서 인류 지성사에 굵은 획을 새긴 유산이다. 그러나 맑스엥겔스연구소가 연구원들의 급여도 주지 못할 만큼 재정난을 겪으면서, 해당 연구의 학문 후속 세대의 맥까지 끊길 위기를 맞게 됐다. 강신준 교수는 메가 전집 한국어판의 출간 여부와 상관없이 번역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조일준 선임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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