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우크라 공관원 절반 철수 결정…“명확한 설명, 재발방지, 사과 있어야”

김원진 기자 2026. 10. 2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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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7월 튀르키예 앙카라 한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주우크라이나 대사관 공관원의 절반가량을 철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측이 북한군 포로 한국행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을 두고 사과 등 전향적 조치를 하지 않고 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운 현지 상황을 철수 결정의 이유로 들었다. 정부가 주우크라이나 대사 소환에 이어 공관원 일부 철수까지 결정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외교적 항의 수위를 재차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박두순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주우크라이나 대사 소환 조치 이후에도 우크라이나 측의 전향적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역에 걸친 공습 위협이 상존해 안전 확보가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공관원 일부 철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공관원) 철수 시에도 대사대리를 중심으로 양국 간 필요한 외교 소통은 지속할 예정”이라며 “영사 업무 인력은 전원 잔류해 계속해서 재외국민 보호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공관원의 절반 정도가 철수할 예정”이라며 “안전도 있지만 향후 우크라이나 측과 협의 경과 등 여러 사안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지에는 윤지완 대사대리를 비롯해 재외국민보호 등을 담당하는 대사관 인력이 남는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정부는 현재 우크라이나에 교민 85명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주우크라이나 대사 소환 이후에도 우크라니아 측이 사과 등 조치를 내놓지 않자 정부가 항의 수위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유엔 연설에서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 사실을 공개한 것을 두고 문제 제기를 이어왔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관계자가 “비공개 합의는 없었다”고 반박하면서 정부는 지난달 28일 주한우크라이나 대사대리를 초치했다. 지난 8일에는 “양국 간 제반 현안이 원만히 해결되기를 기대한다”며 박기창 주우크라이다 대사를 소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 대사는 지난 10일 귀국했다.

외교부가 공관원 철수 배경으로 우크라이나의 전향적 조치가 없다는 점과 함께 현지 안전 상황 악화를 거론한 것은 이날 결정의 추가적인 명분 확보 의도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크라이나 상황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라며 “드론 활용한 무차별 공격, 방공망 붕괴 등 고려해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5년 리비아 내전 당시 주리비아 대사관에서, 2021년 미군 철수 후 탈레반이 세력을 확장해 현지 안전 확보가 불투명해진 주아프가니스탄 대사관에서 공관원을 일부 철수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측이 정부가 요구하는 전향적 조치에 응하지 않으면 양국 간 갈등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전향적 조치의 기준을 두고 “명확한 설명과 재발 방지, 사과”를 언급했다. 앞서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행 공개와 관련해 현지 언론에 “종결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유럽 국가들도 양국 간 갈등이 지속되자 정부와 접촉해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 15일 “한·우크라이나 관계 경색 상황을 두고 유럽 주요 3개국이 관심을 표하면서 한편으로는 국면 전환을 위해 역할을 할 용의를 전달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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