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과 색을 이어붙여 마음을 그린 화가

성수영 2026. 10. 20.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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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미술'이라는 말을 들으면 흔히 떠올리는 건 단색화를 비롯한 추상화다. 하지만 소녀와 꽃, 산과 바다처럼 눈에 보이는 것들을 그린 구상화가들을 빼놓고서는 한국 미술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옆얼굴을 보인 여인의 머릿수건과 꽃무늬 옷이 뒤쪽의 흰색·빨간색·분홍색 꽃과 같은 짧은 붓질로 칠해져 화려하게 뒤섞인다. 임직순은 "자연이 보여주는 어느 순간의 색이 아니라, 본질적인 색깔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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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순 작고 30주년 회고전
'꽃과 여인' '팜트리' 등 100여점
석파정 서울미술관에서 전시
강렬한 색채와 서정성이 돋보이는 임직순의 1982년 작 ‘화실’. 석파정 서울미술관 제공

‘한국 현대미술’이라는 말을 들으면 흔히 떠올리는 건 단색화를 비롯한 추상화다. 하지만 소녀와 꽃, 산과 바다처럼 눈에 보이는 것들을 그린 구상화가들을 빼놓고서는 한국 미술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임직순(1921~1996)은 한국 현대 구상화를 대표하는 화가 중 하나다. 1957년 정부 주최의 미술 공모전 국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그는 1961년부터 광주 조선대 교수로 일하며 호남 화단을 이끌었다. 임직순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색(色)이다. 그는 윤곽선을 긋고 안을 칠하는 대신 색과 색을 맞붙여 형태를 만들었다.

서울 부암동 석파정 서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내면의 세계를 그리고 싶다’는 임직순의 작고 30주기를 맞아 열린 회고전이다. 전시장에는 1960년대부터 90년대까지 그린 여인 좌상(坐像)과 꽃, 풍경이 걸렸다. 유화 약 80점을 비롯해 100여 점이 나왔다. 전시 제목은 임직순이 남긴 말에서 따왔다. 김현주 전시기획팀장은 “눈에 보이는 모습을 그대로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앞에서 느낀 마음까지 그리고 싶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임직순은 1973년 개인전을 위해 프랑스 파리에서 1년 가까이 머물렀다. 이때 빛에 따라 달라지는 색을 좇은 인상주의 그림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파리 전시의 대표작 ‘사념’(1973)을 주목할 만하다. 푸른 옷의 금발 여인이 턱을 괴고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잠겨 있다. 짙은 남색과 갈색 사이로 머리카락과 손, 무릎에만 빛이 내려앉았다.

1980년대 그림에서는 색이 한결 밝아졌다. ‘꽃과 여인’(1980년대)에는 여인과 꽃 사이에 테두리 선이 없다. 옆얼굴을 보인 여인의 머릿수건과 꽃무늬 옷이 뒤쪽의 흰색·빨간색·분홍색 꽃과 같은 짧은 붓질로 칠해져 화려하게 뒤섞인다. 임직순은 “자연이 보여주는 어느 순간의 색이 아니라, 본질적인 색깔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 마지막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 미국 여행에서 본 야자수를 그린 ‘팜트리’(1996) 유작으로 장식한다.

아래층에서는 현대미술 기획전 ‘대체로 그렇다 그렇지 않다’가 열리고 있다. 작가 28명의 회화와 조각, 영상 150여 점이 나왔다. 두 전시 모두 내년 2월 14일까지 열린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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