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신약 레켐비, 한국인 데이터는 이제 시작... 'K-LEARN' 이끄는 강성훈 교수 인터뷰 ② [딥다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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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 치료 신약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는 병의 원인 물질로 꼽히는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해 병의 진행을 늦춘다.
K-LEARN은 'Korean Lecanemab Real-world Evidence and Response Network'의 약자로,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에서 레카네맙 치료 환자의 실제 진료 경과를 전향적으로 추적하는 연구 코호트다.
예를 들어 아리아 위험이 높은 특정 유전자형을 가진 환자 비율은 8.7%로, 서구 임상시험 치료군(15.8%)보다 낮았다.
더 일찍 진단하고, 병을 더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환자마다 맞는 치료를 고르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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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출혈·백질 변화 심할수록 부작용 위험 커
효과 검증은 다음 과제… 비교 연구 진행 중

알츠하이머병 치료 신약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는 병의 원인 물질로 꼽히는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해 병의 진행을 늦춘다. 해외 대규모 임상시험으로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돼 많은 치매 환자와 보호자에게 기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연구 대상자가 서구 환자 중심이어서 한국인 환자에서 부작용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확인할 자료는 부족하다.
이에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연구팀은 국내 실제 진료 환자 127명을 추적해, 부작용이 얼마나 자주, 어떤 환자에게 생기는지 확인했다. 이는 레카네맙 치료 환자의 실제 진료 경과를 추적하기 위해 구축한 코호트, 'K-LEARN'이 내놓은 첫 성과이기도 하다. 연구를 이끈 신경과 강성훈 교수(고려대학교 구로병원)에게 연구의 배경과 설계, 앞으로의 치매 치료에 갖는 의의와 차세대 치료제까지 자세히 들어봤다.
Part 1. 연구의 출발점… 임상 시험 vs 진료 현장
이번 연구를 처음 기획하게 된 계기는?
레카네맙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기존 임상시험 결과가 실제 진료실에서 만나는 다양한 환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될지 확인하고 싶었다. 임상시험은 엄격한 기준으로 참여자를 뽑는다. 그래서 비교적 다른 병이 적고 몸 상태가 좋으며 먹는 약이 적은 사람들이 주로 참여한다.
하지만 실제 진료실은 다르다. 나이가 많고 여러 만성질환이 있는 환자, 몸이 쇠약한 환자, 뇌혈관 질환이 함께 있는 환자, 과거 머리를 다쳐 뇌 손상을 겪은 환자까지 다양하다. 이런 환자들이 치료를 받았을 때 어떤 부작용이 생기고, 어떤 특징이 경과와 관련 있는지 체계적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레카네맙은 이미 해외 대규모 임상시험으로 검증된 성분인데?
해외 대규모 임상시험은 레카네맙의 효과와 안전성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다. 다만 서구 환자가 중심이었다. 대표적인 3상 임상시험인 Clarity AD의 전체 참여자 1,795명 가운데 아시아 지역 등록자는 294명(약 16.4%), 한국 등록자는 129명(약 7.2%)이었다. 이마저도 레카네맙 투여군과 위약군을 모두 합친 숫자다. 국내 환자의 안전성과 다양한 위험요인을 충분히 분석하기에는 규모가 작았다.
일본 연구자들과의 교류도 계기가 됐다. 먼저 치료를 시작한 일본 연구자들이 한국을 찾았을 때, 실제 진료에서는 임상시험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부작용 빈도가 낮고 증상도 가벼운 경우가 많다는 경험을 전해줬다. 물론 이런 차이가 인종적 배경 때문인지, 환자 구성이나 관찰기간, 진료 방식 때문인지는 경험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그래서 한국인 환자에게서 실제로 어떤 양상이 나타나는지 직접 자료를 쌓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여러 평가 항목 중 특히 부작용 '아리아'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레카네맙이 처음 들어왔을 때, 뇌부종이나 뇌출혈이 생길 수 있다는 말만 듣고 설명을 충분히 듣기도 전에 치료를 포기하려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있어 안타까웠다. 막상 진료를 해보니 부작용은 처음 걱정했던 것만큼 자주 생기지 않았고,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드물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를 인상으로만 전할 게 아니라, 실제로 얼마나 생기고 증상은 어느 정도인지 객관적인 자료로 보여주고 싶었다. 이런 부작용은 주로 치료 초기 몇 달 사이에 생기기 때문에, 우선 첫 6개월의 안전성부터 확인했다.
다만 부작용을 가볍게 보자는 뜻은 아니다. 정확한 정보를 알려 지나친 두려움을 줄이고, 충분히 알고 치료를 결정하도록 돕자는 것이다. 드물어도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서, 치료 전 위험 평가와 정기적인 MRI 검사가 중요하다는 점도 함께 알리고 싶었다.
Part 2. 연구 설계…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K-LEARN' 코호트
이번 연구의 기반이 된 'K-LEARN'은 무엇인가?
K-LEARN은 'Korean Lecanemab Real-world Evidence and Response Network'의 약자로,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에서 레카네맙 치료 환자의 실제 진료 경과를 전향적으로 추적하는 연구 코호트다. 새 치료가 국내에 들어오는 시점부터 환자의 상태, 인지기능, MRI 같은 영상검사, 혈액검사 결과를 같은 방법으로 모으기 위해 만들었다. 이를 통해 어떤 환자가 치료의 이득을 더 기대할 수 있고, 어떤 환자는 더 세심한 안전성 관리가 필요한지 밝히려 한다. 이를 바탕으로 치료 대상 선정부터 추적관찰, 장기적인 유지치료까지 환자별 특성에 맞춘 전략을 구체화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치료 전에는 진찰과 병력·복용 약 확인, 인지기능 검사, 뇌 MRI, 아밀로이드가 얼마나 쌓였는지 보는 PET 검사, 유전자 검사 등을 했다. 치료를 시작한 뒤에는 주사 때 생기는 반응, 정기 MRI로 확인한 부작용, 치료를 계속했는지 여부, 인지기능 변화를 기록했다.
기존 대규모 임상시험이었다면 제외됐을 환자들도 상당수 포함됐다.
이번 연구는 약을 쓰려고 임상시험 기준을 일부러 넓힌 케이스가 아니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만나는 다양한 유형의 환자를 그대로 관찰한 것이다. 뇌에 미세출혈이나 혈관 손상 흔적이 있는 환자, 드물지만 작은 뇌동맥류가 있거나 과거 머리를 다쳐 뇌출혈을 겪은 환자도, 위험과 이득을 따져 본 뒤 치료하며 경과를 살폈다. 같은 병력이라도 병변의 종류와 크기, 위치, 현재 상태가 저마다 다르다. 그래서 병력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똑같이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다만 이런 환자 수가 적어서 이들 모두에게 안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연구에 포함됐다고 해서 치료를 권한다는 뜻도 아니다. 더 많은 자료로 검증해야 한다.
Part 3. 연구 결과… 어떤 환자에서 부작용 위험이 높았나
부작용 '아리아' 발생률이 서구 대규모 임상시험보다 낮게 나왔다.
아리아 평가가 가능했던 102명 중 9명, 즉 8.8%에서 아리아가 생겼고 대부분 증상이 없거나 가벼웠다. 환자 구성의 차이가 결과의 차이를 만들었다고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리아 위험이 높은 특정 유전자형을 가진 환자 비율은 8.7%로, 서구 임상시험 치료군(15.8%)보다 낮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다 설명하기는 어렵다.
대한치매학회가 국내 40개 이상 병원의 자료를 수집하면서 진행 중인 연구(JOY-ALZ)에서도 해외보다 낮은 발생률이 나왔다. 여러 병원에서 비슷한 결과가 나온 만큼, 한 병원의 특성 말고도 다른 요인이 있을 수 있다. 그중 하나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유전적 차이다. 다만 지금 자료만으로 인종 차이가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유전자 분석을 포함한 후속 연구로 확인해야 한다.
어떤 환자에게서 부작용 위험이 높았나. 진료 지침에 영향을 미칠까?
이미 알려진 위험요인인 유전자형(APOE ε4 동형접합)은 ARIA-H의 증가와 관련됐다. 뇌 미세출혈과 백질고신호가 더 심한 환자에서도 ARIA 위험 증가가 관찰됐다. 미세출혈이 많거나 백질 변화가 심한 환자일수록 아리아 위험이 높았다. 백질 변화는 뇌의 작은 혈관이 오랫동안 손상된 흔적일 수 있고, 미세출혈도 혈관이 약하다는 신호다. 그래서 치료 전에는 알츠하이머병 자체뿐 아니라 뇌혈관 상태를 꼼꼼히 봐야 한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는 ε4 이형접합자의 위험이 높아졌다고 볼 만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해외 자료와는 다른 결과이고, 국내 여러 병원이 참여한 연구(JOY-ALZ)에서도 비슷했다. 하지만 부작용 사례 자체가 적었기 때문에 '위험이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안 되고, 정기 검사는 꼭 필요하다. 이번 결과만으로 치료 기준을 바로 바꿀 수도 없다. 더 큰 연구로 확인해야 한다.
Part 4. 결과의 한계... "효과의 증명은 아니다"
치료 6개월 동안 인지기능 점수가 떨어지지 않았다. 약 효과로 볼 수 있나.
영향이 있었을지 몰라도 단정하긴 어렵다. 약 효과를 판단하려면 치료받은 환자와 받지 않은 환자를 비교해야 하는데, 이번 연구에는 치료받지 않은 비교 집단이 없었다. 그래서 이 효과가 약 때문인지, 원래 병이 천천히 진행되는 환자였기 때문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6개월은 알츠하이머병의 경과를 보기에는 짧은 기간이다. 같은 검사를 반복하면 익숙해져 점수가 오르는 효과도 있다. 그래서 논문에서도 '6개월간 인지기능 선별 검사 점수가 의미 있게 떨어지지 않았다'고만 썼다.
이런 한계점을 보완할 계획이 있나.
같은 병원에서 꾸준히 추적해 온, 레카네맙을 맞지 않은 알츠하이머병 환자들과 비교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나이, 인지기능, 쌓인 아밀로이드 양 등의 차이를 최대한 고려해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속도를 비교하는 것이다. 다만 무작위 임상시험처럼 두 집단의 차이를 모두 없앨 수는 없다는 점도 함께 고려하고 있다.
아직 분석 중인 예비 결과지만, 1년 시점에 치료받은 환자들의 인지·기능 악화가 치료받지 않은 환자들보다 의미 있게 적은 경향을 확인했다. 기억력이 좋아졌다는 뜻이 아니라, 나빠지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렸다는 뜻이다. 예비 결과라고 전제했듯, 최종 분석과 검증 전이라 확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관찰 기간이 길어지면 단기 점수 변화뿐 아니라 일상생활 기능과 병의 진행 단계까지 더 충분히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Part 5. 앞으로의 과제… '완치'도 가능할까?
앞으로 K-LEARN 코호트로 어떤 연구를 이어갈 계획인가.
가장 먼저 치료받지 않은 환자들과의 비교다. 나이, 처음 인지기능, 쌓인 아밀로이드 양 등의 차이를 최대한 고려해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속도를 비교하려 한다. 다만 무작위 임상시험처럼 두 집단의 차이를 모두 없앨 수는 없다는 점도 함께 고려할 것이다.
혈액 바이오마커로 치료 효과를 예측하고, 치료 중 반응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연구 주제다. 이미 한 가지 성과로, 레카네맙 치료 후 혈액 속 p-tau217이 감소하는 패턴에 따라 인지기능 변화에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p-tau217이 더 많이 감소한 군에서 인지기능 저하 속도가 더 느린 결과를 국제학술지 알츠하이머와 치매(Alzheimer's & Dementia)에 게재했다. 앞으로는 치료 전 혈액검사로 치료의 이득을 더 많이 얻을 환자를 예측할 수 있는지, 치료 중 지표의 변화가 장기적인 경과를 얼마나 잘 반영하는지 확인하려 한다.
몸이 쇠약한 정도와 근감소증이 치료 경과에 미치는 영향도 살펴보고 있다. 레카네맙 치료를 받더라도 노쇠하거나 근감소증이 있는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인지기능 저하가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노화와 질병(Aging and Disease)에 게재가 확정됐다. 이는 약물치료와 함께 운동, 영양, 동반질환 관리 등 전신상태를 돌보는 것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장기적으로는 치료로 아밀로이드가 충분히 줄어든 뒤, 치료를 이어간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의 경과를 비교하려 한다. 결국 누구에게 치료를 계속하는 것이 더 필요한지, 어떤 지표로 오랫동안 지켜보는 것이 좋은지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앞으로의 알츠하이머병 치료, 어떻게 전망하나. 완치도 가능해질까?
더 일찍 진단하고, 병을 더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환자마다 맞는 치료를 고르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이미 사라진 뇌세포와 기억 회로를 되살리는 '회복 치료'도 연구되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다. 새 세포가 제자리에서 기존 회로와 연결돼 제 기능을 하는지, 오랫동안 안전한지까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회복 치료는 아니지만, 알츠하이머병의 또 다른 원인 단백질인 타우를 겨냥한 치료제도 2상 임상시험 중이다. 아밀로이드 치료가 병을 시작하는 '방아쇠'를 줄이는 것이라면, 타우 치료는 그 뒤에 병이 빨라지는 것을 막으려는 접근이다. 차세대 아밀로이드 치료제인 트론티네맙은 약이 뇌로 더 잘 들어가도록 설계돼, 2상 연구에서 약 6개월 만에 아밀로이드를 빠르게 없앴다. 다만 6개월 치료로 기존 약을 18개월 쓴 것과 같은 인지기능 효과를 얻는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 효과는 진행 중인 3상 시험에서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빠른 아밀로이드 제거가 인지기능 저하를 늦추는 이득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관련 분야 의료진들도 이러한 가능성에 주목하며 트론티네맙을 유망한 차세대 아밀로이드 치료제로 기대하고 있다.
'완치'가 언제 가능할지는 아직 말하기 어렵다. 이미 잃은 뇌 기능을 모두 되돌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병이 일상생활을 크게 방해하기 전에 발견하고, 진행을 오래 늦춰 스스로 생활할 수 있게 하는 목표에는 점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본다.
권태원 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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